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여러분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This is your problem, too."
스티븐 린튼(한국명 인세반) 유진벨재단 회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한의 결핵문제는 강건너 불구경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면서 이 문제에 한국 사회가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린튼 회장은 지난달 13일 북한의 결핵과 말라리아 퇴치사업을 위한 '글로벌펀드'(에이즈, 결핵, 말라리아를 퇴치하기 위한 글로벌펀드) 이사회가 2019년 10월 1일부터 2021년 9월 30일까지 4,170만 달러를 북한의 결핵(3,640만 달러)과 말라리아(530만 달러) 퇴치사업에 지원하기로 승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북측 당국과 최종합의에 이르지 못해 사업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사회가 좀더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일부터 24일까지 다제내성결핵 치료를 위한 정례 방북을 마치고 돌아온 린튼 회장은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유진벨재단 2019년 가을 방북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는 (북한 당국과 글로벌펀드의) 합의가 나기 전에 나서야 한다. 궁극적 결정은 제네바가 아니라 서울에서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30~40억원 규모의 예산이면 결핵으로 인한 재난을 피할 수 있다"며, "한국 정부와 사회는 그걸 마련하는데 책임감과 위기감을 느끼기 바란다"고 거듭 관심을 호소했다.
내년 6월까지 쓸 수 있는 결핵약은 확보되어 있지만 북측 의료진이 약 재고에 대한 걱정없이 결핵치료에 전념할 수 있으려면 항결핵제 부족사태를 막기 위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항결핵제의 운송과 통관, 검역절차 등을 감안하면 주문에서 배송까지 약 9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북측 당국과 글로벌펀드 사이 협의가 완료되기 전이라도 한국 사회가 나서야 한다는 것.
유진벨재단은 기자회견문에서 "결핵은 한반도에서 가장 큰 공중보건 문제이다. 결핵균은 지금 이 순간도 북녘 우리 동포의 몸속에 들어가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매년 13만명의 새로운 결핵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1만6,000명의 환자가 결핵으로 사망하고 있다. 그래서 유진벨재단은 한국사회의 책임있는 두가지 역할을 촉구하기 위해서 오늘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린튼 회장은 항결핵제 확보외에 한국 사회만이 책임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은 '다제내성결핵의 진단과 치료체계를 강화'하는 일이라고 제안했다.
내성이 매우 강한 변종 결핵인 다제내성결핵 치료를 위해서는 진단과 치료제 제공, 환자관리 등의 노력이 필요한데, 이번 방북기간 동안에 약 700명의 환자가 다제내성결핵 프로그램에 새로 등록하여 총 1,800여명의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으며, 8대의 진엑스퍼트(Gene Xpert)를 가져가서 평양, 개성, 남포, 평안남·북도와 황해남·북도에 총 21대, 대당 카트리지 250개 씩을 놓고 왔다고 밝혔다.
앞으로 조기진단과 치료 능력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현재 도에 2~3대씩 있는 진엑스퍼트를 모든 시군의 다제내성결핵 진단·치료센터에 보급하는 일이 시급한데, 진엑스퍼트 80대까지 면제 라이센스를 받아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온수보일러로 난방을 하고 단열과 통풍이 보장되도록 한 요양소도 50동 이상 설치할 수 있도록 건자재에 대한 제재면제를 받았다.
또 치료 확대와 환자관리에 필요한 결핵 환자용 교통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소형 차량에 대한 제재면제를 신청하고 다제내성결핵 치료센터에 입원치료하는 환자를 위한 특수영양보충제를 지원할 계획이다.
린튼 회장은 방북 20여일 동안 다제내성결핵 치료를 위해 매번 방문한 지역만 다니느라고 태풍 링링에 의한 피해나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관한 소식을 직접 접하지는 못했다면서 "올해 추수가 썩 잘된 상황은 아니며, 돼지고기는 먹어봤으나 돼지열병에 대한 언급은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돼지열병보다 훨씬 심각한 것이 결핵균 전염이다. 가장 크게 후유증을 앓게 되는 것도 한국사회이다. 글로벌펀드가 못하는 일을 한국사회가 해주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