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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대화 학수고대(鶴首苦待)?<칼럼>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김동엽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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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04  02: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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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가 제자리걸음이다. 하노이 노딜을 시작으로 스톡홀름에 이르기까지 북미간 줄일 수 없는 견해차를 확인했다는 성과 아닌 성과 이외엔 의미 있는 북미 간 합의 없이 허송세월을 보냈다.

2020년은 미국의 대선과 북한에게는 당 창건 75주년이자 경제개발 5개년 전략을 결산하는 해이다. 내부적 환경은 서로를 필요로 함에도 불구하고 내부 정치적 일정과 이유로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역설로 인해 북미 비핵화 협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반도 미래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점증하면서 다시금 우리의 일상에 평화가 사라져가는 공포를 떠올린다.

하노이 트라우마와 스톡홀름 복수극

북한에게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의 노딜(no deal)은 충격적인 결과였다. 합의에 대한 기대와 과신, 그리고 제재를 너무 일찍 내밀어 조급함을 노출한 전략적 오판이 결정적 패착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통치력에 적지 않은 내상을 입었다.

하노이 이후 북한은 외부와의 소통을 차단한 채 정책리뷰를 가졌고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자력갱생을 통한 제재국면 돌파와 내부결속에 주력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또한 연말까지 미국과의 협상의 끈을 놓지는 않겠지만 제재해제 문제 때문에 미국과 대화에 집착하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였다. 미국이 원하는 대로 끌려가지는 않고 비타협적이고 원칙적인 태도를 견지하면서 자신들이 설정한 시간표와 계획대로 나아가겠다는 새로운 길로의 전환 가능성을 분명히 한 것이다.

6월에는 사상 첫 남북미 정상 판문점 회동이 있었지만 이후 기대했던 10월 5일 스톡홀름 북미실무협상 역시 진전 없이 종료되었다. 김명길 북한 대표는 북한이 요구한 새로운 계산법을 미국이 하나도 들고 나오지 않았다고 ‘결렬’ 이유를 밝혔다. 이미 결렬까지도 각오하고 스톡홀름 행을 택한 준비된 행동이라는 점에서 지난 하노이 모욕을 되갚은 스톡홀름 복수로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스톡홀름은 단순한 복수의 자리가 아니라 연말까지 열어놓은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한 마지막 자리였을지도 모른다. 북한은 미국에 요구하는 새로운 계산법에 대해 자신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장치의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제거라고 밝히고 있다.

미국이 요구하는, 일방적인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처럼 북한이 요구하는 비핵화 없이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체제안전보장 또한 미국도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다. 북한이 이야기하는 새로운 셈법을 어떻게 해석할지에 따라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한 전망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셈법과 ‘+α딜 게임’의 희망

스톡홀름 실무회담은 노딜에도 불구하고 북미간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교환했다는 점에서 과정은 생산적이었고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협상 의제와 기회를 제공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는 새로운 셈법이란 것이 비핵화 협상에 앞서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고 체제안전을 보장하는 것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의 동시 병행적 해법과 달리 북한은 동시적, 단계적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셈법은 미국이 북한에 원하는 비핵화 수준에 맞는 보다 확실한 상응조치를 약속하고 이행하라는 것이다. 즉 미국이 일괄타결을 하고자 한다면 북한에게만 비핵화의 최종단계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상응조치도 최종단계가 무엇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고, 단계적 합의 역시 그에 상응한 조치를 말이 아닌 합의에 담아 명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에 대해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더 이상 말이 아닌 서면으로 보장하는 명시적이고 확실한 액면가를 요구하고 있다.

스톡홀름에서 북한은 지난 하노이에서 미국이 요구한 ‘영변+α’처럼 ‘싱가포르+α’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요구한 ‘+α’가 무엇인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김명길 대표 발표 내용 중 “싱가포르 조미 수뇌회담 이후에만도 미국은 열다섯 차례에 걸쳐 우리를 겨냥한 제재 조치들을 발동하고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합동군사연습마저 하나둘 재개했으며 조선반도 주변에 첨단 전쟁 장비들을 끌어들여 우리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공공연히 위협하였습니다”라는 언급에서 ‘+α’가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추가 제재문제라고 예상할 수 있다.

짧게나마 기대를 가져보는 12월중 북미 비핵화협상은 북미가 상호 요구하는 ‘+α’에 맞추어 ‘+α딜 게임’으로 진행될 가능성이다. 일단 북미 비핵화협상이 시작되기 위해서는 일괄타결이라는 과도한 욕심보다 모든 핵 프로그램 동결을 약속하고 우선적으로 확인된 영변 핵시설 폐기와 이에 따른 상응조치의 조합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동결에 대한 신고와 사찰에 얼마나 유연성을 부여하는가도 중요한 쟁점이다. 북한보다 미국의 셈법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다지 가능성이 높아보이지는 않는다.

협상을 위한 시간만 놓고 본다면 미국의 본격적인 대선 국면이 시작되기 이전에 되돌릴 수 없는 북미관계를 만들어 놓을 필요성이 있다. 2020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대선 기간 중 북한 문제의 최소한 현상유지가 필요하고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에 매진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이 필요한 상황이다.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양측 모두 만족하는 수준의 미들딜(middle deal)이다. 소위 우리 정부가 이야기 해온 ‘굿이너프딜(good enough deal)과도 일맥상통한다. 북미관계를 과거와 같이 시작점으로 되돌아가지 않기 위해 연락사무소 개설(싱가포르 1조), 종전(평화)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협의 개시(싱가포르 2조), 모든 핵 프로그램 동결과 영변폐기(싱가포르 3조, 9월 공동성명 5조 2항) 그리고 추가로 한미연합훈련 유예와 비핵화 진행상황에 따라 제재 문제에 진전을 보일 수 있는 구체적 시작점(입구)을 담은 포괄적 합의와 동시 이행이 필요하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그림자와 북한의 새로운 길

그러나 북미 모두 내적인 변수가 크게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은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다. 무엇보다 미국의 정치 상황이 2020년 북미관계와 비핵화 프로세스 진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선 미들딜이라는 희망과는 달리 빅딜, 스몰딜 그리고 노딜의 가능성까지도 열려있다.

빅딜(big deal)은 현 미국의 극단적으로 양분화 되어 있는 정치 지형에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설령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인다고 해도 미 의회 지지 없이는 합의 이행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득보다 실이 크다.

스몰딜(small deal)은 북한이 대선 기간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의 재개를 우려해 핵 프로그램 동결과 일부 제재 해제와 같은 일정 수준의 합의로 일시봉합을 하는 시나리오이다. 이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문제를 정치적으로 대선을 앞두고 이용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오히려 북한의 새로운 길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만 아니라면 결렬까지는 아니지만 노딜의 가능성이 가장 높다.

북한도 북미대화의 시한을 연말까지로 정해놓은 상황이지만 북한이 원하는 새로운 계산법대로 미국이 가지고 나오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의 변화가 없다면 북한은 새로운 길을 갈 수밖에 없다. 지난 10월 중순 김정은 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등정하는 모습을 공개한 시점에 북한은 이미 어느 정도 새로운 길로 방향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20년 1월 1일 신년사에 새로운 길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밝힐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길이 다시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같은 과거로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신년사를 통해 다시금 핵보유국임을 재 언급하면서 자위력 강화를 강조하고, 대내적으로는 자력갱생을 바탕으로 경제에 매진하는 새로운 전략노선과 대외적으로는 북미협상을 탈피해 중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국제사회 외교의 다변화를 통하여 돌파구를 모색해 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

북한의 새로운 길이 영원히 미국과의 관계를 종언한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여전히 북한에게 가장 빠르고 매력적인 돌파구는 미국을 통한 해법일 수밖에 없다. 북미관계가 최소한 현상유지 된다면 미국은 대선이 끝나고 2021년 전반기 새 정부의 진용이 갖추어지고, 북한도 2021년 어느 봄날 제8차 당대회를 개최한다면 2021년 7월부터 북미협상의 2라운드 시작이 가능하다.

결국 북한의 2020년 새로운 길 선택은 영구적인 것이 아닌 시한부일 가능성이 있다. 2020년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유보하고 새로운 길로 간다고 해서 지금까지 형성된 북미간 싱가포르 균형까지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도 적절한 수준의 긴장을 유지하면서도 레드라인을 넘지 않으려 할 것이다. 2020년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게 되면 민주당 후보는 하나같이 ABT(Anything But Trump) 공약을 내걸게 될 것이고 트럼프가 재선을 하든 민주당이 정권을 잡게 되든 북미관계를 다시 시작하기는 어렵게 된다.

중요한 것은 2020년 북미 관계가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된다고 해도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낙관하기는 어렵다.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동일한 방향으로 연동되어 움직일 것이라는 근거 없는 희망을 내려놓아야 한다. 북미대화를 목 빼고 기다릴 것이 아니라 다시 한 번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를 앞서 만들어 갈 상상력과 용기를 가져야 할 시기임엔 분명하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해군사관학교 경영과학 학사(OR)

국방대학교 국제관계 석사(안전보장학)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학박사(군사안보전공)

현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및 정외과 조교수(박사주임교수), 북한연구학회 이사,

한반도평화포럼 안보센터장, 국방부/통일부/연합사 자문위원,

예) 해군중령 (2011년 8월 19일 전역 / 군 근무20년)
- 국방부 북핵WMD담당, 대북정책기획담당, 대북협력정책담당
- 남북군사회담 10여회 참가(2007~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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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보기(2)
굽은소나무 (qnseksrmrqhr) 2019-12-05 10:32:29
북미대화를 목 빼고 기다릴 것이 아니라 다시 한 번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를 앞서 만들어 갈 상상력과 용기를 가져야 할 시기임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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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환 (thkwak) 2019-12-05 00:10:23
김동엽교수가 잘 정리하였다. 김교수가 "미국의 변화가 없다면 북한은 새로운 길을 갈 수밖에 없다." 란 견해에 공감한다.그런데 북한의 "새로운 길"로 가겠다고 하는데 대한 김교수의 견해도 일부분 공감한다. 현시점에서는 북미비핵화실무협상은 비관적이자민 트럼프는 "장사꾼"이라 최소한 제3차 북미정상회담이 그의재선에 도움이 될 것이란 계산을 현실적으로 계산하고 있을것이다. 그래서 트럼프의 '극적 변화'의 개연성도 무시못한다. 북한의 "새로운길"이란 북한이 핵국가인정을 요구 할수도 있다.미국의 정책변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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