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오후 5시 30분경 서울중앙지방법원 동관 558호 법정에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일본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첫 재판이 시작했다. 길원옥, 이용수, 이옥선 할머니와 변호인단이 재판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현명하신 재판장님, 일본이 당당하다면 이 재판에 나와야 합니다. 우리는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판사 앞에 엎드려 울먹였다. 이 광경을 본 방청객과 일부 청경은 눈물을 흘렸다. 일본 국가를 상대로 한 역사적인 첫 재판정의 모습이었다.

13일 오후 5시 30분경 서울중앙지방법원 동관 558호 법정에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일본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첫 재판이 시작했다. 길원옥, 이용수, 이옥선 할머니가 원고로 참석했다.

이날 재판정에 원고로 나온 이용수 할머니는 유동석 부장판사가 발언 기회를 주자, 엎드려 울먹이며 “현명하신 재판장님, 일본이 당당하다면 이 재판에 나와야 한다. 일본은 죄가 있다. 우리는 아무런 죄가 없다”며 “30년 동안 대사관 앞에서 진상규명, 공식사죄, 법적배상을 외쳤다. 90살이 넘도록 죽음을 다해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저희를 살려달라. 죄가 없는 우리가 왜 대사관 앞에서 외쳐야 하느냐”며 “진실규명, 법적배상을 위해 일본 정부가 당당하다면 이 자리에 나와야 한다. 살피고 살펴달라.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이옥선 할머니도 “우리는 나이가 어려서 끌려갔다. 왜 위안부가 되어야 했느냐. 강제로 끌려갔다”며 “왜 일본이 재판에 나오지 않느냐. 아베가 나와야 한다. 우리는 공식사죄와 법적배상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불출석, 재판부, “국가면제이론 설득 방법 마련하라”

이날 재판에 일본 정부는 참석하지 않았다. ‘민사 또는 상사의 재판상 및 재판 외 문서의 해외송달에 관한 협약(헤이그송달협약) 13조에 따라 소송 서류 등을 받지 않은 연장선이다. ‘피촉탁국은 이를 이행하는 것이 자국의 주권 또는 안보를 침해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경우에 한하여서만 이를 거부할 수 있다’는 ‘국가주권면제’ 조항에 따른 것이다.

이번 재판이 ‘국가주권면제’가 쟁점이 되리라는 전망이다. 유동석 판사는 일본 정부의 불참 사실을 확인하며, “지금이라도 일본국에서 소송에 참여해 적법성을 적극 주장한다면 재판부가 고려하여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호인 측을 향해 “국가면제이론에 관해 설득할 만한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가 ‘국가주권면제’를 깊이있게 들여다보겠다는 의미이다. 재판부가 ‘국가주권면제’를 인정하면 재판은 기각된다.

이에 변호인단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는 반인륜적 전쟁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가주권면제 예외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펼 전망이다. 국내외 국제법 전문가를 법정에 세워 설득하겠다는 전략이다.

▲ 첫 재판에 참석한 이옥선, 길원옥, 이용수 할머니가(왼쪽부터) 첫 변론이 끝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재판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상희 변호사는 “관습법은 절대불변의 법리가 아니다. 관습법은 각 국가들이 어떻게 수용하느냐이다. 수용을 통해 관습법이 되는 것”이라며 “20세기 이후에 전 인류적으로 중대한 범죄는 나치의 만행이고 일본군‘위안부’이다. 기존 관습법을 갖고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재판청구권을 막는다면, 그건 헌법 가치 질서에 반한다. 우리나라 법원이 피해자 인권에 점점 다가가는 판결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류광옥 변호사도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는 불법행위는 국가주권면제이론을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국제인권법학회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와 관련된 국내외 전문가를 모셔 증언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6년 12월 28일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인 곽예남 할머니 등 20명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일본을 상대로 1인당 2억 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이다. 외교부와 법원의 소극적인 태도에 따른 소장 송달 절차 등으로 3년 만에 재판이 열렸으며, 다음 기일은 2020년 2월 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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