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0.1.22 수 19:42
홈 > 오피니언 > 시론
<통일죽비>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
데스크  |  tongil@tongilnews.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승인 2019.12.14  02:16:03
페이스북 트위터

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은 마지막에 저 유명한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말로 끝맺는다. <공산당 선언>을 숙독했든 안했든, 누구나 알고 있고 또 한두 번쯤 읊었을 명구이다. 그런데 그 마지막 문장 바로 앞에는 “프롤레타리아가 혁명에서 잃을 것이라고는 쇠사슬뿐이요 얻을 것은 세계 전체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 역시 경구(警句)를 잘 쓰는 마르크스의 언어 구사력이 돋보이는 구절이다. 이 구절은 카프(KAPF)의 이론가 회월 박영희가 전향하면서 “얻은 것은 이데올로기요, 상실한 것은 예술 자신이었다”라고 패러디할 정도로 회자됐었다.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 트윗에서 “김정은은 너무 영리해서 적대적 방식으로 행동한다면 잃을 게 너무 많다. 사실상 모든 것”이라고 엄포를 놓자,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9일 담화를 발표 “트럼프는 조선에 대하여 너무나 모르는 것이 많다”면서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비장감을 보였다. 나아가, 김 위원장은 “미국이 더 이상 우리에게서 무엇을 빼앗는다고 해도 굽힘 없는 우리의 자존과 우리의 힘, 미국에 대한 우리의 분노만은 뺐지 못할 것”이라고 결기를 밝혔다. 한판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나는 잃을 게 없다”고 말하는 사람일 거다. 몸뚱아리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다. 목숨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다”고 천명한 북한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가진 게 너무 많다. 가진 게 많은 사람은 국지전이나 단계전은 하되 가급적 전면전은 피하려고 한다. 지킬 게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하나라도 다치게 되면 너무 아프고 괴롭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풍요로운 자가 목숨을 건 상대와의 싸움을 거북해하고 또 가급적이면 피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다.

◆ 얼마 남지 않은 ‘연말 시한’을 앞두고 북한과 미국의 설전(舌戰)이 점입가경이다. 일어나서는 절대로 안 되지만, 만약 북미가 실전(實戰)을 벌인다면? 당연히 미국이 이길 것이다. 무기와 물자 등 전쟁수행력의 모든 면에서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그게 전부일까? 이기긴 이기겠지만 미국도 재기불능의 치명상을 입을 공산이 크다. 북한도 미국 대륙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전략무기를 개발한 것으로 봐야 한다. 문명사회에서 ‘상처뿐인 영광’이 무슨 소용 있겠는가.

◆ 양국의 70년 투쟁사가 명확히 말해주고 있듯이, 미국이 북한을 겁박한다고 해서 꼬리를 내릴 북한이 아니다. 게다가 북한은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선언했다. 이 선언은 앞의 마르크스의 경구를 빌리자면, 북한이 미국과의 생사를 건 대결에서 잃을 것이라고는 ‘70여 년 간 지속된 적대관계’요 얻을 것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이라고 우회적으로 시사한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이러한 레토릭을 읽어야 한다. 그렇다면 답은 나와 있다. 전쟁을 할 수 없고 또 해서도 안 된다면 대화를 하라.  

 

 

데스크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트위터 뒤로가기 위로가기
댓글
아이디 비밀번호
(현재 0 byte/최대 500byte)
댓글보기(2)
곽태환 (thkwak) 2019-12-14 14:18:29
김영철 위원장은 9일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언급은 북한의 현실을 잘 표현했다. 너무나 좌절감과 초조감을 잘 표현했다. 만약 미국이 군사력을 동원하면(절대로 그런일이 있어서는 안됨) 아름다운 평앙시가 완전히 불마다 재바다가 되는데 김영철이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표현은 두려움에서 나온말이고 초조함과 좌절감을 노출한 것이다. 이젠 북미가 더 이상 기 싸움을 중단하고 양보와 타협을 통해 한반도평화와 번영의시대로 진입함이 바람직 하다.
2 0
굽은소나무 (qnseksrmrqhr) 2019-12-14 10:29:38
""북한이 미국과의 생사를 건 대결에서 잃을 것이라고는 ‘70여 년 간 지속된 적대관계’요 얻을 것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이라고 우회적으로 시사한 것이다""....자료 감사드리며 늘 건강하시길
0 0
통일뉴스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후원하기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당주동 3-2번지 삼덕빌딩 6층 | Tel 02-6272-0182 | 등록번호 : 서울아00126 | 등록일자 : 2000년 8월 3일 | 발행일자 : 8월 15일
발행·편집인 : 이계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계환
Copyright © 2000 - 2015 Tongilnew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tongil@tongil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