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정치학(북한정치) 박사/‘수령국가’ 저자/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1. 불편하고도 ‘잘못된’ 인식들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오자 그 동안 숨죽이고 있던 많은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또다시 기지개를 켜며 다들 한마디씩 거든다.

그렇지만, 북의 생각과 의도도 읽지 못하고, 과거와 똑같은 미국적 시각에서 그냥 한마디씩 거드는 정도이다. 여전한 ‘비핵화’ 프레임에 포획되어있다.

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우려스러운 것은 몰라도 너무나도 모르는 정세인식이라는 사실이다.

다름 아닌, 이 정부의 대북정책 핵심 브레인으로 불리는 문정인 교수조차 "연내 북미합의 안되면 '화염과 분노'로 회귀... 北도 알아"(<뉴시스>, 2019.09.24.)라는 발언이 그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참으로 어이없는 생각이시다. 이유는 설령 백번 양보해 연내 북미 간에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하더라도 ‘화염과 분노’로는 절대 회귀되지 않는다. 이른바 미국은 절대 핵을 가진, 그것도 ICBM를 가진 국가와는 전쟁을 하지 못해서 그렇다.

(우려는) 또 있다. 문 대통령의 미국 뉴욕 방문을 수행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발언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강 장관은 9월 22일(현지시간) 곧 재개될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에 대해 "(북한이 요구하는) 안전보장 문제라든가 제재해제 문제 등을 열린 자세로 협상에 임한다는 미 측의 기본입장을 우리가 같이 공유하면서(강조, 필자) 협상이 시작됐을 때 어떤 결과를 향해서 나갈 것인지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 인식이 왜 심각한 것인가 하면 이번에 있을 제3차 북미 정상회담 본질을 전혀 읽어내지도(이유는 아래에서 자세히 밝혀진다), 또 남북 간에 합의된 민족자주와 자결의 원칙이라 할 수 있는 당사자로서의 역할을 전혀 할 생각이 없어서 그렇다.

연동해서 민족자주와 자결의 원칙이 왜 중요한지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서 보다 분명해졌다.

오늘까지의 청와대 공식브리핑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동맹국으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는 아예 무시당한 채, 필자가 “‘기회가 온’ 문재인 대통령께 당부 드린다”(<통일뉴스>, 2019.09.17.)에서 예상했던 그대로 ‘동맹 청구서’만 잔뜩 받은듯하다.

예하면 이렇다. “(트럼프가) '새 방법론' 언급 안해”(<연합뉴스>, 2019.09.24.) 그러면서 동 신문은 “비핵화·체제안전보장 관련 언급은 없어...제재 유지돼야한다는 언급 있었다”, “文대통령, 공평한 방위비 분담 강조..향후 3년간 무기구매 계획 밝혀”에서 확인되는 것은 트럼프의 ‘새로운 방법’에 대한 설명도 듣지 못하고, 방위비 분담 등 미국의 관심사항과 요구만 일방적으로 이뤄져 이를 달래기 위해 문 대통령은 ‘3년간(강조 필자)’ 무기 구매약속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두말할 필요 없이 이 의미가 바로 역설적으로 ‘동맹은 동맹이고, 왜 이번 제3차 북미 정상회담에 북과의 민족공조를 통해 우리가 국가이익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되는지’를 너무나도 잘 설명해준다.

즉, 미국은 북미 간의 문제에 대해 (우리의 소망적 기대와는 달리) 남 정부가 끼어들지 말기를 바라고, 그런 상황이라면 우리가 계속하여 미국만 바라보고 있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고, 그 반대, 북과 판문점 공동선언을 통해 확인된 북과의 민족공조를 통해 미국을 설득해야만 하는 충분한 이유가 발생한다.

2. 왜 ‘김정은의 시간’인지를 잘 이해하자

외에도 우리가 이번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서 생각해봐야 할 점은 우리의 소망적 기대와는 달이 북미 간의 대화와 회담이 반드시 해피앤딩(happy ending)일 수만은 없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미국적 변수가 있고, 그건 다름 아닌 ‘트럼프적 변수’가 발생해서 그렇다.

다음과 같은 것들이 그 예다.

첫째는, 미국은 지금 사우디아라비아 핵심 석유시설 피격이라는 난기류를 만났다. 미국 외교정책에서 중동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북핵 문제가 과연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해결과제일까? 그런 의문을 발생시킨다.

둘째는, 시간이 촉박한 것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설상가상으로 지난 하노이회담 때도 코언 청문회가 그 이슈를 덮었듯이 최근 트럼프가 외국 정상(우크라이나)과 통화하면서 국가안보 측면에서의 부적절한 발언이 불거졌는데, 이에 대해 트럼프 자신이 내부 고발을 당해있고, 그 때와 똑같이 정치적 인화성 문제가 있다.

셋째는, 새로 임명한 보좌관 문제이다. 볼턴 해임으로 앞으로 있을 북미 실무회담이 무조건 잘 될 것이라는 기대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신임 안보보좌관의 등장으로 물음표(?)가 생기게 생겼다. 왜냐하면 이 인물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선호했던 ‘힘을 통한 평화’를 철저히 신봉하는 그런 사도이자 수호자이기 때문이다. 실무회담이 만만치 않은 이유이다.

바로 이런 이유들이 이번 북미회담을 무조건 잘 될 것이라고 바라만 볼 수 없는 이유이고, 동시에 우리 대한민국 정부가 견지해야 할 스탠스가 위 강경화 외무장관의 발언처럼 미국의 입장만 무조건 쫓는 그런 대미 추종적 자세도, 다른 말로는 북미회담 뒤에만 숨어 있을 그런 상황도, 무조건 미국의 입장만 쳐다보는 그런 수동적 자세도 아닌 그 반대, 북과 주도적으로 상의하고 4.27판문점선언에서 확인한대로 민족공조의 관점에서 비핵화 입장을 정리해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들기 위해 미국을 설득해 내어야만 하는 그런 적극적 시기인 것이다.

좀 더 설명하면 앞으로의 시간은 김정은의 경우 기다리면 되는 시간이지만, 트럼프의 시간은 쫓기는 시간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김정은 위원장은 올 연말까지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나오면 회담에 응하면 되는 그런 주동적 시간이라면, 반면 트럼프의 시간은 본인 자신이 재선을 위해 외교에 있어 성과를 내어야만 하는 그런 쫓기는 시간이고, 그 핵심에 북미 정상회담이 반드시 성과적으로 결속되어져야만 하는 그런 위치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그리고 그 의미는 결국 예의 그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해야 되는 그런 피동적 시간이다.

그러니 볼턴을 경질할 수밖에 없었으며, 비례해 앞으로의 회담은 거의 대부분의 전문가들과 정치인들, 언론인들이 일제히 논평해대는 그런 ‘비핵화회담, 다시 재가동’이라기보다는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 철회라는 ‘새로운 계산법’을 내놔야 하는 그런 회담성격으로의 전환이고, 미국 (트럼프)에게는 그렇게 마지막 시간이 주어져있다.

그런 만큼, 우리 정부는 무조건 미국편에 서야 될 이유가 없고, 미국이 일방적으로 원하는 그런 북핵 비핵화는 절대 있을 수 없다는 그런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앞으로의 북미회담은 북미 싱가포르 회담 때 합의된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을 그 전제로 하는 그런 회담인 만큼, 북미관계 정상화가 갖는 그 함의를 잘 이해하고 분석해내는 것이다.

왜 그런지는 다음과 같은 명백한 이유들이 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는데, 거기서 그는 “제재 해제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이후 트럼프가 볼턴을 경질하고, 리비아 해법의 잘못됨을 인정하고, "어쩌면 새로운 방법이 매우 좋을지도 모른다"고까지 발언한 것은 트럼프가 사실상의 북이 제안한 ‘새로운 계산법’에 동의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 이행방식은 필자가 <민 플러스>에 “‘의외로’ 간단한 북미대화의 필요충분조건”(2019.09.11.)에서 밝히고 있듯이 비핵화를 통한 정상화가 아니라 정상화를 하기 위한 비핵화, 즉 ‘<행동 대 행동으로>, <이행 대 이행으로>, <단계별 대 단계별로>’로의 (결과가 아닌) 과정을 통한 정상화 진입방식이다.

3. 당사자의 역할: 비핵화 재구성을 위한 재차 제언

이렇듯 이후의 시간은 ‘김정은의 시간’이고, 시간은 철저한 북 편이다. 북미관계 핵심의제도 ‘북핵 비핵화’에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동시에 이는 북이 왜 북미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최선희 당시 부상을 통해 발표되면서 회자되었던 ‘미국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이유가 설명되어진다.

동시에 그렇게 ‘제재 문제’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북미 관계의 새로운 계산법은 ‘적대 철회’ 문제로 이동된 것이다. 그리고 그 ‘적대 철회’ 문제는 결국 ‘자주권’의 문제이기에, ‘신뢰’로써 풀어져야 할 문제임도 분명하다.

그리고 그렇게 신뢰문제로 풀어진다는 것은 신뢰가 서로가 없는 상태에서는 신뢰를 서로 행동으로, 단계적으로, 등가적으로 그 무엇을 증명하는 방식이 되어야 함은 너무나도 당연한 지사이고, 그 핵심은 북을 핵보유 국가로 인정하고 그 바탕위에서 진행되는 핵동결과 평화회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향후의 북미 간 회담은 리비아식의 북핵 비핵화 방식은 절대 일어날 수 없고(볼턴의 경질과 트럼프의 발언, ‘새로운 방법’이 이를 증명한다), 북과 미국이 대등하게 핵위협을 상호 제거하는 그런 비핵화 개념으로 재구성될 수밖에 없고, 이는 보다 구체적으로 북의 핵동결, 미국의 핵우산 철거, 한국의 핵무기 불보유가 동시적으로 진행되는 그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수립을 위한 프로세스가 작동되어질 수밖에 없음을 증명한다.

다시 말해 비핵화 의제로서의 북의 핵동결과 미국의 핵우산 철거는 북미 정상회담의 최종 목적이라기보다는 한반도에서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과정이자 수단일 뿐이고, 북미 정상회담의 최종 목적은 핵동결과 핵우산 철거를 서로가 실행하여 한반도에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세우려는데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 향후에 있을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이 북핵 비핵화회담이 될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우리의 시각이 여전히 여기에만 머물고 있다면... 정세를 오판하게 되도 너무나도 오판하게 되고, 아주 어렵게 주어진 남북관계 복원의 기회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시간을 거꾸로 돌려 이해해보더라도 당시 모든 전문가들과 언론들, 정치인들이 제1순위로 언급한 북핵 비핵화가 왜 진작 싱가포르 합의문에는 첫 번째가 아닌 세 번째에 위치지어 졌는지, 또 그 확인방식도 “3. 2018년 4월 27일 발표된 판문점 선언의 의의를 재확인(강조, 필자)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한반도에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하였다”에서 확인받듯이 양국의 직접의제가 아닌,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재확인’하는 것으로의 간접 확인하는지가 이해되어진다.

이렇게 북핵 비핵화는 애초부터 ‘새로운 관계 수립’보다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니 이번 제3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탈된 그 궤도를 다시 정상운행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트럼프의 시간으로서가 아닌, 김정은의 시간으로서 운행되려하니 이러할 때 문 대통령께서 스스로 합의한 민족자주와 자결의 관점에서 북과 손잡고 미국을 설득한다면 이제까지 그렇게 꽉 막힌 남북관계는 눈 녹듯이 녹으면서 새로운 남북관계 신기원을 열어제낀 첫 대통령이 분명 될 것이다.

이를 위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이번 북미회담의 성격을 계속 얘기하고 있듯이 ‘북핵 비핵화’ 프레임으로 보지 말고, 북미 간의 ‘새로운 관계’ 수립을 위한 북미 간의 관계 정상화라는 회담성격으로 인식해, 비핵화에 올인하는 정책은 반드시 폐기해야한다. 왜냐하면 이런 인식으로는 계속 정책적 헛다리만 짚게 될 뿐만 아니라, 북으로부터도 계속 외면당하게만 된다.

둘째는, 첫째 인식의 연장선상에서 본인이 <통일뉴스> “‘기회가 온’ 문재인 대통령께 당부 드린다”(2019.09.17.)와 <민 플러스> “현(現)정부의 대북정책, 새로운 사고가 필요하다”(2019.09.20.)에서 계속하여 주장(제언)하고 있듯이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확인된 민족자주와 자결의 원칙대로 실천적으로 행동해내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조건 없는’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 및 군사분야에서의 남북합의에 따라 반드시 (남북 간의) 적대관계 청산을 위한 군비 상호 감축 등을 이행해내어야 한다.

셋째는, 이번 북미 간의 정상회담이 북핵 비핵화회담이 아니라 한반도에서의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평화회담의 성격으로 전환된 만큼, 대한민국 정부는 판문점선언을 통해 합의한 대로 당사자의 입장에 서서 북과의 민족공조를 통해 (필자가 여러 매체에서 계속 주장하고 있듯이) ‘<행동 대 행동으로>, <이행 대 이행으로>, <단계별 대 단계별로>’ 비핵화 프로세스가 진행될 수 있도록 미국을 설득해내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핵 전략국가들 간에 진행되는 그런 평화회담에서는 일방의 승리는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북(공조를 취한 남도 포함)과 미국 모두는 승자이고, 그런 승자결속의 판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이른바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철수하지 않으면, 북은 핵동결, 핵신고, 핵사찰을 이행할 수 없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또한 만약 남과 북이 군비를 상호감축하지 않으면, 미국은 주한미국군을 철수할 수 없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향후 진행될 모든 북미회담은 이렇게 비핵화합의 이행과 미국의 단계적 철군, 남북의 상호군비감축은 서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고, 이것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미국이, 또 ‘제재 문제’가 아닌 ‘적대 문제’로 전환된 북미 간의 회담이 담아내어야 할 정치·군사적 의제이다.

이것이 미국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대탐하려다 소탐마저도 잃고, 이제는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쳐야만’하는 그런 상황까지 내몰린 초라한 형국이다.

그리고 이 상황은 그런 미국과는 달리, 반대로 우리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그 어떤 때보다도 민족공조 할 수 있는 너무나도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촛불정부의 현명한 정세판단과, 이를 강제하기 위한 (통일)시민사회단체의 분투도 꼭 필요한 때이다.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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