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베평화재단은 26일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들의 청원에 대한 국방부의 9일자 회신을 공개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국방부가 “내용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베트남전 한국군에 의한 민간학살을 공식 부인했다. 학살 피해조사도 베트남 정부에 떠넘겼다. 학살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상황이다. 시민사회는 “문재인 정부의 피해자중심주의가 자의적이냐”고 일갈했다.

한베평화재단 등 시민사회단체는 26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앞에서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 103명의 청원에 대한 한국정부의 공식입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한베평화재단이 공개한 국방부의 지난 9일 자 청원 회신에 따르면, 국방부는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피해 인정, 사과 및 피해회복 조치에 대해서는 관련 사실에 대한 진상조사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나, 국방부에서 보유하고 있는 한국군 전투사료 등에서는 주월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관련 내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문제의 역사적 사실 확인을 위해서는 한국 측의 단독 조사가 아닌 베트남 당국과의 공동조사가 선행되어야 하나, 한국-베트남 정부 간 공동조사 여건이 아직까지 조성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명시했다.

▲ 국방부는 "'민간인학살' 관련 내용이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한국 측 단독조사가 아닌 베트남당국과의 공동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지난 4월 민간인학살 피해자인 응우옌티탄 등 103명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진상조사, 공식입장 표명, 피해회복 조치 등을 요구한 청원에, 5개월이 지나, 국방부가 학살을 부인하고, 베트남 정부에 조사권한을 떠넘긴 것.

이에 시민사회는 “한국정부는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들이 ‘한국군이 왜 자신의 가족을 죽였는지, 왜 나를 쏘았는지 밝혀달라’는 요구를 공식적으로 거부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국방부가 관련 내용이 없다는 답변을 두고, “국가범죄에 대한 온전한 이해가 없는 답변”이라며 “피해자들의 진술을 명확히 청취한 후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학살 장소와 일시에 한국군이 작전을 하였는지, 교전기록이 있었는지 등을 섬세하게 대조하며 검토하고 당시 작전 부대원들의 진술을 청취해 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작업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베트남 정부와 공동조사에 대해서는 “베트남 정부가 이 문제에 소극적인 것은 사실이나, 고통 속에서 살아온 피해자들은 이미 오랜 시간 한국정부에 진상조사를 요구해왔다”며 “한국정부가 1차적인 진상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 한베평화재단 등 시민사회는 26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앞에서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 103명의 청원에 대한 한국정부의 공식입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사회는 “문재인 정부의 피해자중심주의가 자의적이냐”고 일갈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이들은 이번 국방부의 청원답변과 관련, 문재인 정부의 일본군 성노예 문제에 대한 피해자중심주의 원칙을 언급하며, “자국민이 피해자일 때 소리 높이던 피해자중심주의가, 왜 자국의 군인이 가해자인 문제에 있어서는 정부 간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며 미루고 있는 것이냐”고 일갈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피해자중심주의가 자의적이고 편의적인 원칙이 아니길 바란다”며 “오랜 시간 사과 한마디 듣지 못하고 전쟁의 고통을 삭이며 살아온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들이 한국정부에 분노하고, 또 분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청원인 103명 진술사건에 대한 민관 공동 정부 조사기구 설치, △조사결과에 따른, 공식사과 및 위령사업 등 피해회복 조치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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