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28일 창립 33년만에 처음으로 후원주점 행사를 여는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장남수 회장은 '젊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열사들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초대의 말씀을 대신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금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이만큼 발전한 데는 이 분들의 역할이 대단한 것이었죠. 그런데 그걸 지금 잘 모르고 있어요. 우리가 계승을 잘 못한 거죠. 우리 부모들은 자식들을 대신해서 나온 거에요. 이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위해서 소중한 자기 목숨을 바쳤는지를 후세 젊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기억해 주기를 바랍니다."

오는 28일 창립 33년만에 처음으로 여는 후원주점 행사에 모시는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장남수 회장의 말이다.

"후원행사에 많이 오셔서 우리 도와달라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열사들을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유가협을 많이 아껴주십시오"라는 당부는 그래서 더 울림이 컸다.

유가협이 오는 28일 오후 4시부터 밤 11시까지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경향신문사 옆 '쌀쌀맞은 닭'에서 후원주점을 연다.

열사들을 기억하고 부모님을 모시는 유가협 후원회와 여러 개인 및 단체가 '유가협 후원주점 준비위원회'를 만들어 실무준비를 하고 있다.

▲ 33년만에 처음으로 열리는 유가협 후원주점. [사진제공-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33년만에 처음으로 후원주점 행사를 하는 이유를 묻자 장남수 회장은 "사실 재정이 열악하다. 정부지원도 받지 않고 회비 수입도 변변치 않다. 젊은 친구들 200여명으로 후원회가 구성되어 있는데 약간의 기금이라도 만들자고 해서 시작된 일이다"라고 말했다.

또 2000년 이후 만들어진 단체나 젊은 활동가들은 유가협의 존재를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이들에게 유가협이 지금도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김대중 정부가 시작되기 전인 1997년까지만 해도 거리 집회와 시위를 모두 불법으로 몰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물불 가리지 않고 앞서 나섰던 유가협 어머니, 아버지들은 '민주화운동의 선봉'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디 기자회견을 나가도 유가협의 존재조차 몰라줘서 섭섭하고 안타깝기도 하다는 것.

앞서 유가협은 지난 2월 정기총회를 열어 올해 지회와 후원회, 청년회를 강화하고 소식지인 '한울삶' 분기별 발행,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한 홍보활동에 더 힘을 쏟기로 했다. 

또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위해 국회 및 관련 기관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열사들의 사료를 체계적으로 정리, 전시하고 유가협 역사를 알릴 수 있도록 가칭 '유가협 역사관' 건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후원주점 행사를 통해 구해진 후원금이 쓰일 용처인 셈이다.

▲ 한울삶 앞에서. 앞줄 가운데 장남수 회장 오른쪽 옆이 강선순 어머니, 오른쪽은 문덕수 님(문영수 열사 동생), 뒤쪽은 장두영 유가협 사무국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장두영 사무국장은 "유가협 역사관 설립과 지회 및 청년회 강화, 유가협 홍보 등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재정 안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선순(권희정 열사 어머니) 총무는 "우리가 지금 여기 한울삶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후원회원들이 도와주는 것이 반을 차지한다. 그런데 우리를 알리는 것이 진짜 중요하다"고 거들면서 "그날 엄마들이 직접 홍어회 무침을 내놓을 거다. 맛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되는데 그날 오셔서 맛있게들 잡숴 달라"고 넌즈시 특별메뉴를 소개했다.

한편, 유가협은 민주주의, 민중생존, 조국 통일을 위해 헌신하다 희생당한 민족민주열사 유가족들의 회원단체로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의 '한울삶'을 터전으로 유가족 10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33년동안 1986년 8월 12일 창립총회를 열고 '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라는 이름으로 발족한 유가협 회원들은 창립선언문에 새긴 다짐처럼 "사랑하는 자식,남편,형제를 잃고 창자를 끊는 듯한 슬픔에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던 우리 유가족들은 지금 이 모든 아픔을 딛고 고인들이 썼던 민주의 가시관을 받아쓰는 경건한 마음으로" 살아왔다. 

또 "고인들이 생전에 그리도 목메어 외치던 민족통일과 민중이 주인 되는 새날을 위해 앞장서 투쟁할 것을 온 세상에 선언하는 바" 그대로의 삶을 이어오고 있다.(후원주점 문의 : 장두영 유가협 사무국장 010-5025-1684, 노영선 유가협 후원회 총무 010-3387-6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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