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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스카이캐슬<연재> 전영우의 미디어와 사회 (5)
전영우  |  youngwoo8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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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28  10: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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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우 / 전 인천대 교수

 

필자의 말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는 소통의 도구이자 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거울입니다. 미디어를 읽는다는 것은 거울에 비친 우리 자화상을 본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미디어를 통해 사회를 성찰하고 뒤돌아보는 글이 되고자 합니다. 이 글은 매주 목요일에 게재됩니다.

 

"SKY캐슬."
JTBC에서 방영되어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이 드라마는, 제목부터 상징적이다. 드라마에서 상류층이 모여 사는 동네 이름이 SKY캐슬이다. 서울대 고대 연대의 영문 이니셜을 따오고, 덧붙여 캐슬이다. 곧 특정 학교 출신들이 구축한 기득권의 공고한 성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드라마는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심층적인 문제인 학벌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모든 문제의 근원에는 바로 왜곡된 학벌주의가 있다는 것을 잘 짚어내고 있다.

어느 사회에서건 교육은 그 사회를 지탱할 구성원을 길러내기 위한 도구로 작용한다. 전통적인 신분질서가 해체된 한국에서 교육은 유능한 사회 구성원을 길러내는 기관이면서 동시에 출세의 도구로 자리 잡았다. 명문대 학벌은 출신 성분에 관계없이 사회의 상류층으로 진입하는 유용한 도구였다. 개천에서 용 났다는 표현은 누구나 능력만 있다면 상류층에 진입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표현이었고, 개천에서 자란 미꾸라지는 학벌을 얻고 용이 되었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학벌이 신분 상승을 넘어 신분 세습의 도구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 SKY 대학으로 불리는 명문대는 기득권층 자녀들만이 입학할 수 있는 대학이 되었고, 21세기 한국에서 학벌을 통한 신분 상승의 기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드라마 SKY캐슬은 이 지점에서 한국 교육의 실상을 예리하게 파고든다.

드라마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비현실적 막장 설정을 통해 오히려 매우 현실적인 사회 문제를 드러내고, 상류층 계급의 저급한 욕망과 학벌을 통한 기득권의 세습 과정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의사,  법대 교수 등이 거주하는 SKY캐슬의 주민들이 목을 매는 것은 자녀들의 서울대 진학이다. 자식을 서울대에 보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자신이 갖고 있는 기득권을 자식에게 물려주기 위해 동원된 극단적 방법은, 결국 젊디 젊은 생명을 앗아가는 비극으로 이어진다. 이들의 욕망은 극단적이고 천박해 보이지만, 자신의 성취를 자녀에게 물려주려는 매우 자연스러운 인간 욕망의 투영이기도 하다.

서울대 합격생 중 강남 출신이 거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게 된지는 벌써 꽤 오래된 일이다. 드라마에 잘 묘사되었듯이 강남 부자 부모들은 사교육에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한다. 과거 단지 좋은 머리와 노력만으로도 가능했던 학벌을 통한 신분 상승은 이제는 불가능하다. 부모의 재력도, 정보력도 없는 흙수저들이 명문대에 진학하기란 하늘에 별따기처럼 난망한 일이다. 그래서 21세기 한국에서 학벌은 세습되고 따라서 신분도 세습된다.

대학입시제도 자체도 계급 세습이 수월하도록 지속적으로 변했다. 과거 학력고사 점수로만 평가하던 입시는, 이제는 온갖 복잡하고 다양한 입시 전형이 생겨났고, 재력과 정보력을 갖춘 사람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끔 맞춰져 있다. 학벌을 통한 신분 세습이 공고화되는 것이다.

서울 강남의 모습을 상징하고 있는 SKY캐슬 주민들은, 학벌주의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의 근원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부동산 문제, 즉 집값 문제는 근본적으로 서울 강남이 주도하는 문제이고, 이는 곧 학벌과 직결되어 있다. 강남 집값이 비싼 이유는 이곳 출신이 명문대를 진학할 확률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전국 어디를 가봐도 집값이 비싼 곳은 예외 없이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학군이다. 곧 부동산 문제는 학벌의 문제인 것이다.

부동산은 물론이고 사회 구석구석 어느 곳을 봐도 가장 밑바닥에는 학벌주의가 똬리를 틀고 있다. 입시제도를 아무리 바꿔도, 공고한 학벌주의가 사라지지 않는 한, 절대로 공교육이 개선될 수 없다. 초중고등학교 교육이 정상화되려면, 무엇보다 학벌이 사라져야 한다.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근원이 학벌이라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헬조선이라 자조하고 소확행 즉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는 청년들이 느끼는 좌절의 밑바닥에는 학벌로 공고화된 기득권이 있다. 신분 상승의 기회도, 희망도 박탈당한 청년들이 소확행을 찾는 모습은, 안타깝고 슬프다. 희망이 사라진 암울한 미래 한국 사회의 모습이다.

출발선에서부터 불리한 조건에 놓여있는 흙수저 아이들은 불공평하고 불공정한 현실에 좌절할 수밖에 없다. 청년들이 자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드라마는 이런 한국 교육 현실을 막장 설정을 통해 잘 묘사하고 있다. 동시에 막장 설정은 한국 상류층의 추한 이면을 들추어 보이는 장치이기도 하다.

이런 학벌의 폐단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현실적인 대안은 사실 오래 전에 제시되었다. 모든 국공립대를 통합하여 하나의 국립대로 운영하는 것이다. 서울대로 상징되는 학벌주의를 타파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문제는, 이미 학벌로 공고화된 기득권층의 유래 없는 반발을 불러올 것이기에 실현이 난망하다는 것이다. 과연 누가 이 어려운 문제를, 그러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풀어야만 하는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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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보기(1)
굽은소나무 (qnseksrmrqhr) 2019-11-29 10:18:08
학벌위주의 뿌리가 남아있는 한 색깔만 바뀐다고 달라지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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