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군사전문가)

브레이크 파열, 한국호

지금 시중에는 이회창 총재를 일컬어 `6년 짜리 대통령`이라고 부른다.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여당의 총재직을 사퇴하는 마당에 이 나라의 실질적 대통령은 이미 이회창씨며, 고로 6년의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는 말이다.

이런 시중의 여론을 감안할 때 나는 예비대통령 이회창씨와 그 동맹군인 조선일보에 그들의 문법을 그대로 빌어 몇 가지 질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최근 재보선에서 `호남정권`, `조폭정권`, `비리정권`이라는 공세가 유난히 기승을 부렸다. 야당 선거운동원은 가가호호 조선일보를 무가지로 살포하는 것으로 선거운동을 대신했다.
 
그러면 이회창 총재 측근 당직자 중에서 서울법대와 경기고, 경남고, 경북고, 경복고 출신이 아닌 고위 당직자가 몇 명이 되는가. 최측근은 이미 서울법대와 경기고가 완전 장악했고 말단까지 특정 학맥, 특정 지역 일색으로 채워진 퇴행적 인사행태는 민주당을 뺨친다.

아무리 눈을 씻고 보아도 호남 출신 당직자는 이환의 전의원 1명 밖에 없다. 강원도도 없다. 충청도도 단 1명이다. 조선일보와 월간조선의 역대 정치부장, 편집국장 중에서 호남출신은 없다. 영남과 경기출신이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다가 집권하면 `영남정권`, `비리정권`, `조폭정권`이라는 말이 안나올 수 있는 것인가. 조선일보가 아니라 사실상 `영남일보` 아닌가.


민족문제에 대한 무책임! 후안무치!

둘째, 현정부를 위기로 몰아간 그들의 핵심전략은 `색깔론`이다. 그렇게 색깔을 줄기차게 외쳐온 당사자의 색깔은 무엇이며, 그 색깔에 맞게 행동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먼저, 조선일보와 월간조선의 이회창씨에 대한 태도 문제다. 이회창씨는 김대중 대통령보다 4달 먼저, 3회에 걸쳐 김정일 답방을 촉구한 당사자다. 그러면 김 대통령이 김정일 답방을 촉구한 것이 `애걸`이고 `구걸`이라면 이회창씨는 뭔가.

대북 쌀지원 문제를 먼저 제의한 한나라당의 색깔에 대해서는 왜 철저히 검증하려는 노력을 안 하는지 밝히라. 월간조선은 좌우대립의 내전상태로 한국상황을 진단한 만큼 이 문제를 확실히 짚고 가지 않으면 안된다. 조선일보는 한나라당이 친북세력인지, 반북세력인지 밝힐 책임이 있다. 그래야 편파보도로부터 자유로운 정론이다.
 
다음은 한나라당이다. 이회창 대세론의 확산에 따라 내년 일만 생각하면 참아도 웃음이 나온다는 한나라당 분위기다. 그렇게 정권이 좋고 권력이 좋을까. 집권 후 대북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김정일 위원장과 대화할 용의가 있는가, 없는가? 한반도를 또다시 전쟁위기로 몰고 갈 것인가, 아닌가?

예비 대통령께서 여기에 대해 한마디쯤 `말씀`이 계셔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한 정객 말대로 `햇볕정책`이 아니면 `달빛정책`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걸 생각하면 어찌 웃음이 나올까.
 
지금껏 이회창씨는 기반을 쌓는 벽돌장이가 아니라 색칠장이였다. 대한민국을 설계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 여전히 벽돌은 쌓지 않고 페인트 통만 들고 서 있다면 그게 말이 되는가. 이제는 자신을 말하라.

[지난 김종대 시평]

평화를 위한 대화를 시작할 때
졸속 F-X사업에 국부 유출 4조원!
반 테러동맹의 위험한 승부수
문명 내부충돌 부추기는 미국형 전쟁경제학
전쟁을 둘러싼 비지니스
저 혼자 흥분해서 날뛰는 꼴불견
황금 이동을 둘러싼 거대한 음모
중동의 전운, `문명 충돌`은 오는가
인식의 혁명이 요구되는 시대
국민은 판단할 능력 있다
권위주의에 대한 위험한 향수
`실패한 대통령론`
미군철수에 대한 이상동몽(異床同夢)


<약력>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반핵평화운동연합 정책위원
평화연구소 연구원
14,15,16대 국회 국방위, 정보위의원 보좌관
15대 대통령직 인수위 국방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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