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가 지난 9일 대화를 제의했고 볼튼이 10일 전격 해임됐습니다. 이 둘 사이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시차적으로 북한의 유화 제스처에 하루 만에 트럼프가 대북 강성인 볼턴을 내쳤기에 관계가 있을 듯도 싶은데 과연 그럴까요?

최선희는 이날 담화에서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밝히며 “나는 미국 측이 조미(북미) 쌍방의 이해관계에 다 같이 부응하며 우리에게 접수 가능한 계산법에 기초한 대안을 가지고 나올 것이라고 믿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만일 미국 측이 어렵게 열리게 되는 조미 실무협상에서 새로운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조미 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는 북한이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계속 제기해온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나와라,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입장을 재천명한 것입니다. 최선희 담화에 대해 트럼프는 “흥미로울 것”이라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미국 국무부는 “아직 발표할 만남은 없다”라며 신중한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이때 볼튼이 전격적으로 경질된 것입니다. 처음엔 볼튼의 경질 이유가 다양하고 복잡한 것으로 비쳐졌으나 트럼프가 12일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볼턴이 대북 협상에 리비아 모델을 쓴 거예요. 그 후 나온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나는 비난하지 않습니다. 그는 볼턴과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라고 까밝히면서 온전히 드러났습니다. 볼턴의 ‘리비아 모델’ 강경책으로 인해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됐고, 그것이 결정적인 경질 이유라는 것입니다.

최선희의 대화 제의를 의식한 ‘눈치 빠른’ 트럼프의 립 서비스라 해도 북한은 볼턴에 대해 “호전광”, “안보파괴 보좌관”이라고 비난을 퍼부어 왔기에, 볼튼의 해임을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일단 대화 분위기가 조성된 것입니다.

분위기 조성은 됐지만 문제는 북한이 요구하는 ‘새로운 계산법’입니다. 즉, ‘새로운 계산법’이 무엇이고, 미국이 그것을 내놓을지 여부입니다. 그동안 미국의 유화 제스처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북한이 최선희 담화를 통해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라고 협상 시점을 못박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과연 미국으로부터 ‘새로운 계산법’을 감지했을까요?

북한이 그동안 밝힌 입장들을 종합해 보면 ‘새로운 계산법’은 한마디로 ‘완전한 비핵화 대 체제안전 보장’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체제안전 보장’으로는 한미 연합군사연습 중단,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중지, 주한미군 철수 등이 되겠지요.

마침 트럼프가 9월 4일 “북한의 정권교체를 바라지 않는다”, 폼페이오가 6일 “모든 나라는 스스로 방어할 권리를 갖는다” 그리고 비건도 6일에 “(주한미군 감축이) 먼 이야기지만 전략적으로 재검토될 수 있다”며, 대통령부터 대북 협상라인이 모두 유화 메시지를 보낸 오비이락과 같은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김정은은 지난 4월 시정연설에서 미국에 ‘올해 말까지 새로운 계산법을 갖고 나올 것’을 시한부로 정했기에, 미국과의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확실하지 않은 판에 최선희 담화를 통해 승부를 거는 식의 대화 제의를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트럼프에게도 시간이 많지는 않습니다. 내년 트럼프의 재선이 걸린 대선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시간’과 ‘트럼프의 시간’이 얼추 맞춰지고 있습니다. 미국 측이 아직 대답을 하지는 않았지만 최선희의 대화 제의에 대한 화답으로 트럼프가 볼튼을 경질함으로써 북미 간 실무협상 개최에 청신호가 켜진 것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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