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지소미아를 조건부 연장하고 일본이 수출관리 정책 대화에 응하기로 한 22일 발표를 둘러싸고 일본 정부, 정치 지도자들의 ‘언론플레이’가 도마에 올랐다. 특히, 당초 약속한 22일 오후 6시 이전에 일부 내용을 흘려서 일본이 완승한 듯 분위기를 조성해 한국을 자극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24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의 이러한 일련의 행동은 외교 협상을 하는 데 있어서 신의성실원칙 위반(breach of faith)”이라며 “You try me(계속 그렇게 해봐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 측이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계속 한국을 자극할 경우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경고 메시지다. 

정 실장에 따르면, 지난 22일 발표 이후 정부는 즉각 “일본의 불합리한 행동”에 대해서 외교 경로를 통해서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강력히 항의했다. 23일 나고야 G20 계기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도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한국 측 항의에 일본 측은 ‘한국 측이 지적한 이러한 입장을 이해를 한다, 특히 경산성에서 부풀린 내용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한다, 한일 간에 합의한 내용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확인했다고 정 실장은 밝혔다. “외교 채널을 통해서 경산성의 부풀린 발표 내용에 대해서는 분명한 사과를 받았다”고 청와대 관계자도 강조했다. 

정의용 실장은 먼저 22일 일본 경제산업성 발표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한국이 사전에 수출규제 관련 WTO 제소절차 정지를 통보해서 협의가 시작된 것이라는 일본 설명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8월23일 지소미아를 종료하겠다는 통보를 하고 난 다음 일본 측이 그제서야 우리와 협의하자고 제의해온 것이다. 그래서 그때부터 외교 채널 간의 협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국이 수출관리의 문제점 개선의 의욕이 있다고 시현했다’는 주장도 “완전히 사실과 다른 것”이라고 바로잡았다. “한국의 수출관리 제도의 운용 확인을 통해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해소하는 방안을 협의해 나가기로 합의한 것이다.”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 관련 한국의 수출관리에 부적절한 사안이 존재하고 있다 앞으로도 개별심사를 통한 허가 실시 방침에는 변경이 없다’는 일본 발표에 대해서는 “이것도 한일 간에 사전에 조율한 내용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만일 이러한 입장을 가지고 일본이 우리와 협상을 했다면 우리가 애당초 합의를 할 수가 없었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했다.

정의용 실장은 “일본 일부 언론의 보도는 정말 실망스럽기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본의 고위 정부 지도자들의 일련의 발언이다. 매우 유감스러울 뿐만 아니라 전혀 사실과도 다른 이야기를 자신들의 논리를 합리화하기 위해서 한 것이 아닌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본 외교의 승리다, 퍼펙트게임이었다’는 극우 <산케이신문> 보도에 대해서는 “견강부회”라고 쏘아붙였다. “우리가 (WTO 제소절차 중단이 아닌) 지소미아에 대한 어려운 결정을 하고 난 다음 일본이 우리 측에 접근해 오면서 협상이 시작됐고, 큰 틀에서 보면 우리 문재인 대통령의 원칙과 포용의 외교가 판정승한 것이다.”

그는 “일본은 오히려 그들이 그동안 주장했던 원칙을 견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제징용 문제 해결 없이 수출규제 관련 대화는 없다는 원칙이 깨졌고, △지소미아와 수출 규제 문제는 완전히 별개라고 주장했던 일본의 원칙도 “사실상” 깨졌다고 봤다.

정의용 실장은 22일 합의를 토대로 “조기에 최종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일본과 계속 노력을 하겠다”며 “일본 정부 지도자들에 대해서도 좀 각별한 협조를 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이게 최종 합의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지소미아 종료 통보 효력과 WTO 제소 절차 정지의 결정은 모두 조건부였고, 또 잠정적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면서 “앞으로의 협상은 모든 것은 일본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공을 넘겼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은 아무 것도 양보하지 않았다’는 아베 일본 총리를 정조준했다. “보도된 것들이 사실이라면 아주 지극히 실망스럽다. 그게 일본 정부의 지도자로서 과연 양심을 갖고 할 수 있는 말인지 되물어 보지 않을 수 없다.”

‘수출규제-지소미아’ 갈등의 발단이 된 강제징용문제에 대해서는 5대 원칙에 따라 현실적 대안을 제안했다고 상기시켰다. 한.일 기업이 낸 기금으로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1+1안’을 말한다. “아직 진전이 전혀 없으나 우리 정부로서는 하여간 여러 가지 대안에 대해서 늘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고,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들에 대한 수용성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를 압박해서 한국이 양보한 것’이라는 일본 언론 주장에 대해서는 “주한미군 문제는 일체 거론이 안 됐다”며 “한일 간의 지소미아가 굳건한 한미동맹의 근간을 훼손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한일 간의 충돌과 마찰이 있을 때마다 일본 측의 시각으로 일본의 입장을 전달하는 국내 언론 보도”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일본이 한국에 대해서 수출 규제를 하자 한국이 곧 망할 것이라는 취지의 보도가 홍수를 이뤘다.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하자 안보가 곧 붕괴될 것이라는 보도가 난무했다. 우리가 원칙을 지키면서 일본과 협상을 한 결과가 나왔다. 일본의 입장을 반영한, 일본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국내 언론의 비합리적인 비난 보도가 다시 시작됐다. 논리도 없고, 근거도 없는 보도이다. 지소미아 카드를 쓰지 않았다면 상황이 어떻게 진행됐을지 생각해 보시면 알 것이다. 일본은 그들이 밝혀온 대로 협상에 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는 아무런 실마리 없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한국이 지소미아 효력 정지를 통보했으니 다시 지소미아 카드를 쓰기 어려울 것이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도대체 무슨 근거로 무엇을 바탕으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사실이 아닌 것을 제목으로 뽑아서 보도하고 있다. 일본 측의 주장이라는 이유”라며 “클릭 수는 올라갈 수 있겠지만 국민이 오도될 수 있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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