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노예가 되고 싶지 않은 것처럼 주인도 되고 싶지 않다 (링컨)

 

 타는 목마름으로
 - 김지하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소리 호르락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소리
 신음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 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 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평범한 한 남자가 서서히 괴물이 되어가는 영화 ‘조커’. 그는 유명 코미디언이 되고 싶은 꿈을 지닌 평범한 광대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젊은이들은 ‘더 나은 나’가 되고 싶어 한다. 왜? 민주주의 사회니까.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에게 자유와 평등을 약속하는 체제니까. 

 하지만 그의 꿈은 번번이 좌절된다. 영화 ‘젊은이의 양지’의 원작, 시어도어 드라이저의 소설 ‘아메리카의 비극’이 떠올랐다. 한 젊은이에게 신분상승의 꿈을 꾸게 하고는 끝내 사형수로 생을 마감하게 하는 아메리카의 비극!

 그는 전동차 안에서 그를 괴롭히는 금융회사 직원들을 살해하고는 사람들의 영웅이 된다. 사람들은 그를 모방하여 광대 마스크를 쓰고 기득권층을 향한 폭동을 일으킨다. 그는 서서히 범죄에서 희열을 얻는 ‘조커’가 되어간다. 
 
 그를 모방하는 범죄를 우려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미국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무차별 총기난사사건들.

 그를 모방하지 않는 젊은이들은 어떻게 될까? 그를 모방하지만 않으면 건전한 젊은이가 되는 걸까?

 꿈을 꾸다 꿈이 좌절되면 그 강력한 에너지들은 ‘폭력’으로 분출하게 된다. 남에게 향하지 않는 폭력은 자신을 향하게 된다. 온갖 정신 질환에 시달리게 된다. 하루하루 시들어가는 수많은 젊은이들을 보라!  

 ‘촛불 집회’를 다녀온 사람들은 말한다. 김밥을 만들어 가져와서 나눠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빵을 구워와 나눠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마구 춤을 추었어요. 사람들이 추임새를 넣어 줬어요.

 인간의 진짜 꿈은 이게 아닐까? 서로의 머리를 짓밟고 서려는 야욕이 아니라 서로 오순도순 사랑을 나누며 사는 삶.

 그래서 나는 ‘촛불 집회’가 눈물겹도록 사랑스럽다. 이런 사랑의 온기가 아직 남아 있는 우리 사회는 괴물을 낳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촛불 집회’는 승리해야 한다. 검찰 개혁, 언론 개혁, 교육 개혁, 재벌 개혁...... 하나하나 사랑이 서려있는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타는 목마름으로’ 외친다.
 
 ‘오직 한 가닥 있어/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살아오는 삶의 아픔/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 묻은 얼굴/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떨리는 치 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백묵으로 서툰 솜씨로/쓴다.’
 
 ‘타는 목마름으로/타는 목마름으로/민주주의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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