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항쟁 3주년에 즈음하여 28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전면적 개혁만이 촛불 민의를 실현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2016년 10월 29일 저녁 6시 서울 청계광장에 모인 3만여명의 시민들은 성난 파도와 같이 광화문광장을 넘었다.

민중총궐기투쟁본부가 주최한 이날 대회의 이름은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시민 촛불'. 

이날 처음으로 광화문광장을 점령한 촛불은 이듬해 3월 10일 박근혜 탄핵심판 선고를 이끌어내고 제19대 대통령선거를 열흘 앞둔 4월 29일 제23차 범국민행동의 날 '광장의 경고! 촛불 민심을 들어라'까지 연인원 1,700여만명의 참가를 기록하며 감동과 환희의 역사를 써내려갔다. 

한국진보연대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 시민·민중단체들은 촛불 3년에 즈음해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응답하라, 적폐청산! 촛불대개혁!!'이라는 제목으로 '촛불 3년에 즈음한 시민사회단체 입장발표 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불평등 해소와 사회대개혁을 촉구하는 제 단체 일동'명의로 발표한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총 23회에 걸쳐 1,700만명의 시민이 참여한 촛불항쟁은 박근혜정권을 퇴임시키며, 박근혜정권으로 대표되는 수구 적폐세력이 남겨놓은 반민주, 반민생, 반평화 적폐들을 남김없이 일소하고 사회의 전면적 개혁을 통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제기하였으나 3주년이 다가오는 지금, 우리의 심정은 매우 착잡하다"고 촛불 3주년을 맞는 심경을 밝혔다.

특히 박근혜 국정농단의 공범이자 잔당인 자유한국당이 국회 의석을 방패삼아 촛불 민의의 실현을 가로막기에 여념이 없으며, 급기여 정부 실정을 틈타 적폐언론과 극단적 수구 개신교 세력 등과 사실상 연합전선을 형성하여 촛불항쟁의 성과를 무력화시키고 우리 사회를 촛불항쟁 이전 시기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은 "스스로 '촛불정부'임을 자임하는 문재인정부가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에 불철저하게 임하고 심지어 개혁 역주행의 조짐조차 보임으로써, 그들에게 발호의 기회를 주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3년간의 경험으로 보아 "적폐세력과의 '협치'는 그들이 발호할 기회만 줄 뿐"이라며 "재벌개혁, 검찰개혁과 사법개혁, 정치개혁, 언론개혁, 교육개혁, 국방개혁, 국정원개혁 등 전 방위에 걸친 전면적 개혁만이 촛불 민의를 실현할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또 "(문재인 정부가)지금부터라도 철저한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 사회 불평등 해소를 위한 진정한 노력을 경주하여, 촛불정부의 초심으로 돌아가서 촛불 민의 실현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3년전 감동과 환희로 들끓었던 시민들은 이제 실망과 걱정과 분노의 감정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며 "적폐 정치세력인 자유한국당과 적폐 언론인 조·중·동, 그리고 아스팔트 극우파·수구적폐 기독교세력들이 연합하여 촛불항쟁으로 이룩해 낸 거대한 민주주의 대진전을 촛불항쟁 이전으로 되돌려려는 망동을 벌이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이제 촛불시민들은 1단계 촛불항쟁의 승리를 계승하여 진정한 사회불평등 해소와 사회 대개혁을 위한 2단계 촛불항쟁으로 승화시켜 나가자"고 독려했다.

김명환 민주노총위원장은 "촛불정부를 자임한 이 정부는 지난 3년간 누가 먼저 말하기도 전에 압도적 다수인 노동자·서민들의 소득을 올려 불평등을 해소하며, 한국사회 양극화의 결정적 지점인 비정규직을 없애겠다고 했으나 임기 절반이 지나가는 현 시점에서 소득주도 성장을 비롯한 모든 정책이 사실상 후퇴하거나 중단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지금은 집권 여당이 나서 재벌과 대기업들의 부를 늘려주기 위한 규제완화, 장시간 노동시간 고착화 등을 주도하고 있다며 "촛불정신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3년 전 노동자, 서민들이 '이게 나라냐'라고 개혁을 요구했던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강하게 우려를 표시했다.

김 위원장은 "노동자들은 정부에 소극적으로 요구할 뿐만 아니라 서민의 목소리를 모아서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철회 △노동시간 단축을 달성해서 노동자·서민이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11월 9일 여의도에서 10만 조합원들과 함께 노동악법 개악 저지, 노동기본권 확대를 위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박행덕 전농 의장은 "촛불혁명 3년, 이 정도 시간이 지났으면 뭔가 완성되어서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일은 이루어졌어야 하는데, 아직도 거리를 헤매고 있다. 정치개혁, 사법개혁, 민중의 삶을 높일 수 있는 사회개혁, 무엇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특히 "농민이 느끼는 개혁은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기류가 만연해 있다"고 하면서 "정부에서는 농민들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는 WTO개도국 지위마저 내놓았다고 말하고 있는데, 지금이라도 개도국 지위 포기를 철회하고 농민들과의 약속을 철저히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태호 시민사회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촛불 3년 동안 시민들이 바라던 촛불대개혁이 어느 만큼 와 있는지 평가해야 할 때"라며,촛불을 든 시민들과 정부가 모두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촛불의 기본정신은 "특권을 없애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며, 각종 권력남용과 권력유착을 없애는 것, 무엇보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사회적·경제적·정치적 독점구조를 해소하는 일"이라고 하면서, "(모두가)초심으로 돌아가서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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