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설정한 ‘연말 시한’이 코앞에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도 대화는 없고 거친 말씨름만 벌어지고 있다. 그래도 침묵으로 일관하기보다는 양국이 입을 열었기에 일말의 희망을 걸고 싶다. ‘연말 시한’ 때문인지 최근 더 많은 전문가들이 긍정보다 부정적 견해들을 내놓고 있다. 빈말을 않는 북한이기에 금년을 넘기면 ‘새로운 길’로 들어설 게 뻔하고, 미국은 할 수 있다는 것이야 주특기인 무력시위를 할 것이다. 그건 상상조차도 하기가 싫다. 너무 끔찍해서다.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트럼프가 런던 기자회견(12/2)에서 아주 흥미로운 대북발언을 했다. 그는 김정은을 신뢰하고, 좋아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말을 먼저 했다. 한 기자의 북미 관계 악화 예상 질문을 일축한 거다. 북한의 연속적 핵·미사일 시험 질문에 대해서는 “우리는 평화를 가졌다”고 응수했다. 이어서 그는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다면 지금쯤 전쟁을 치르고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특별히 강조했다. 또, “내가 아마 이 세상에서 김정은과 가장 좋은 개인적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일 것”이라고 자랑까지 했다.

트럼프는 “합의한 비핵화에 부응하기를 희망하고, 지켜볼 것”이라는 말을 하고 “김정은은 로켓 쏘는 걸 좋아해서 ‘로켓맨’이라 부른다고 했다.” 이어서 그는 “미국이 세계 최고 군사력을 가졌다. 원치 않지만 필요할 때엔 그걸 사용 할 수 있다”고 했다. 얼씨구, 제철을 만난 듯, 대부분 서울의 언론매체들이 이 대목을 놓고 “로켓맨 소리가 2년 만에 등장했다”면서 “북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고 몰아갔다. 그의 발언 전체와 그동안 했던 발언들을 종합해서 잘 음미해 보면 트럼프 특유의 힘자랑으로 굳이 북을 지목했다기보다 모든 나라들을 압도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동시에 반트럼프 세력, 특히 미 군부를 의식한 의도적 수사라고 보는 게 더 합당한 해석이 아닐까 싶다. 물론 최근 한반도에서 전개되는 미 해군 및 공군 초계기와 전폭기의 대북 감시 활동도 그런 측면이 강하다고 봐야 옳을 것 같다. 지난 9월 한미 합동공중훈련이 북미 정상 합의위반이라는 걸 알면서도 트럼프가 중단시키지 못한 것은 미 군부를 의식해서라고 봐야 맞을 것 같다. 바로 이런 문제가 앞으로 트럼프에게 닥칠 가장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트럼프와 거의 때를 같이해 북측 리태성 외무성 부상은 미국을 향해 연말 시한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다시금 상기시킨다면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할지 미국의 결심에 달렸다”고 했다. 미국 내 정치 정세와 선거를 위한 대화 타령은 지겹다면서 미국의 선 결단을 촉구했다. 한편, 트럼프의 무력 사용 런던 발언에 대해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장이 4일 “우리 역시 임의의 수준에서 신속한 상응행동으로 대답”한다고 응수했다. 또, 어제 5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트럼프의 런던 무력사용 발언이 “실수라면 다행이나, 의도적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라고 했다.

양측 발언을 종합해 보면 어느 쪽도 대화를 걷어찰 의도는 없는 걸로 보인다. 말싸움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말속에는 조기 대화 의지가 엿보인다. 북측은 줄곧 ‘적대정책’ 폐기를 요구하고 미국은 먼저 대화에 나서라고만 한다. 아무 진전이 없자, 중러는 한반도 문제 해법을 작성 6자 회담국들에게 회람하고 반응을 타진까지 했다. 러시아를 방문한 최 부상과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한 러시아 모르글로프 외교부 차관이 진난 11월 26일, 비건 부장관 지명자와 전화통화를 했다. 건설적 역할을 했으리라 짐작된다.

비건은 인준청문회에서 “북이 여전히 비핵화를 선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건 매우 고무적 징조다. 최근 비건을 만난 김연철 통일부장관은 “비건은 비핵화 의지가 매우 강하고 제반 문제에서 준비가 잘 돼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때마침 <트럼프의 백악관 안에서>(Inside Trump’s White House)라는 이름의 책이 저명한 전기작가 더그 웨드에 의해 발간됐다.

트럼프는 북한과 전쟁을 하면 최대 1억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다고 본다는 내용이 책속에 들어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과 ‘궁합’이 잘 맞는다는 걸 몹시 자랑한다고 썼다. 또,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보여줬다며 친서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친서에는 김 위원장은 한반도 종전을 분명한 목표로 제시했고, 동시에 두 정상의 노력으로 분명히 좋은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트럼프는 ‘동맹’이라는 것에 회의를 느끼고 “그들은 친구가 아니라 우리를 벗겨 먹는다” (They are ripping us off)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나쁜 대목은 우리를 가장 나쁘게 대하는 이들이 바로 우리의 동맹이라는 사실에 대한 자각”이라는 걸 강조했다고 한다. 한국의 ‘안보무임승차’를 찍어서 지적하고는 “우리가 얻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불평을 늘어놨다고 한다.

북미 두 지도자의 비핵 평화 의지가 워낙 견고하고 ‘궁합’까지 잘 맞아 곧 대화가 재개될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트럼프는 탄핵 문제뿐 아니라 대선 여론조사마저도 아주 불리하다. 이를 만회하는 길은 비핵 평화라는 세기적 대업적을 쌓아야만 한다. 레온 시걸 사회과학원 연구원도 최근에 미국은 준비를 완료했고 북측이 부응하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미국무부의 포드 차관보도 한 간담회에서 미국 협상단은 “대북협상 재개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는 걸 지난 4일, <자유아시아방송>이 보도했다. 북미대화 징조가 보이면 언제나 나타나는 방해공작이 최근 부쩍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유엔에서는 북의 인권규탄 소동이 벌어지고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가동 움직임이 보인다는 CNN 보도가 있었다. 북미 간 대화 재개가 임박하다는 냄새를 맡은 모양이다. 이제 문제는 트럼프가 북미대화 반대세력의 입을 봉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미 대선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편에 서있는 유리한 국면을 적기에 최대한 활용해야만 한다. ‘찰떡궁합’ 인연까지 동원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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