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2쿠데타 40년이 되는 12일 오전 5.18단체들이 전두호나 구속촉구 기자회견을 여는 가운데 포승에 묶여 무릎을 꿇은 채 쇠창살 안에 갇힌 전두환 조형물이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 설치됐다.[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너 전두환을 능지(陵遲, 죄인을 죽인 뒤 시신의 머리, 몸, 팔, 다리를 토막 쳐서 각지에 돌려 보이는 형벌)하고 박피(剝皮, 껍질이나 가죽을 벗김)하고 알안(穵眼, 눈을 도려내는 형벌)하여야 마땅하나 산자의 규율이 있어 그 비통함을 주체할 수 없음에 이제 너의 영혼과 육신을 포획하여 너의 악행을 징벌하노라!"

이듬해 5월 광주 대학살을 자행할 자들의 진용이 모습을 드러낸 1979년 12.12쿠데타 40년이 되는 12일 오전.  

12.12 40년에 즈음한 반란수괴, 광주학살 주범 전두환 구속 촉구 기자회견이 5.18시국회의, 5.18구속자회 서울지부, 5.18민주운동부상자회 서울지부주최로 광화문 이순신장군 동상 앞 세월호광장에서 진행됐다. 

기자회견 도중 포박당한 채 무릎이 꿇려 철창안에 갇혀 있는 군복 차림의 전두환 동상이 트럭에 실려 이곳으로 옮겨졌다.

'전두환 구속 염원 조형물'을 제작한 정한봄 전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는 수많은 동족을 잔혹하게 살해한 전두환이 백담사에 은거하며 불자 행세를 하였기에 불교 용어를 빌어 표현했다며, '능지', '박피', '알안'의 형벌에 대해 일일이 설명했다. 

또 "지금으로부터 이승을 하직하는 그날! 너를 효수하여 너의 육신은 규환지옥으로 구만겁의 세월을! 너의 머리는 아비지옥으로 구만겁의 세월을! 그 후에도 뉘우침이 없을 너의 머리와 육신을 모아 영겁의 세월을 팔열지옥 모든 지옥으로 윤회하게 하리라!"고 켜켜히 쌓인 분노를 표시했다.

이어 '전두환의 악행에 아파야 했던 모든 분들을 위하여'라는 부제를 단 '전두환'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오늘 이 행위의 시작은 동족을 살상하여 탐욕과 권력과 영화를 누렸던 너의 일생을 만만세세에 알리기 위함이요. 너의 자손대대로 그 부끄러움을 이어가게 함이니 다시는 이땅에 개인의 탐욕을 위해 악행을 일삼은 자가 이 땅을 딛고 있을 수 없는 교훈의 모범이 되리라"고 일갈했다.

그는 "그때 아무 것도 하지 못한 부채감이 있었다. 오늘에야 조금이라도 해소되는 듯한 느낌"이라고 하면서 "제작에 함께 동참한 세 분 중 한분은 암투병 중인데, 이걸 만듦으로서 암을 이기는 좋은 기운이 생겨난다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후일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 창살안의 전두환 동상은 별 두개의 소장 계급장이 달린 군복 차림에 왼쪽 가슴에는 구속 당시 수인번호인 '3124'를 새기고 두손과 두발 목이 포승에 묶인 채 날카롭게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기자회견을 주최한 단체들은 당분간 전두환 구속 조형물을 세월호 광장에 두고 뭍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한 뒤 향후 전국을 순회하며 세상에 그의 악행을 알리고 그의 재구속을 촉구하기로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1979년 오늘, 전두환은 군인의 사명인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여 국민에게 충성을 다하혀야 하는 기본 의무를 저버리고 오직 탐욕과 권력쟁취를 위해 하극상이라는 군사반란을 자행, 반란의 수괴로서 그 악행을 드러내었다"고 규탄했다.

또 12.12는 반란으로, 전두환은 반란의 수괴이자 내란목적 살인의 범죄자로 명확히 규정되었으나 국민들은 전두환이 응당한 처벌 대신 호의호식하며 사는 꼴을 25년 가까이 보고있어야만 하는 고통을 당하고 있으며, 광주학살 진상을 왜곡하는 그의 뻔뻔한 행태를 접하면서 분노에 치를 떨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두환은 거짓과 기만으로 가득찬 회고록을 출판하여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으나 알치하이머 진단을 핑계로 재판출두를 거부하고 골프장을 돌아다니고 있다며, 그를 구속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은 가슴속 응어리를 털어내듯 차가운 청동 뺨을 사정없이 후려치기도 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석운 5.18시국회의 대표는 "이 상징물을 당분간 이 자리에 놓아 두겠다. 이번에 공개한 전두환 동상을 계기로 역사를 농락하고 국민을 우롱한 광주학살 주범들의 재구속을 촉구하는 국민적 캠페인이 활발히 벌어지기를 기대한다"고 하면서 혹시나 있을지 모를 전두환 조형물의 훼손을 막기 위해 지킴이 활동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모든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살인마이자 쿠데타의 주범인 전두환에 대한 단죄가 없었기 때문에 그 스스로 아직도 자신이 옳았다고 말하고 자유한국당은 지금까지도 광주항쟁이 북한군의 소행이며, 광주시민은 폭도라고 망발을 늘어놓는 것"이라며, "전두환의 단죄야말로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분 5.18민주운동부상자회 서울지부장은 "민족의 반역자 전두환은 그대로 살려놓고 광주시민들은 폭도라는 누명을 쓰고 이제까지 살아왔다"며, "전두환은 일말의 반성도 없이 국민들을 향해서 총을 쏜 것, 헬기를 동원해 사격을 한 것을 다 부인하며 자기는 몰랐노라고 한다. 전두환이 이제라도 사죄하고 진심으로 뉘우칠 수 있도록, 5.18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어서 구속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은 포승에 묶여 철창안에서 사나운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전두환 동상의 얼굴을 세차게 후려치며 울분을 터뜨리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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