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月이 오네 (4)
서민(庶民)의 입김 「파고다」

 

“이러단 또 일어나”

팔각정(八閣亭)엔 우국론(憂國論)으로 날이 저물어

서민(庶民)의 분통(憤痛) 공원(公園)

 

○... 기미년 3월 1일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파고다」공원에 새봄이 찾아왔다.

오랜 세월을 두고 서민들의 여론이 이루어졌으며 서민의 분통이 터져 나온 이 공원에 봄빛이 푸르러 간다. 한 가운데 우뚝 솟았던 독재의 상징 이승만(李承晩)의 동상이 내려진 뒤 4월을 처음으로 맞으려는 것이다.

 

○... 작년 이맘때 만해도 이승만의 동상은 생불(生佛) 같은 존재였다. 지금은 밑돌(楚石)만이 남았다.

밑돌엔 꼬마들이 옹기종기 둘러앉았다. 낙서가 눈에 띈다. 산마루에 아침 행가 솟아오르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아마도 독재가 무너지고 이 땅에 민주광명의 아침이 밝아 올 것을 바란다는 뜻일는지도 모른다.

 

○... 이승만의 동상은 이승만이 하야하던 날, 작년 4월 26일 아침에 내려졌다. 독재에 항거해 노도와 같이 밀려든 젊은 사자들의 손에 의해서 땅바닥에 떨어졌다.

차에 끌고 종로거리를 돌아 다녔었다.

 

○... 『오등은 조선민족임을 선언하노라...』, 독립선언서를 읽은 팔각정엔 무명의 지사들이 우국론으로 날이 저문다...

민족의 얼이 되새겨진다할까? 실업・서민군상들의 외침이라고 할까? 아직 두툼한 오바에 떨어진 모자를 격식대로 올려놓은 우국노인들이다. 마치 직장에나 출근하듯이 아침부터 석양녘까지 규칙적으로 모여든다. 모두 낯익은 얼굴들이다. 간혹 낯모를 얼굴도 늘어간다.

 

○... 아득한 중국의 요순(堯舜)때 얘기가 나오는가하면 현대 정치・경제・철학이 튀어나온다. 『청조운동이 다 뭡니까? 「골덴」 양복을 해 입는 돈으로 절량농가나 구호하지』

『경제제일주의라더니 실업자만 늘고... 무엇보다도 실업자들 구제해야 합니다. 일터가 있어야 일을 하지』 한 노인의 말이다.


한 젊은이는 『이대로 가다간 또 한 번 무슨 일이 나고야 말거요』 『자유당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란 말이야』 노인 말에 장단을 맞추는 것이었다.

 

○... 일제에 항거한 이 자리... 오랜 시일을 두고 겨레의 얼은 여기서 소용돌이 쳐 왔다.

봄의 계절품을 타고 「파고다」의 땅 위에 서민의 입김은 마냥 거칠기만 하다. 일제의 쇠사슬을 끊었고 이승만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제二공화국의 잘못을 책하는 피끓는 광장이다. 오늘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집으로 돌아가는 무명지사와 더불어 「파고다」의 역사는 깊어간다. 내일의 「파고다」의 반항은 무엇일는지?

 
(사진=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며 토론하는 「파고다」의 서민)

▲ 4月이 오네 (4) [민족일보 이미지]

<민족일보> 1961년 3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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