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노 / 재미동포, 워싱턴 시민학교 이사


                                                        
트럼프의 뛰어난 판단력

일생을 사업에 종사하면서 빠른 판단력을 연마한 트럼프는 정치에서도 그 천부적 재능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정치초년생 트럼프는 오바마가 떠넘긴 ‘북핵’을 머리에 이고 골머리를 앓았을 것이다.

집권 초엔 “화염과 분노”, 심지어 ‘초토화’를 들먹이며 전의를 불태웠다. 그러나 17년 11월, 북측이 ‘화성-15형’ 발사 성공을 하고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자 지체 없이 정책을 전환하는 대범한 용기를 발휘했다.

‘힘의 균형’ 선언이 있은지 한 주일도 못돼 노련한 미 외교관 펠트먼 유엔사무차장을 평양에 급파했다. 그는 닷세를 머물며 리용호 외상과 15시간 넘게 대화를 했다. 펠트먼이 북미 대화에 다리를 놨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트럼프의 뛰어난 판단력과 과감한 실천행동을 절감하게 된다.

손발이 안 맞는 트럼프 행정부

어느 역대 정권과는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유별나게 대통령과 참모들 간에 손발이 안 맞는 걸로 알려져 있다. 이미 불협화음은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타났다. 이걸 가장 먼저 눈치챈 사람은 김정은 위원장이다.

그는 트럼프와  참모들을 분리 ‘각계격파작전’과 ‘친서외교’를 동시에 구사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북측이 대놓고 폼페이어와 볼턴을 ‘훼방꾼’이라 낙인찍고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하노이 회담’ 무산에 가장 큰 공헌을 했다고 북측이 판단해서다.

북측의 거센 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미훈련’이 강행됐다. 북침 점령 참수훈련 까지 벌렸다. 최근 폼페이어가 북의 인권을 들먹이며 불량국가라고 시비를 걸었다. 이런 일련의 언행들은 대화 자세가 아니라 대화를 깨는 데에 흥미가 있다고 북측은 평가하고 있다.

트럼프의 한결같은 김정은 예찬

트럼프는 입만 열면 거짓이고, 하루에 열두 번씩 변절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초지일관 변치 않고 같은 소리를 하는 게 딱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김정은 위원장 예찬이다. 또, 그는 김 위원장과의 관계가 매우 돈독하다고 자랑하는 걸 빼지 않는다. 심지어 김 위원장 친서를 “하나의 예술작품”이라 극찬 까지 한다.

북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청와대는 펄쩍뛰고 우려, 유감이라며 중단하라고 소동을 피웠다. 반대로 트럼프는 “나와 약속 위반이 아니다”라며 북한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또, 한미훈련은 불필요하고 돈 많이 든다며 김 위원장 처럼 싫다고 했다. 군사전략적 발언일 수도 있으나 북측을 배려한 고단위 외교전술이라고 보는 게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

남북미 정상 중에 가장 몸 다는 건 트럼프

트럼프는 잠자는 시간 외엔 대선 승리꿈만 꾸고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 대선은 트럼프의 ‘생과 사의 판가리싸움’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대선 실패면 본인은 물론 온 가족에게 너무 끔찍한 대 재앙이 몰아닥치게 된다.

현재로선 대선 승리 여건이 매우 나쁘다. 무엇 보다 대선 승리를 좌우하는 미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내외정책에서 뭐 하나 되는 건 없고 죽만 쓴다.

각종 대선여론조사마저도 민주당 선두 주자 5명 모두가 트럼프를 앞선다고 계속 발표된다. 대선에 내놓을 번듯한 업적이 없다. 겨우 하나 있다면 북미 대화로 미국 안보 위협이 잠정 제거됐다는 게 전부다. 물론 이것으론 역부족이다.

그래서 트럼프는 김 위원장과 함께 핵담판에서 꼭 성과를 내려는 의지와 결의를 불태우고 있는 게 확실하다. 이미 <타임지>도 금년초에 그의 확고부동한 의지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참모들 술수에 넘어가지 말라는 북측 신호

미국은 북미 실무협상을 할 준비가 됐다며 대화에 나서라고 계속 손짓을 한다. 그러나 북측은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지참하지 않고 대화타령만 한다고 신뢰하지 않는 눈치다.

새로운 제재, 북침훈련 강행, 북의 심기를 긁어대는 등 일련의 언행은 의도적 난관 조성이라고 북측은 믿는 것 같다. 그러나 이건 미국 내부의 정치적 불협화음 때문이지, 트럼프 뜻은 아니라고 김 위원장은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 외무성이 트럼프의 직속 참모들을 향해 모질게 질타 경고를 날렸다. 참모들의 술수에 트럼프가 넘어가지 말라는 강력한 신호로 봐야 옳다. 

하늘이 내린 절호의 기회

트럼프는 조만간 북미 대화를 재개해 성과를 내야만 한다. 본인도 잘 알고 의지도 있다. 그런데 왜 뜸들일까? 방법이 없어서가 아니다. 때를 기다리는 걸로 봐야 옳을 것 같다. 중미 무역전쟁과 주둔비 증액 등 제반 현안에서 이익을 다 챙기지 못한 것도 원인일 수 있다.

이젠 시간이 미국편은 아니다. 북측은 협상이 성공하면 좋고 결렬돼도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게 돼서 잃을 것이 없다. 조급할 이유도 없다. 다급한쪽은 트럼프다. 하늘이 내린 절호의 기회를 트럼프는 살리기만 하면 된다. 정말 진짜 행운아다.

북측 최후 통첩 시점이긴 하나, 적어도 금년 말까진 1차 핵미사일 동결과 연변 핵단지 폐기 조치에 성공해야 한다. 재선 성공은 물론이고 세계 평화에 공헌한 세기의 위대한 지도자로 부상할 수 있는 천혜의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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