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2019년 11월 22일 한일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6시간을 앞두고 한국은 언제든 지소미아를 종료시킬 수 있다는 조건하에 종료통보 효력을 정지했다. 일본의 확실한 경제보복조치 철회 약속 및 대법원 강제징용피해자 손해배상 집행 협조에 대한 확실한 약속도 없었다. 약속 불이행시 재개를 위한 명백한 기한도 명시하지 않았다.

민족 자주성 회복과 남북한 신뢰구축 속에서 판문점선언 정신에 입각한 남북관계를 다시 복원시켜야 할 주요한 시점에 지소미아 종료통보 효력 정지 조치는 남북관계 후폭풍이 우려되어 더욱 안타깝다.

본래 지소미아란 한일 양국이 군사정보를 직접 공유할 수 있도록 2016년 11월에 맺은 협정. 약칭 “한일 지소미아(GSOMIA)”라고도 한다. 한일 양국은 2014년 체결한 한미일 군사정보공유약정을 통해 이미 북한의 핵과 미사일 정보 등 군사정보를 교류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정보공유 범위가 북핵과 미사일 정보 등 군사정보에 국한된다는 점, 정보공유가 미국을 매개해 이뤄진다는 점,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점 등을 이유로 한일 지소미아가 2016년 11월 다시 체결되었다.

물론 일본이 ‘경제보복 조치’라는 원인제공을 한 것을 문재인 정부가 민첩하게 활용하여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한 것은 잘한 일이다. 처음부터 지소미아 체결은 중국과 북한관계를 우려한 절대다수 국민의 강한 반대속에서 안보논리를 빙자한 미국의 강한 압력으로 체결된 것이다.

그런데 일본이 2018년 10월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된 일본의 전쟁범죄 행위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정당한 판결을 문제삼아 경제보복 조치를 취함으로써 지소미아 문제에 대한 그 종료명분을 우리에게 만들어 주었다.

지소미아 체결을 주장하는 논리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일본의 군사정보가 한국안보에 중요하다. 둘째, 한미동맹 논리에 기반한 미국의 강한 요구가 있다.

첫째 논리는, 지소미아 체결 3년이 되었는데도 국방부 보고에 따르면, 일본이 이제까지 우리에게 준 정보는 별로 없고, 우리가 일본에게 북한미사일에 대한 정보를 준 것 밖에 없다.

둘째 논리는, 한미동맹에 근거한 미국의 요구는 일방적 미국 국익우선 정책이다. 미국은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면서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서 압력을 가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우리도 우리 국익우선 정책을 미국에 요구하는 것이 한미동맹 정신에 부합된다. 북한을 적으로 보는 일본에게 북한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남북관계를 파탄시키는 것이다.

2019년 11월 현재 한국 외교정책의 최우선이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이다. 그것은 4.27판문점선언에 입각한 남북한 교류협력을 활성화하여 평화체제를 구축해 가는 일이다. 북한을 적으로 보고 동북아에서 한미일이라는 3각 진영논리, 신냉전논리에 한국을 가두어 두려는 지소미아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행하는 한국의 국익에 정면으로 반한다. 나아가 이로 인한 한반도 군사적 긴장은 미국과 일본이 외양적으로 내거는 동북아 평화 및 한반도 비핵화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엄격히 말하면, 한일 지소미아 종료조치의 발단은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전범기업 배상 판결을 내린 데 대한 일본정부 및 일본기업의 반발 및 방해공작에서 비롯한 것이다. 일본은 북한에 전략물자 대량유입이라는 안보위해를 명분으로 반도체 등의 부품을 한국으로 수출하는데 통제를 부과한 것이 최초 발단이다.

다시 말해 지소미아 종료문제는 처음부터 한일 강점 역사전쟁의 문제이다. 순수한 경제문제만도 안보문제만도 아니고, 역사정의를 새롭게 정립하느냐 아니냐의 문제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일제강점 36년을 불법으로 보아야 한다는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대법원의 정당한 판결집행을 두고,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체제로써 모든 것이 최종 종결되었다는 입장을 고수하려는 일본 정부의 불만에서 연유한 것이다.

지금 한국 정부의 최고의 국익은 한반도에서 평화프로세스를 진행하는 일이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성공은 우리 혼자만으로 되지 않는다. 그 출발은 남북이 4.27판문점선언 합의사항을 충실한 신뢰속에서 집행하는 일이다.

특히 지난해 싱가폴 6.12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4가지 합의사항을 북한은 거의 준수하였다. 그런데 미국은 합의사항을 거의 지키지 않고 일방적 비핵화만 계속 강요하고 있다. 미국에 대한 그 집행 중재자로 문재인 정부를 크게 신뢰해온 북한은 문재인 정부의 대미 굴종적 정책과 그 태도에 매우 실망한 것 같다. 그래서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노딜’ 이후 11월 현재 북한은 문재인 정부에 신뢰를 보내지 않을 뿐더러, 분노하여 모든 남북관계가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엄중한 한반도 상황에서 남북문제를 푸는 핵심 철학은 남북 간 공유 가치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다시 회복하고 쌓아야 한다. 그 공유가치는 자주와 평화의 정신에 입각한 평화로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행이다.

일제 36년 강점, 6.25동족상쟁, 74년 장기분단 속에서 뒤틀려버린 역사정의에서 자주성, 평화성을 지켜나가려면 남북 지도자와 남북한 동포는 뼈를 깎는 듯한 고통 속에서도 남북합의사항에 대한 약속을 지키고 신뢰를 차곡차곡 쌓는 일부터 해야 한다.

특히 자주적인 평화통일국가를 만들어가는 이 역사적 대장정에서 한일역사갈등을 둘러싼 민족의 정통성 확립과 식민지잔재 청산 그리고 대미관계에서 자주성을 해치는 제반 모순된 국제조약 개정 및 폐기 등은 매우 주요한 역사적 과제이다.

구체적으로 한일관계에서 1951년 샌프란시스코체제에 기반한 1965년 한일협정체제가 남긴 강제동원 문제, 위안부문제, 독도문제 등 식민지잔재 문제들을 정리하는 일이다. 한미관계에서는 전시작전권 환수, 불평등한 상호방위조약 개정, 불평등한 SOFA협정 개정, 용산미군기지 환경오염 문제, 가짜 유엔사(United Nations Command: UNC) 해체 문제 등 많은 주권회복을 위한 민족적 과제가 쌓여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남북관계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많은 업적을 쌓은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정상회담도 여러 번 있었고, 4.27판문점선언 및 9.19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한이 할 수 있는 모두 합의사항은 마무리하였다. 문제는 그 실천이다.

그러나 자주적 평화통일국가를 만들어간다는 긴 눈에서 볼 때에, 대미관계나 대일관계에서 아직도 자주성 회복의 길은 매우 멀어 보인다. 한일 지소미아 시작도 종료 명분도 모두가 일본과 미국이 제공하였다. 특히 미국은 동북아에서 중국을 겨냥한 군사적 패권주의 고수를 위해서 한국을 한미일이라는 신냉전 3각 구조 속에서 묵어 놓으려는 것이다. 일본은 이를 이용해서 평화헌법 개정과 일본자위대의 해외 파병을 합법화하려는 대외 팽창적 군사 패권주의를 항상 추구해 왔다.

특히 미국이 유엔군사령부(UNC)의 이름으로 행한 철도‧도로연결 방해, 미군 용산기지오염 방치 문제, 천문학적 방위비 요구, 지소미아 종료 연기 압박 등을 통해서 우리 국민들은 보혁을 넘어서 분노하고, 또 대미 저항전선이 강하게 형성되어 가는 과정에 있다.

이처럼 남북문제를 푸는 하나의 좋은 계기가 되는 찰나에 한국 정부가 또다시 미국의 압력으로 지소미아 종료 연기를 한 것은 너무나 안타깝다. 우리의 큰 우려는 이 지소미아 종료 연기가 남북관계에서 미치는 후폭풍이다.

그러므로 지소미아 종료 연기 문제는 항상 장기적인 역사적 관점과 한반도가 나가야 할 큰 목표(남북관계개선 및 대중관계)에서 보고 신중한 결정이 이루어져야만 했다. 비공식적 전언에 의하면, 오는 12월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한일역사문제 해결에 대해서 일본의 납득할 만한 응답이 없을시 1달 내에 종료를 한다고 한다.

지소미아 종료연기가 우리 정부가 한일역사청산에서 한국 정부의 또 하나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계기로 향후 활용되길 바란다. 반드시 오는 12월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납득할 만한 명백한 응답이 없을 시에는 남북관계 복원 및 한일과거청산을 위해서 지소미아 종료연기는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나아가 이제부터 문재인 정부는 한미동맹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고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는 국제법적 논리에 기반한 평화외교로 강하게 맞서야 한다. 그래야 한일역사전쟁에 이길 수 있고, 현재 국민적 지지층을 유지할 수 있으며, 북한과의 관계회복을 위한 민족자주성 회복에도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고대 법대 졸업, 서울대 법학석사, 독일 킬대학 법학박사(국제법)

-한국외대 법대 학장, 대외부총장(역임)
-대한국제법학회장, 세계국제법협회(ILA) 한국본부회장.
-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위회 위원장(역임)
-경실련 통일협회 운영위원장, 통일교욱협의회 상임공동대표,민화협 정책위원장(역임)
-동북아역사재단 제1대 이사,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역임)
-민화협 공동의장, 남북경협국민운동 본부 상임대표,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동아시아역사네트워크 상임공동대표, SOFA 개정 국민연대 상임공동대표(현재)
- ‘남북평화기원 강명구 유라시아 평화마라토너와 함께하는 사람들’(평마사) 상임공동대표
-한국외대 명예교수, 네델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재판관,
-대한적십자사 인도법 자문위원, Editor-in-Chief /Korean Yearbook of International Law(현재)

-국제법과 한반도의 현안 이슈들(2015), 한일 역사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공저,2013), 1910년 ‘한일병합협정’의 역사적.국제법적 재조명(공저, 2011),“제3차 핵실험과 국제법적 쟁점 검토”, “안중근 재판에 대한 국제법적 평가” 등 300여 편 학술 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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