"상황 악화를 막고 협상의 동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최종 합의로 가는 징검다리로서의 잠정합의, '모두스 비벤디'라고 하는 그런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북한이 공언한 연말 협상기한이 다가옴에 따라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는 상황, 김연철 통일부장관은 국제정치학에서 '일시적이고 잠정적인 타협안'을 뜻하는 라틴어 '모두스 비벤디(Modus Vivendi)'를 빌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을 위한 모색의 일단을 피력했다.

'모두스 비벤디'는 어려운 협상을 할 때 서로 합의할 수 있는 것부터 합의를 해서 우선 필요한 대화의 동력을 살리고, 향후 어려운 협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자는 의미로 사용되며, 과거 북핵문제 해법으로 전문가들이 언급한 바 있다. 

27일 저녁 서울 시내 식당에서 통일부 출입기자단과 가진 연말 간담회. 

김연철 장관은 "북한의 '새로운 길'의 본격화와 함께 남북관계도, 북미관계도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반도 정세에 복잡성이 그야말로 심화되고 있고 그 결과로 대북정책의 추진 공간이 좁아진 게 사실"이라고 상황의 엄중함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추가적인 상황을 막고, 지금의 하강 국면을 상승국면으로 반전시키기 위한 세심한 전략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목표로 일관된 노력을 경주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통일부 차원에서는 남북관계를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모색해 나가고자 한다"며, "핵심은 남북관계의 기반을 넓히고 이를 활용해서 비핵화, 평화체제 협상을 견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경제와 접경협력 △교류협력의 다변화와 다각화 △남북협력을 위한 국내·외 기반 구축 등 세가지를 중요하게 준비하고 있는 사업이라고 소개했다.

먼저 끊어진 철도와 도로를 잇는 일이야 말로 대륙과 해양을 잇는 교량국가의 꿈을 실현하는 길이자 평화경제의 핵심이라며, 지난해 남북 공동으로 진행한 철도·도로 현지조사에 이어 앞으로 추가적인 정밀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 설계 등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은 유엔안보리 결의상 비상업적 공공 인프라 사업으로, 사전에 대북제재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공사 추진이 가능하고 물품별로 일일히 제재면제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는 점, 그리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남북철도 연결의 잠재력에 대해 언급한 바 있으며, 최근 한중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동아시아철도공동체 방안에 중국이 함께 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점 등을 사업 추진 배경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제재면제 절차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원론적인 이야기"라며, "당연히 제재 면제를 받아야 하며 공공 인프라도 제재 면제 대상인데 우리는 늘 기회만 있으면 할 계획이 있다. 통과될 때 제출해야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실행 계획이 아니라 '서류상의 계획'인 셈. 

김 장관은 또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강조한 'DMZ 국제평화지대화' 방안과 관련해 내년에 사업추진 첫단계로 DMZ 남북공동실태조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하면서 "조사 결과는 DMZ를 유네스코 세계유산 남북공동으로 등재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며, "DMZ의 국제평화지대화 구상을 접경지역 지자체들의 발전전략과 연계해서 평화경제를 남북 접경지역에서부터 실현하고 확산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군사분계선 남쪽부터 해야한다. 통일부가 총괄부처가 되고 환경부, 문화재청 등이 들어와 있다. 문화재, 환경, 생태 등 자료부터 정리하려고 하는데 어마어마한 양이다. 시간이 꽤 걸리지만 그것부터 시작해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엔사도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하고 있어 내년초에는 통일부가 나서 유엔사 사령관을 만나 구체적인 협의를 하려고 한다고 했다. 역시 아직 실행단계의 계획은 아니다.

교류협력의 다변화·다각화와 관련해서는 먼저 아직 논의가 진행중이지만 여전히 입장차이가 큰 금강산관광에 대한 미래지향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향후 금강산 관광을 넘어 북한이 집중하고 있는 관광 분야에서 남북간 협력의 범위를 확대해 나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또 분권·협치형 대북정책 기조위에서 민간, 지자체 차원의 인도지원과 교류협력 활성화, 그리고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한 교류 확대 등 남북을 잇는 연결고리를 다층화해 나가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남북협력을 위한 국내외 기반 구축과 관련해서는 "특히 한반도 신경제구상과 중국의 일대일로, 러시아의 신동방정책을 연계한 국제적 협력모델로서 남-북-중, 남-북-러 협력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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