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역사학자협의회, 국립문화재연구소, 고려사학회는 15일 오전 서울 고려대학교 국제관에서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 조사성과 학술회의를 열었다. 이날 학술회의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 최광식 고려대 명예교수는 ‘남북 민족문화유산 교류와 협력에 관한 법률’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남북관계의 부침 때마다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발굴사업도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남북 민족문화유산 교류와 협력에 관한 법률’ 제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남북역사학자협의회, 국립문화재연구소, 고려사학회는 15일 오전 서울 고려대학교 국제관에서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 조사성과 학술회의를 열었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최광식 고려대 명예교수는 “개성 만월대 발굴조사는 남북관계 정세 변화에 따라 사업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여 오늘에 이르렀다”며 “문화유산 발굴조사사업의 특성상 지속성 확보가 중요하므로 남북관계의 상호 소통과정에서도 남측 내부의 제도화를 통한 지속성 확보가 가능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관계 영향으로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조사가 멈추면, 남쪽 내부에서도 모든 활동이 중단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 예산은 조사 진행 기간에만 지원되고, 조사가 종료되면 조사단은 해체한다는 것.

게다가 남북공동으로 학술자료를 수집한 후 중단할 때는 쌓아두고, 사업이 재개되면 다시 가동되는 단속적인 과정을 반복하는 상황이 공동발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최광식 교수는 ‘남북 민족문화유산 교류와 협력에 관한 법률’ 제정을 제시했다. “남북문화유산의 교류와 협력을 위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제도화가 필요하”며 “남북관계 소통을 주도하며 상시적으로 전담할 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이다.

법에 따라, “남북교류가 남북관계에 따라 중단될 때는 재개를 준비하고, 남북교류가 활성화될 때에는 체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다시 중단될 때는 공동발굴사업에서 산출된 성과물을 가공하고 활용하여 대국민 확산 작업을 전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조은경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원도 “지속적인 조사는 관련된 조사단의 안정적 운영과 직결된다”며 “상시조사를 통해 전담인력을 구성하고 이들로 하여금 북측 조사단과 논의를 통하여 보고서를 발간하는 것이 남북교류협력의 성과를 제대로 공개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 ‘민족문화유산보존사’ 조직..개성 발굴.보존 체계화해

개성 만월대 지역 발굴과 보존에 북측은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소개됐다. 

이상준 국립문화재연구소장에 따르면, 북측은 “모니터링 기관 간의 조정을 보장하기 위한 모니터링시스템을 개발”하고 “관광관리계획을 작성하되 작성업무를 ‘민족문화유산보존사’에 맡긴다”고 한다.

그리고 2019년 관광관리계획을 채택, 2023년까지 관광관리의 목표와 실천전략을 제시하고, 모니터링시스템을 추가해, 개성민족유산보호관리사무소, 왕건왕릉관리사무소, 만월대관리사무소를 설치해 상주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특히, 2014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담화, 2015년 민족유산보호법 제정 등으로 ‘조선민족유산보존사’를 조직, 개성역사유적지구의 보존상태 모니터링과 보호구역 내에서의 모든 활동을 통제하고 ‘개성관광관리계획’을 작성하는 업무를 담당, 해당 조직의 위상이 높다고 한다.

그리고 ‘조선민족유산보존사’는 유적조사발굴대를 조직해 최근까지 개성에서 다수의 고려왕릉 발굴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상준 소장은 “최근 북한당국은 김정은이 지시한 민족문화유산의 세계화, 과학화, 체계화를 완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들이 내세우는 세계화는 당분간은 외부 연구자나 단체와의 접촉을 강화하며, 한편으로 외부의 자금과 기술로 자국의 문화유산을 조사하려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하일식 교수는 “우리 입장에서 보면, 남한의 역할이 불가피하게 존재하고, 또 그 역할은 제대로 발휘되어야 한다. 향후 좀 더 활발해질 남북교류를 예상하면서, 이런 측면을 미리 구상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 2017년 개성 만월대에서 새로 발견된 금속활자 1개. 해당 활자는 꽃모양청자접시에서 발굴됐다고 북한 학계가 2018년 보고했다. [캡처-개성 만월대 남북공동 조사성과 학술회의 자료집]

2017년 개성 만월대에서 금속활자 1개 추가 발굴..“공동조사 필요”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개성 만월대 지역에서 출토된 금속활자가 주목받았다. 특히, 지난 2017년 북측이 금속활자 1개를 추가로 발굴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6개가 발견된 것이다.

2018년 북측 학계 보고에 따르면, 2017년 ‘성할 선(傓)’이 추가로 발굴됐다고 최광식 교수가 밝혔다. 해당 활자는 흙 속에 묻혀있는 꽃모양청자접시에서 발견됐다.

개성 만월대 지역에서는 지난 2015년 11월 공동발굴을 통해 금속활자 ‘전일할 전(嫥)’이 출토됐다. 이어 2016년 5월 북측 단독발굴로 ‘물흐르는 모양 칙(㳁)’, ‘지게미 조(糟)’, ‘이름 명(名)’, ‘눈밝을 명(明)’ 등 4개가 발견됐다. 2017년 출토된 것을 합쳐 6개 모두 같은 지역에서 출토됐다.

유부현 대진대 교수는 “만월대 출토 발굴된 금속활자는 고려금속활자를 연구하는데 시금석이 된다”며 “발굴된 금속활자는 고려의 활자 관리기관에 보관되고 있었던 활자로 추정되는데, 향후 고려금속활자의 대량출토 가능성을 예언하는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만월대에서 발굴된 금속활자는 최초로 발굴조사 중에 출토된 것”이며 “국내적 뿐만 아니라 세계사적 의미를 갖”으며 “고려가 명실상부한 금속활자 발명국임을 입증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광식 교수도 “모두 근접한 공간에서 출토되었으므로 보다 더 정밀한 조사가 이루어진다면 더 많은 금속활자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국제학계에 소개한다면 세계의 학계가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유 교수는 발굴된 5개 금속활자에 대한 분석이 남과 북이 각각 달라, 종합적인 분석과 평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재정 국립한글박물관 전시운영과장은 “실물 활자에 대한 남북 공동의 상세한 조사, 연구, 추가 발굴, 고려시대 판본의 상세한 조사를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회의는 28일까지 덕수궁 선원전터에서 열리고 있는 ‘개성 만월대, 열두 해의 발굴’ 전시와 연계해 마련됐다. 

학계 인사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려 개경의 문화유산과 보존정책의 변화 과정, △고려 개경의 도성 구조와 궁성, △개성 고려궁성 조사연구 성과와 향후과제, △고려 본궐 배치체계와 주요전각 위치 재검토, △개성 만월대 출토 청자 유형과 특징, △개성 만월대 출토 금속활자의 가치 등의 주제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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