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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의 지혜’ 빌려 ‘인도-태평양’ 동참 압력 피해가기
부산=이광길 기자  |  gklee68@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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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26  15:4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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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부산 벡스코에서 '2019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가 열렸다. [사진제공-청와대]

26일 발표된 ‘2019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 관련 문건들에는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공동의장 성명’ 제6항 “우리는 대한민국의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에 대한 지지를 포함하여, 진화하는 지역 구도에서 대한민국이 아세안 중심성을 지속적으로 지지해 준데 대해 사의를 표하였다”는 부분이다.

‘공동언론발표문’에는 “한국은 올해 6월 아세안 국가들이 발표한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 관점」(아래 「아세안의 관점」)을 환영하며, 아세안 중심성을 바탕으로 한 지역 협력에 함께할 것”이라는 표현이 들어 있다.    

「아세안의 관점」은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을 비롯한 주변 강대국들의 대아세안 전략에 관한 아세안 10개국의 단일 입장을 담은 문건이고, ‘아세안 중심성’은 이 문건의 핵심어이다. 

먼저, ‘아세안 중심성’은 동아시아 지역협력 체제 구축에 있어 아세안이 ‘추동력’을 가지고 ‘중심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세안 의장국이 지역협의체 의장국을 겸임하면서 관련 정상회의를 주최하는 형태로 구체화된다. 아세안 바깥 지역에서 아세안 정상들이 모일 경우에는 ‘특별’이 붙는다. 이번 부산 회의가 ‘한·아세안정상회의’가 아닌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가 된 이유다. 

「아세안의 관점」은 ‘아세안 중심성’에 의거하여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독자적인 공간을 확보하려는 아세안 10개국의 고심을 담고 있다. 

이선진 전 주인도네시아 대사는 지난 8월 <내일신문> 유튜브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중국에 대해서 정치.경제.안보 면에서 대립적.배제적인 입장을 보인 반면, 아세안은 ‘포용적인’(inclusive), 즉 중국 배제에 대해서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천명했다”고 이 문건의 의미를 설명했다. “또 하나는 미국이 군사.안보 쪽에 포커스를 맞춘 데 대해서 아세안은 경제에 포커스를 맞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26일 한국이 「아세안의 관점」을 지지한데 대해, 아세안 정상들이 사의를 표한 배경으로 보인다.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이 아세안의 지혜를 빌려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동참 압력 피해가기를 시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 사안을 둘러싼 과거 한.미 간 협의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 26일 오후 문 대통령과 쁘라윳 태국 총리가 공동의장 자격으로 '2019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 결과를 언론에 공동발표했다. [사진제공-청와대]

2017년 6월 30일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 한.미 공동성명에는 “한·미 양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규범에 기초한 질서를 지지하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 공조해나갈 것”이라는 표현이 있다. 2017년 11월 8일 서울 정상회담 공동언론발표문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신뢰와 자유·민주주의·인권·법치 등 공동의 가치에 기반한 한·미 동맹이 인도 태평양 지역의 안보, 안정과 번영을 위한 핵심축임을 강조하였다”고 명시되어 있다. 

2018년 8월 24일 서울에서는 한국 외교부와 미국 국무부 국장급들이 총출동한 ‘신남방정책 및 인도-태평양 전략 관련 협의’가 열렸다. 

한.미는 “양측은 개방성, 포용성, 투명성 등을 공히 지향하는 ‘신남방정책’과 ‘인도-태평양 전략’의 상호보완적 성격에 주목하면서 양국의 노력이 상호 추동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고 이를 통해 한미간 협력의 외연이 확대될 수 있도록, 양국의 정책간 접점을 모색하는 노력을 지속 경주해 나가자는 데에 의견을 같이 하였다”고 발표했다. 

올해 6월 30일 서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은 양국의 평화와 번영 유지에 핵심적인 지역”이라며 “우리는 개방성, 포용성, 투명성이라는 역내 협력 원칙에 따라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간 조화로운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내일신문> 유튜브에서, 이선진 전 대사는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 여부를 한국이 서둘러 결정할 필요가 없다고 충고한 바 있다. 인도양과 태평양의 연결점에 있는 아세안이 동참하지 않으면 그 전략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인도의 ‘신동방정책’까지 첨예하게 충돌하는 곳이다. 

‘아태 재균형’ 관철에 발벗고 나섰던 오바마 전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태평양전략’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점도 중요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세안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2017년부터 3년 연속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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