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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남북교류협력, 제도화 더욱 중요하다" 강영식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회장
이승현·황지은 기자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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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05  19:5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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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4일 취임한 강영식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회장은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관점에서 '새로운 북한'을 대하고 지속가능한 남북교류협력을 위해서는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조천현]

23년간 남북 교류협력 현장을 누빈 전문가답게 남북이 함께하는 공동 개발, 지속가능한 남북교류협력의 제도화 등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여러 계획이 거침없이 나왔다.

지난달 24일 정부 공공기관인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장으로 취임한 강영식 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같은 NGO(비정부조직)에서는 제안은 하지만 집행이 쉽지 않았다. 협회는 통일부 산하 공공기관이니까, 민간과 정부의 가교역할을 잘해주고 하면서 실질적으로 일을 집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볼만 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의욕을 보였다.

1996년 단체 창립과 함께 대북지원운동에 몸담아 23년을 일했고 이제 2008년부터 11년간 불리던 '강 총장'이라는 이름을 떼고 정부 영역에 담으면서 남북관계에 대한 일정한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자타공인 최고의 남북관계 전문가인 강영식 회장을 위해 지난해 북측인사들이 150번째 평양 방문을 축하하는 감짝 파티를 마련하기도 했다.

취임 후 나흘이 지난 9월 27일 서울 중구 퇴계로 협회 회장실에서 만난 강영식 회장은 갑자기 '어공'(어쩌다 공무원)신분이 된데 대해 쑥스러워 하면서도 '강 총장' 시절 주장했던 '한반도 아동기금'(Korea Children’s Fund, 코르세프), 한반도 공동개발과 균형발전을 위한 남북 공동의 개발기구인 '인터코리아 코이카'( Inter-KOREA Cooperation Agency), 남북 공동CIQ(출입사무실) 운영 등 남북교류협력의 미래에 대해서는 준비된 생각을 막힘없이 풀어냈다.

강 회장은 인터뷰 도중 시민사회 활동가,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을 여러 번 밝혔다. 또 협회가 정부 위탁사업에만 매몰되지 않고 '교류협력의 핵심 플랫폼'이라는 비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정부·민간의 가교역할을 하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취임하면서 제시한 △우리는 과거의 북한이 아닌 새로운 북한을 마주하고 있다 △새로운 상상력으로 남북교류협력사업을 디자인해야 될 시기에 직면해있다 △이걸 기회로 삼아서 담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남북교류협력 제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화두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과거 우리를 시혜자로 생각하고 일방적인 지원을 목표로 했던 관점에서 벗어나 이제는 쌍방향적이고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관점"에서 '새로운 북한'을 마주해야 하며, 가다 서다를 반복해 온 남북 교류협력을 지속가능하게,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제도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류협력의 제도적 보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물자가 오가고 통신이 보장되는 '삼통'을 제대로 해 나가는 것이며, 남과 북의 공동번영을 위해 북의 오너쉽(ownership)을 존중하고 우리는 협력자로서 상호책임성을 갖는 남북 공동개발의 관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전근대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는 교류협력 시스템의 한계를 넘어서, 우리 내부의 통합적인 체계도 필요하지만 남북이 공동으로 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을 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개성과 도라산에 따로 운영되어 번거로움만 더하는 출입사무소(CIQ)를 공동CIQ로 단일화해 운영하자는 것, 그리고 남북 아이들이 같은 꿈을 꾸고 같은 위치에서 삶의 질을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아동권과 건강권을 보장하도록 하는 '한반도 아동기금'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나아가 농업개발분야와 산림협력분야를 비롯해 각 분야에서 남북이 서로 어울려 일하는 공동협력 사업 모델을 만들고 공동기구화하여 평양과 서울에 사무소도 만들자고 했다.

남북을 오가며 실제 사무소도 만들어 다각적으로 함께 일해 나가면서 끈을 만들어 나가는 현대적 방법의 교류협력이 제도화되면 지속가능한 남북교류협력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밝혔다. 

3조원 규모로 유무상 개발협력사업을 하는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의 한반도 판이라고 할 수 있는 '인터코리아코이카' 구상을 언급하면서는 '한반도 공동개발과 균형발전을 위한 남북공동 개발기구'로 고민해 보자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제안되었다가 실현되지 못한 '남북경협공사' 구상과 유사한 형태이다.

교류협력에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는 대북제재와 관련해서는 현재 협회에서 개별단체들의 대북제재 면제 신청 절차 등을 지원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는 것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단체들이 개별품목에 대해 승인여부를 신청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대북 물자 반출권을 갖고 있는 정부가 인정하는 물자는 제재와 관계없이 지원될 수 있도록 지원단체들과 포괄적인 협력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정부는 유엔과 미국 등에 책임있게 대응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 강 회장은 협회가 정부위탁사업에만 매몰되지 않고 '교류협력의 플랫폼'이라는 비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사이의 가교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조천현]

 

 


교류협력 활성화위한 실질적 대책 세우겠다

□ 통일뉴스 : 먼저 회장 취임을 축하드린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서 23년간 일 해 온 대표적인 대북전문가인데, 지금까지 해온 일들과 비슷한 일인 것 같기도 한데...

■ 강영식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회장 : 지난 24일 취임했으니까 오늘로 4일 째다. 물론 일의 영역이라는 것이 대북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한다는 점에서 차이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방식은 좀 다른 것 같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비정부기구(NGO)로서 갖는 장점이 있고, 협회는 이제 통일부 산하 기관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보니까...

24년간 NGO 활동했던 패턴, 버릇이랄까 이런 게 있으니까 아직은 익숙하지 않다. 어차피 제가 협회장을 맡았으니까 빨리 적응을 해야 되고,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라고 하지 않나. 이제 공무원이고 기관장이니까 빨리 배워서 자리를 잡아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제는 포럼에서 코사지 달고 가서 축사도 했는데 아직 어색하다. 부지런히 해야 할 것 같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 나름대로 남북관계에 대한 일정 정도 책임성을 느끼기 때문에 어공이 된 지금도 협회는 사실 민간과 협력을 중시하는 공공기관이니까 앞으로 그 동안 민간단체에서 못해왔던 그런 일을 하고 싶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같은 NGO에서는 민간단체니까 제안을 하지만 이게 집행이 쉽지 않았다. 협회는 통일부 산하 공공기관이니까, 민간과 정부의 가교역할을 잘해주고 하면서 실질적으로 일을 집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볼 만 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 24일 취임사에서 여러 가지 중요한 발언을 했다. '우리는 과거의 북한이 아닌 새로운 북한을 마주하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상상력으로 남북교류협력사업을 디자인해야 될 시기에 직면해있다'. '이걸 기회로 삼아서 담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남북교류협력 제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표현 하나하나에 많은 의미를 담아서 준비한 것 같은데, 설명을 해달라. 

■ 내부에 있는 구성원들하고만 하는 취임식이니까. 협회는 오래전부터 알았지만 구성원들하고는 개별적으로 잘 아는 분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런데 협회장이 되면서 제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에 대해서 나눌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 의례적인 말보다 평소 생각을 좀 편안하게 말하겠다는 취지로 썼다.

강조하고 싶은 내용은 이런 거다. 협회는 공공기관이다. 2007년도에 출범할 때는 당시 경공업물자에 대한 상환 및 이행기구로 출발했는데, 2009년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경공업 원자재 제공 및 북한 지하자원 개발협력사업이 중단되고 협회도 어려움에 빠져 들었다.

그러다가 다시 통일부 업무를 위탁받아서 실무적 지원하는 일이 생겼다. 그렇게 10여 년 하다보니까 협회가 갖고 있는 '교류협력의 플랫폼'이라는 전략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 보다는 당면해서 정부에 대한 실무적 지원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되어 있다.

그런데 대통령께서 최근에 평화경제라는 발언도 하시고, 또 남북관계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조만간에 급속도로 재개될 가능성도 보이는 마당에, 지난 시기에 협회가 어쩔 수 없이 가지게 됐던 관성을 버리고, 새롭게 진취적이고 창의적을 일을 해나가자. 저는 뭐 이런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뭐 아무 방향없이 갈 수는 없으니까 핵심과제를 하나 보자는 것이다. 

생각하고 있는 핵심 과제의 하나는  9.19공동선언에서 나왔던 '민족 공동번영과 경제 균형발전을 위한 다방면의 교류와 협력을 해나가자'는 합의, 그리고 '다방면의 교류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들을 강구하자'라는 언급이다.

우리 협회는 바로 그 '다방면의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질적인 대책은 예전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지 않나. 예전엔 적대적인 관계 속에서 진행된 교류협력이었고, 지금은 공동번영과 균형발전의 분명한 전략적인 목표를 갖고 해나가는 교류협력이라면, 앞으로는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교류와 협력을 지속가능하게,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추진해 나가기 위해서는 제도화가 중요하고. 제도화를 위해서는 우리 협회가 창의적으로 노력해나가야 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북한에 대해 말하는 것은 과거 우리를 시혜자로 생각하고 일방적인 지원을 목표로 했던 관점에서 벗어나 이제는 쌍방향적이고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남과 북이 공동번영하자면, 또 그 중에 상당 부분이 북한의 개발이라면, 그 일차적인 책임은 북한에 있는 것인 만큼 북한의 오너쉽(ownership)을 존중하고 우리는 협력자로서 상호책임성을 갖는 이런 것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쌍방의 협력이 돼야 하기 때문에 이제는 '우리가 물자를 주는데 왜 안 받느냐'하는 일방적이고 시혜자의 관점이 아니라 북한 개발에 대해 책임있는 북 당국과의 책임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새로운 북한'을 이야기한 것이다.

그런데 고민은 이런 것이다. 실질적인 대책이 뭐냐, 제가 예전부터 민간단체 일을 하면서 느꼈던 것은 우리가 평화와 번영 얘기를 많이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교류협력 시스템은 전근대적이라는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예를들어 방북을 한번 할려면 초청장 받는데 2~3주 걸리고, 우리 정부로부터 승인 받으려면 또 얼마간의 시간이 걸린다. 만남과 대화도 그렇고 통신도 마찬가지이다. 또 가장 중요한 물자의 통행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남북간 교류협력의 핵심은 사람과 물자가 오가는 통신, 통행, 통관(3통)이고 9.19공동선언 군사분야합의서에서도 민간의 교류 협력을 위한 3통을 군사적으로 보장하자는 내용이 있다.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교류협력의 제도적 보장은 사람과 물자가 오가고 통신하는 3통을 제대로 해 나가는 것이다.

   
▲ 강영식 회장은 남북이 서로 어울려 일하는 공동협력 사업모델을 만들고 공동기구화하여 평양과 서울에 사무소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사진-조천현]

남북이 갈등 조정하면서 통합하는 사업별 공동기구 만들어야

그런점에서 공동 검역, 공동 통관, 공동 입·출경을 하는 공동 CIQ를 한 군데 만들자고 제안한다. 지금 출입경사무소(CIQ)가 남북 두 개로 분리돼 있지않나. 파주 도라산 가서 출경하고 바로 몇 km 안 가서 개성에서 출경하고 물자도 그런 방식으로 해서 한 두시간 소비하는 데, 그럴 필요가 뭐 있나. 

개성이 됐든 도라산이 됐든. 남북 공동의 CIQ를 만들자. 이건 매우 큰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을 추진하고 있는데, 서울과 평양을 자주 자유롭게 오갈 수 없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IOC(국제올림픽위원회) 같은 곳에서 그게 가능하리라고 생각할 수 있겠나.

금방 확 바꿀 순 없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월드컵 예선 평양경기에 축구선수단과 중계팀, 응원단부터, 또 아프리카 돼지열병 남북 공동방역부터 3통이 열리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 협회는 교류협력과 관련한 정책 대안을 연구하고 실무 지원을 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 공동 CIQ 얘기는 처음 듣는데 참신하게 들린다.

■ 공동 보세구역도 만들고  공동 검역기구도 만들고, 남북이 같이 서서 일하는 것이다. 남북이 공동으로 같이 일하고 서로가 갈등하면서 조정하고 통합해 나가는 과정을 거치는 이 점이 중요하다.

지금 대표적으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있는데, 과거 남북이 함께 했던 기구로 대표적인 것이 개성공단관리위원회이다. 그리고 6.15민족공동위원회가 있다.

개성공단은 같이 움직였지만 6.15민족공동위원회나 개성 만월대 발굴은 남북이 공동의 조직을 만들었다. 6.15남측위와 북측위가 있었고 만월대 발굴도 남측과 북측 조직이 따로 있었다. 

지난 시기 남북이 어려워서 대부분의 공동사업이 다 끝났을 때도 이 세 가지가 꾸준히 유지됐던 이유는 남북이 공동으로 사업을 하면서 기구화, 제도화를 실현하니까 정치, 군사 상황과 일정 정도 구분해서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이 생긴 것이라고 본다. 서로 맺어진 끈이 있어야 되는 것이다. 

끈을 만들자는 것이 핵심이고 현대적인 방법의 협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향후 개발 협력의 추진방법은 우리도 통합적인 체계를 만들어야겠지만, 남북이 공동으로 협력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이번 돼지열병의 경우 지금같은 방식으로 확산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도 힘든 문제지만, 북측 당국과 판문점에서 만나기 위해서 며칠을 소요하고 물자를 보내기 위해서 또 한 두달을 허비하며, 우리는 또 그 기금지출을 결정하기 위해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돼지열병은 전국적으로 파다하게 전파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우리 내부의 시스템의 문제도 있지만 기존 남북 간 협력 수준의 문제이다. 공동번영, 평화외교 등 주장하는 수준은 높지만 실질적인 협력 진행은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대안은 예컨대 '돼지열병 긴급방역을 위한 남북 공동 조직'을 만들어야  된다는 것이다. 남 따로 북 따로가 아니라. 그래서 북에서 남쪽 돼지열병 발생지역에 가서 같이 방역도 하고 검사도 하고, 우리 전문가들도 같이 북의 돼지열병 발생지역에 들어가고 그래서 남북이 공동으로 가장 효율적이고 신속한 돼지열병 방역체계를 협의해 나가야 한다. 

그렇게 서로가 같이 일하는 방식을 배워야만 그것이 소위 국가연합까지는 아니더라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실질적인 통합의 연습을 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말씀하신 취지는 충분히 알겠고 공감도 되는 바 있는데, 지금은 남북간에 연락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 아닌가. 돼지열병 같은 경우에도 공동방역을 제안했는데 북에서 답이 오지 않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소장회의는 계속 불통인 상황인데...

■ 거꾸로 말하자면, 지난해 9월 19일 감염병 공동예방과 산림협약을 합의하지 않았나. 그에 따라 물자가 가고 사업이 시작된 것이 12월, 올해 초이다. 3,4개월이 걸리는 거다. 결핵, 말라리아 등 감염병 문제에는 수의 방역도 포함되어 있었다. 

지금 돼지열병이 인간한테는 전염이 되지 않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한반도 생태계에 굉장히 위험한 문제인만큼 미리 준비를 했어야 된다.

남북 모두가 일정한 책임을 갖고 실무기구 등을 만들어 나갔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남북관계가 안좋아지니까 중단되어 버린 것이다.

만약 9.19선언 이후 신속하게 공동 방역기구, 공동 산림녹화 추진 기구가 만들어졌다면, 올해 들어서 남북관계가 이렇게 좋지 않더라도 쉽게 깨지지 않는다. 남북이 이미 제도적으로 공동기구를 구성했다면 그건 그것대로 운영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그럴 수 있지만 남북 정상이 합의한 감염병, 공동방역, 산림녹화 협력은 그것과 다르지 않나.

남북이 공동으로 개성공단 관리위원회나 만월대처럼 그런 공동기구를 개성이나, 파주, 사리원 같은 곳에 빨리 만들어놓고 물자와 사람이 오가도록 했다면 남북의 교류협력 수준은 계속 유지됐을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교류가 활성화되어서 제도가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제도화가 지속적인 교류를 보장한다고 말할 수 있다.
 

제도화가 지속적 교류활성화의 관건

자꾸 제도화의 문제를 말하는 것은 23년의 경험 때문이다. 물론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남북 관계는 가다 서다, 했다 말았다를 반복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정부의 불허조치에 반발해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방북을 거부하다가 6년만에 간 게 작년이다. 

우리가 지원했고 많은 민간에서 지원했던 제약공장, 병원, 협동농장 등사업장에 가 보았는데, 이런 곳은 남쪽의 지원과 협력으로 인해서 상당히 많이 발전했던 게 사실이다.

지난 2005~2007년 많은 단체들이 개발협력을 하면서 남북이 공동 협력했던 병원들도 세워지고 제약공장도 완성되었다. 지금은 기억도 잘 나지 않을 만큼 준공식을 위한 직항로 방북도 많았는데, 2008년 이후 다 중단되지 않았나.

북측에서 중단을 생각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멈춰버리니까 번듯하게 지어진 병원, 공장, 기관들이 그냥 폐허가 되어 버렸다. 공사가 중단되고 폐허가 된 건물들, 그것이 남북교류협력의 상징이었다. 번듯하게 뼈대는 올라갔는데 폐허가 돼버린 것이다. 나에게는 그것이 남북관계의 상징으로 보였다.

예를 들어 어린이병원 준공식을 2007년에 했는데, 3년동안 자재도 들어오고 선생들 교육도 해야 되고, 기자재도 바꾸어야 하는 상황에서 몇달만에 중단된 것이다.

물론 그것을 북측 당국의 책임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3~4년간의 개발에 합의하고 진행한 우리의 책임도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민간단체가 아무리 정치적·군사적 상황과 관계없이 남북관계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을 하지만 속수무책이지 않나. 그리고  민간차원의 교류협력이 활성화됐다고 하지만 남북관계는 기본적으로 정치적인 문제가 있다. 그게 해결되지 않으면 민간참여가 어렵다. 뼈저리게 느꼈다.

그런데 이제 새로운 시대가 왔다고 그러지 않나. 그렇다면 '민족 공동의 번영의 시대'. 옛날로 돌아갈까? 다시 돌아간다고 치더라도 남북관계가 나빠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가다 서다가 반복되는 상황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있어야 한다.

남북관계가 좋았던 2000년부터 2008년까지가 있었다면 그렇지 않았던 시기도 있었다.

우리가 경험한 그 두 개의 20년에 대한 평가속에서 앞으로의 새로운 20년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담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간에서 주장하는 지속가능성, 민간의 자율성은 말로만 해서는 가능하지 않다.

남측에서는 법률화가 제도의 핵심이고 북도 마찬가지로 남측과의 협력사업을 법적·제도적으로 보장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제도화를 이루기 위한 실질적 대책으로서 3통의 보장, 그리고 남북이 각종 공동기구를 만들어서 공동 정책 수립과 집행, 함께 일하는 연습을 배우면 설사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더라도 그 구조는 굴러간다는 것이 핵심이다.

또 하나 반성할 점은 현 정부 들어서 2년이 지나고 3년이 다 되어 가지만 여전히 해낸 게 없다는 것이다.

   
▲  강영식 회장은 한반도 아동기금, 산림녹화 공동기구, 농업개발협력기구, 남북공동CIQ 등 다양한 형태의 남북공동기구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조천현]

분야별 남북공동기구 설립해 함께 일해야

□ 남과 북이 같이 일하는 경험을 제도화하는 공동 출발점으로써 공동 기구를 만들자는 것인데... 

■ 지난해 4.27남북정상회담이 확정되고 나서 제가 제안했던 의제가 '한반도 아동기금'(Korea Children’s Fund, 코르세프)이다. 교류·협력하면서 서로가 동질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같은 민족, 같은 핏줄이기 때문에 동질감을 느낀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은 다민족사회지만 동질성을 느끼는 경우가 많지 않나. 동질성은 삶의 질이 비슷해야 느끼는 거다. 마침 너무나 다행스럽게 남북정상회담의 화두도 균형발전이었다. 

남북간 삶의 질이 확연히 다른 분야가 식량과 산림이다. 남쪽에 200만t의 쌀이 남아 돌지만 북은 백만t 이상이 부족하다. 남쪽의 산림은 이미 울창한 수준이지만 북은 산림의 30% 이상이 황폐하다.

저 스스로 제일 마음 아프게 생각하고 인도주의 원칙이 중요하다고 느낀게 뭐냐면 남북 아이들의 관계다. 서울이나 부산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5살이 되기 전에 과체중이나 비만에 걸릴 확률이 10%인데 청진이나 혜산에서 태어나면 5살 이전에 저체중이나 급성 영양실조에 걸릴 가능성이 10%나 된다.

과거 미국 부시행정부가 북을 악의축이라고 공격할 때 논리가 아이들을 이렇게 키우는 나라가 무슨 정상국가냐는 논리였고 당시 우리 보수정부도 거기 편승했다.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인데, 우리 NGO들이 제대로 지원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북은 또 문을 닫았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아이들이 같은 꿈을 꾸고 같은 위치에서 삶의 질을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아동권과 건강권을 보장해야 한다. 남북 정상이 만나서 '그 아이가 남에서 태어나든 북에서 태어나든 건강하게 자라서 통일조국의 역군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합의를 하자는 취지에서 코리아 유니세프를 제안했었다.

□ 이게 4.27 선언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진 않지만 그런 기구 제안을 했다는 건데...

■ 우리가 민간 지원을 제안했고 산림녹화 공동기구, 그 다음에 또 할 수 있는 게 농업기구가 있다. 남북 공동의 농업개발협력기구. 그래서 중요한 중장기적 개발협력의 시스템은 남북의 협력이 아니라 남북의 공동협력, 즉 남북이 공동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의 조직, 기관을 만드는 거다.

모든 협력사업들에서 남북이 함께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제도화를 탄탄하게 하고 정치적인 상황과 관계없이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핵심적인, 제도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 지극히 당연하다는 생각도 드는데, 지난 2005~2007년 한창 교류협력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그 시절에도 이런 발상들이 실현되지 못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

■ 남북 사이에 개발협력 교류가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이루어졌는데, 7년의 경험만 가지고는 쉽지 않다. 만약 교류협력이 단절되지 않고 계속 됐다면 이런 발상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을까. 쉽게 장담할 수 없다고 본다. 

남북 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또 10년이라는 단절의 기간을 겪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런 창의적 발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 그러냐하면 되다, 안되다. 되다, 안되다 하는 경험이 쌓이지 않았나. 그러면서 우리는 앞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남북 사이의 교류협력이 흔들리지 않도록 보장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 것 아닐까.

그러니까 지난 10년의 경험을 나쁘다고 생각할 일만은 아닌 것이, 새로운 교류협력을 디자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양분이 이 시기에 생겼다고도 할 수 있다.

북에서 쓰는 표현을 빌리면 단절의 10년과 잘 됐던 시절 10년을 묶어서 20년 세월을 과거의 한 시기로 보고 '단번 도약'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지금 대북 지원단체가 120곳이 넘는데, 과연 이 단체들이 각각 대북지원하는게 맞는 것이냐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한다. 과거 남북관계가 좋지 않을 때에는 인도지원에 대한 이념적 공세가 커서 변명도 했지만 실상 어려울 때 인도지원이 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건 인도주의가 아니다. 스스로 비겁하다고 느낀 적이 있다.

이제 우리는 '북한 인민들의 삶의 질을 증진시키기 위한 북한 당국의 노력을 지지하고 그들과 협력한다'는 국제개발의 원칙에 대해 말한다. 

정치적 태도나 이념과 관계없이 북한 인민들의 삶을 개선하고 개발하는 주체는 우리가 아니라 북한 당국이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당연히 북한 당국의 오너십을 존중하고 거기에 책임감을 갖고 협력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서로의 오너십을 인정하고 상호 책임성을 강조하는 것은 결과에 대해서도 공동으로 책임을 진다는 거다. 

예를 들어 산림녹화사업 10개년 계획을 세운다고 하면 한반도 전체를 두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리아 유니세프 계획은 남북이 공동으로 10년 후에는 유아영양지수를 OECD 최고 수준으로 만들자는 목표를 같이 결의하고 단계별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해 나가자는 것이다. 

그런 협력의 비전이 필요한데, 그러자면 당연이 공동기구가 필요하지 않겠나. 그 기구에서 서로 책임을 지고 같이 일을 해 나가면서 공동 보고서도 내고...

작년에 대북지원 20년을 남북이 공동으로 평가해 보자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지난 1997년 정도에 시작한 대북지원 사업이 20년이 되도록 우리는 북과 공동으로 문건을 낸적이 없다. 지금까지도. 공동으로 하지 않았다는 거다. 앞으로는 남과 북이 공동의 협력사업을 해야 한다.

□ 주요 사업별로 공동기구를 만들고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북쪽에도 사무소를 내고 하자는 것인데, 지금 새로 남북관계가 본 궤도로 들어서는 시점에서 우리가 새로 그런 걸 시도를 한다면, 큰 문제 없이 합의 될 수 있을까.

■ 사람들이 북에 가서 상주하면서 돌아다니고 그래야 자가용 몰고가서 개성 하루 관광하고 옥류관에서 냉면 먹는 꿈이 가능하다. 그런 것도 없이 단박에 평양가서 냉면 먹는 꿈 꾸는 거는 웃기는 일이다.

현재 남북간에 다양한 실질적 접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북이 선뜻 남쪽의 공동기구 제안을 받아들여서 평양에 남쪽 사람들이 상주하도록 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거꾸로 우리는 가능할까? <우리민족끼리> 서울지국이 쉽지 않은 것 처럼 <통일뉴스> 평양지국도 쉽지는 않을 거다.

서로가 쉽지 않지만 첫 걸음을 떼는 것이 중요하다. 제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이임사에서 한 말이 '못 이룬 꿈이 하나 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평양사무소 초대 소장의 꿈을 못 이뤘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내가 평양 사무소를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느냐 하면 사실 많이 노력하지 않았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도 그렇게 하면 안된다. 쉽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진지하게 북과 토론해야 된다. 어설퍼서는 안된다. 

이제는 그 시대가 됐다고 본다. 평화 번영의 시대에 대한 남북 정상의 합의가 있고 '인민경제 향상'을 전략적 방향으로 생각하는 김정은 위원장이 사고가 열려있는 시대에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내용인데, 아직 우리는 준비되지 않은 것 같다. 

북의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과 우리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겹쳐서 공동으로 협력할 수 있는 청사진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노력은 부족하지 않나.

그런 상황에서 우리의 요구대로만 할 수 없는 측면도 있고, 북의 열린 자세도 필요하다. 북도 조심스럽지만 열려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일방적인 협력 방식을 버리고 공동으로 협력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것부터 시작하면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특히 남북이 '그 나라의 개발협력은 당사자 국가가 책임을 지고 진행하고 다른 국가는 협력한다'는 국제개발의 원칙만 지킨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런데 이건 사실 꼭 자신있는 말은 아니다. 다른 나라와 국제개발의 원칙에 입각해 협력을 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 북은 같은 민족이기 때문이다.

□ 작년에 방북해서도 지금까지 이야기한 남북이 같이 일할 수 있는 공동기구를 만들고 북측에도 상시 왕래할 수 있는 문제가 협의 되었는지.

■ 제가 남쪽에서 그런 주장을 굉장히 많이 했다. 그런 걸 북은 거의 100% 알고 있다. 최근에 처음 방북한 것이 작년 10월 4일이고 북민협(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으로는 3번 갔는데, 북측 민화협 대표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북민협을 경제단체라고 부르더라.

9.19선언 이행 때문에 바쁜데 백 몇개나 되는 단체들이 자꾸 평양에 오겠다고 해서 '경제단체는 2019년에 할 일이 많으니 좀 기다리십시오'라고 이야길 하길래 '왜 경제단체냐'라고 물었더니 '강 선생이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 이제는 잘 사는 남한이 못사는 북한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민족경제의 균형발전을 위해 소위 지원사업이나 개발협력해야 된다고 말씀하지 않았느냐. 그럼 경제단체 아닙니까"라고 하더라.

그래서 잠깐 멍하다가 '그래도 인도주의를 내세우며 20년을 살아왔는데, 갑자기 경제단체라고 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느냐. 그럼 어떻게 할지 서로 고민해 보자' 정확하게는 이렇게 된 거다.

앞으로 우리도 '인도지원'이라는 말 안쓰고 북도 안쓴다. 그런데 그게 우리도 그렇고 북도 그렇고 쉽지 않다.

9.19 평양공동선언의 핵심이 뭐냐하면, 내 입장에서는 인도주의가 사라진 것이다. 남북 사이의 인도적 문제는 이산가족 문제 밖에 없는 거다. 그동안 삶의 질을 같게 한다는 개발협력은 어디로 갔느냐 하면 '민족경제의 균형발전'으로 가 있다.

그런 주장을 계속 해온 나로서는 고마운 건데, 앞서 북측 민화협 대표는 '전략적 인도주의'라는 표현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거기에 대해서는 토론하지 못했다. 

우리가 인도주의 시대의 종언을 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제 '민족경제 균형발전'의 시대가 왔다는 이야기도 여전히 쉽지 않다.

교류협력이 단절된 시기, 김정은 위원장의 북한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본다. 그 10년동안 북한 주민들의 머릿속에 남쪽은 없었을 것이다. 난 그 점부터 우리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한반도 평화 번영의 시대가 도래하면 옥류관에 가서 냉면도 먹고 백두산 트래킹도 꿈꾸지만 과연 북한 주민들도 그런 꿈을 꾸겠나. 해운대, 제주도에 놀러가는 그런 꿈 안꾼다.

이런게 어떻게 연결되냐 하면, 다른 나라에서 하는 것 만큼 준비도 하지 않으면서 북의 철도 현대화, 지하자원 개발을 당연히 우리가 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나라들도 북한에 대한 개발, 경제협력을 준비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지원없이 북이 뭘 할 수 있겠나, 같은 민족이니까 우리와 같이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통일대박'하고 똑같은 생각이다. 

   
강영식 회장은 특히 '한반도 공동개발과 균형발전을 위한 남북공동 개발기구'로 '인터코리아 코이카' 구상을 밝혀 주목된다. [사진-조천현]

남북 공동협력기구-인터코이카 구상 고민 필요하다

□ 지난 10년간 단절됐다가 새로 교류가 시작되는 단계에서 또 멈춰져 있는 상황인데, 각자 충분히 반성적으로 검토도 하고 새로운 길에 대한 모색도 하고 했었지만 뭔가 남북이 나아갈 길에 대한 합의같은 것이 완료된 것 같지는 않다.

■ 그러나 국제상황은 그렇게 변하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도 굉장히 빨리 준비해야 된다.

□ 우리가 다시 한 자리에 만나게 되는 계기가 마련이 된다면, 그 때 다시 시작해서 남북공동의 협력의 길을 먼저 정해야 되겠는데...

■ 지금까지 한 이야기는 아이디어, 디자인 정도이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건지는 앞으로 많이 따져봐야 된다. 정부나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협회하고.

□ 전액 정부예산으로 움직이는 협회로서 독립적으로 이런 교류협력 정책에 대해서 제안하는 역할을 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 협회가 2007년부터 '경공업 원자재 제공 및 북한 지하자원 개발협력사업'을 시작했는데, 할 일이 없어지니까 정부 위탁사업을 받아서 하게 된거다. 그런데 협회의 원래 목적, 비전은 무엇이냐하면 '남북교류협력의 핵심 플랫폼'이 되자는 거다. 그런 비전과 정부 위탁사업 수행은 좀 거리가 멀다.

아직 4일 밖에 안됐지만, 협회와 협회 구성원들이 보다 더 큰 가치를 두어야 할 일은 홈페이지에도 나와 있는 것 처럼 잘 만든 남북 교류협력의 핵심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우리 비전을 맞추고 사업도 해야 된다.

거기에 정부 위탁업무와 통일부 지원사업을 잘 해야 하는 것도 들어가지만, 거기에 멈춰선 안되고 민간과의 협력을 잘 해나가야 한다. 민간 네트워크를 잘 구현해 나가고 아까 말한 3통 같은 걸 통한 연구를 해 나가야 된다. 누가 연구하겠나.

물론 협회 예산은 전액 정부로부터 나온다. 협회를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 것인지에 대해 정부와 진지하게 협의해 나가야겠지만 창의적인 발상이 필요하다. 제가 민간단체 시절에 주장했던 '인터코리아 코이카'도 검토해보고 싶다.

□ '인터코리아 코이카' 구상에 대해 설명해 달라.

■ 외교부에서 운영하는 한국국제협력단, 코이카는 3조원이라는 엄청난 기금으로 개발협력사업을 한다. 내 기억엔 외교부에서 1991년 90억원 정도로 시작해서 국제개발협력단을 만들었다.

30년 가까이 세계 수십개 나라에 3억달러 이상의 유무상 개발협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와 민간의 네트워크, 해당 국가의 협력, 활동가들의 의지 등이 잘 아우러져서 의식있는 젊은이들이 코이카 연수를 선호한다.

현재, 남북 개발협력에 쓸 수 있는 공식적인 정부 예산은 6천~7천억원 정도 된다. 통일부 남북협력기금과 지방자치단체들이 갖고 있는 예산도 1천억대이고 다 합치면 무료 1조원 가까운 예산을 쓸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지자체와 기업, 민간, 협회가 모두 제 각각 그 일을 담당하다 보니 예산을 집행하는 체계가 다 분절적이라는 것이다.

아까 말한 코리아 유니세프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남북간 개발협력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코이카는 우리만의 조직이지만 인터코리아 코이카는 남북이 같이 만드는 조직이다.

남북공동으로 한반도 개발을 위해 수백명의 전문가와 각 지역 실무자들로 구성하는 거다. 사무소는 평양이나 서울에 두고 중장기적으로 남북이 공동개발, 농업개발 등을 진행하는 것, 그게 균형발전이다. 

균형개발 자체가 균형적으로 발전해 나간다는 의미가 있지만. 그를 위한 중장기적인 플랜을 짜자는 것이다. 난 그게 노무현 대통령이 못다 펼친 노무현 플랜이라고 본다.

우리가 평화와 번영을 주장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의 질을 공유하는 인도주의 공동체의 청사진을 갖는 것 아닌가. 이런 청사진이 없는 상태에서 주장하는 평화와 번영은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핵심적인 제도는 '인터코리아 코이카'라고 생각한다. 이게 노무현 정부 당시 논의됐던 남북경협공사 같은 공기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본다.

□ 평화경제에 대해 말은 무성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 평화경제는 합의 된 민족경제 공동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우리만의 조직이 아니지만 하여튼 우리가 조직을 먼저 만들어야 하는 거다. 어쨌든 저는 그런 의미에서 인터코리아 코이카를 주장해 왔다. 실질적으로는 교류협력을 체계있게 진행하고 제도화하는 별도의 공사 내지는 공단을 만드는 것일 수 있지만.

아무튼 협회장이 된 뒤에도 그 생각은 아직 버리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업무를 더 파악하면서 고민해야 할 일이다.

□ 남북 당국이 2006년 6월에 경공업원자재 제공, 지하자원 개발 연계추진 이런 목표로 각각 협회와 민경련 산하 명지총회사를 이행기구로 지정을 했는데, 지금 이게 여전히 유지가 되고 있나.

■ 2007년 10.4 선언 전에 남북경제협력 추진위원회에서 경공업 합의를 했고, 그해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를 이행기구로 지정하고 5월에 법인 설립을 했다. 공공기관 지정은 2012년에 됐다. 

2007년에 비누, 의복, 신발 등 8,560만 달러 어치를 우리가 보내고 합의에 따라서 3% 240만 달러는 즉시 돌아왔다. 그게 단천에 있는 마그네사이트하고 아연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6년 거치 후 2014년에 주기로 한 거다.

문제는 이때 남북관계가 안좋아진 거다. 우리도 달라고 이야기하지도 않고 북측에서도 주겠다는 얘기를 하지도 않고. 

그러니까 북이 주겠다고 했는데 우리가 거부한 것도 아니고. 어쨌든 북은 약속을 지킨 거다. 이행기구인 협회에서는 북에서 받은 자원을 팔아서 우리 해당 기업들에게 돈으로 다시 돌려주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머지 문제는 실질적으로 우리 한국은행과 북의 조선중앙은행 간의 관계이다. 나머지 97%, 8,000만 달러 결제가 남아있으니까 보내라고 하면 후속조치가 진행되면 되는데, 지금 광물은 제재 대상이 되지않나. 제재 때문에 진행이 안되는 거다.

□ 협회 홈페이지에는 명지총회사가 여전히 이행기구로 지정되어 있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 지금 협력, 협의는 진행이 어렵지 않나.

■ 당연히 지금 협력이나 협의가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북에서도 분명히 알고 있다. 교류협력이 재개됐을 때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부가 판단할 문제이다.

□ 단천 광산 3개에 대한 사업이 진행되는 걸로 되어있는데, 이것도 지금 계속 진행될 수는 없는 상황인데.

■ 조만간 남북관계가 재개돼서 단천에 대한 지하자원 개발사업, 공식적인 이름이 '북한자원개발사업'인데, 협회의 공식적인 입장은 차관 상환하고 향후 단천 지하자원 개발 사업의 본격적인 추진을 재개한다는 것이다. 그 준비를 우리 협회가 하고 있는거다. 그건 협회의 분명한 목적이다.

□ 작년 11월에 한강 하구 공동 조사, 병해충 방지, 양묘장 현대화, 산림 협력 사업. 이런 것들을 통일부 수탁과제로 받았는데, 민간단체들하고 업무협력은 어떻게 진행되나.

■ 이 문제는 민간단체와 관련성이 있기 보다는 정부가 한 조사사업을 수탁받아서 협회가 진행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공동유해발굴은 용역을 주고, 산림협력은 구매계약을 체결하여 물자 구입을 한 뒤 북에 수송을 하는 것이다. 산림 협력이나 감염병 회담에 협회가 참여하진 않지만 결정되면 이행하는 식이다.

민간단체와의 관계는 최근 협회 내에 설립한 이번 남북교류협력종합상담센터라든지 유엔 대북제재라든지 대북지원정보 같은 걸 통해서 자료를 제공하고 역량강화에 도움을 주는 것들이 있겠다. 지금은 협회가 유엔제재 면제 신청에 실무적인 지원을 해주는 그런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더 넓혀 나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종합상담센터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었다. 교류협력 단절시기를 거치면서 민간과 지자체의 실무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는데, 운영은 순조로운가.

■ 협회가 실무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다들 관심이 많다. 민간 역량강화에 기여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지원하는 일은 김연철 (통일부)장관의 관심사업이기도 하다.

그동안 협회에서 나름대로 상담과 가이드 역할을 해 오기도 했다. 광역 지자체들은 사실 자기 라인들이 있는데, 종합상담센터에는 특히 기업들이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다.

얼마전에 만들어서 이제 시작하는 단계에 불과하지만 수요는 확실히 있고 센터를 통해서 단순히 상담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면 북측과도 연결하고 또 실무적으로 지원하는 일들이 굉장이 많이 있다. 

보다 더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공간도 좀 넓혀야 하고 인력 충원도 필요하다. 역량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면 예산도 늘어나지 않겠나.(웃음)

   
▲ 강영식 회장이 지난 24일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제7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물자반출 승인권 가진 정부가 민간단체 지원에 포괄적 허가 적용해야

□ 협회에서 대북제재 자료집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는데, 대북제재가 처음에 생각했던 이상으로 교류협력에 장애를 조성하는 정도가 심각한 것 같다.

■ 쉽지 않다. 여러 건을 지원했는데 아직 한 건도 면제를 받은 건 없다. 일단 보다 좀 효율적으로 제재면제를 받을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해 보려고 하고 민간단체와 협력하고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단순히 면제 절차를 받는 실무적인 지원에서만 머물 게 아니라는 생각도 있다.

인도적 지원의 물자, 개발협력의 물자는 UN 제재에 해당되지 않는 건데. 그렇다면 적어도 우리 정부가 책임있게 민간단체들의 인도적 물자를 포괄적 허가, 즉 화이트리스트를 적용하는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정부는 다른 정부와 달리 대북 인도지원에 대해 승인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자반출 승인권을 갖고 있지 않나. 유엔에서 승인받고 또 우리 정부에 승인을 받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이중으로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 아닌가.

아직은 우리 정부가 대북지원에 물자반출 승인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승인하고, 또 반출 절차에 대한 지원을 우리 협회가 하고 있으니까 민간단체들이 개별적으로 힘들게 면제를 받도록 할 것이 아니라 협회나 범 정부차원에서 민간단체의 어려움을 종합적으로 상담하고 원스톱으로 제재 문제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 시스템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될지는 고민을 해봐야 될 것 같다.

□ 이를테면 정부가 대북 화이트 리스트를 적용하자는 것인데...

■ 대한민국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은 우리 정부가 책임진다는 거다. 승인권을 갖고 있으니까. 정부는 유엔이나 미국한테 이것은 한국 NGO들이 지원한 거고 한국 정부가 승인하고 인정하는 지원물품이라고 책임있게 말하면 되지 않나.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본다. 

지금 협회가 하는 일은  개별 단체에서 대북제재 면제 신청을 하는데, 면제 대상이냐 아니냐를 검토하고 신청비 같은 걸 지원해 주는 거다. 거기서 한발자국 더 나가서 하는 것이, 우리 정부가 인정하는 물자는 유엔제재와 관계없이 신속하게 적재적소에 지원될 수 있도록 지원단체와 포괄적인 협력, 지원을 하는 것이다.

□ 끝으로 남기고 싶은 이야기는.

■ 전 어떻든 간에 시민사회활동가였다는 것을 요새 참 느끼고 있다. 어차피 공공기관장이라는 책임감도 있지만, 항상 일을 하면서 시민사회 활동가, 시민사회 일원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그 동안 해왔던 일이 있기 때문에 공공기관장이라는 타이틀 보다 민관협력과 협치를 해나가는 그런 역할을 해가고 싶은 게 있다. 

북한에 대해 나름대로 애정도 갖고 있고 같이 일했던 북한 파트너들과의 인연도 있지만 조만간 기회가 되면 협회 차원에서 진지하게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 한번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빨리 일을 배우고 숙지해서 연봉만 축내는 '어공'이 아니라 일 잘하는 민간단체 출신의 공공기관장이라는 소리를 듣고 얼마 뒤 퇴임하고 싶다. 그리고 퇴임하고 나면 다시 민간단체로 돌아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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