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가 2007년부터 시작한 무지개 공작 문건 공개 청구는 2019년 8울 30일 대법원의 판결로 마무리됐다. 사진은 2007년 3월 국정원의 부분공개 결정 통지서. [자료사진 - 통일뉴스]

1987년 발생한 대한항공(KAL) 858편 사건을 대통령선거 등에 활용한 공작이 담긴 이른바 ‘무지개공작 문건’을 추가 공개하라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 국가정보원(원장 서훈)이 항소했지만 대법원은 8월 30일 이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대한 항공기 폭파사건 북괴 음모 폭로 공작’, 이른바 ‘무지개 공작’ 문건 중 그동안 비공개된 하치야 신이치(김승일), 하치야 마유미(김현희)의 신원과 행적 등이 추가로 밝혀지게 됐다.

대법원 제3부(재판장 조희대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기록과 원심판결 및 상고이유를 모두 살펴보았으나, 상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에 해당하여 이유 없음이 명백하므로, 위법 제5조에 의하여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며 “상고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상고비용은 피고(국정원)가 부담한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2007년부터 시작된 국정원을 상대로 한 ‘무지개 공작’ 행정정보공개 청구가 대법원까지 가서 청구인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의 승소로 일단락됐다.

‘무지개 공작’은 1987년 11월 29일 승객과 승무원 115명을 태운 채 미얀마 안다만 상공에서 실종된 KAL 858기 사건을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가 ‘북괴의 테러 공작’으로 단정, 그해 12월 16일 치러진 제13대 대통령선거에 정치적으로 이용한 공작명이다.

▲ 국정원 홈페이지에서 검색한 김치관 <통일뉴스> 기자의 공개정보 청구 기록. [자료사진 - 통일뉴스]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국정원발전위)는 2006년 8월 1일 KAL 858기 사건 의혹 1차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무지개 공작 계획 문건의 존재를 확인하고 일부 내용을 공개했고 이어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가 국정원을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일부 내용이 추가된 ‘부분 공개’ 결정을 받았다.

이후 사건 30주기를 앞둔 2017년 11월 20일 김치관 기자는 'KAL858기 가족회'(회장 김호순)와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시민대책위'(총괄팀장 신성국)의 요청을 받아 ‘무지개 공작 전면 공개’를 국정원에 다시 청구했지만 ‘종결 처리’를 통보받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해, 서울행정법원이 2018년 9월 14일 원고(김치관) 패소를 판결했다.

이에 불복, 김 기자는 다시 항소했고, 서울고등법원은 1심을 뒤집고 올해 5월 28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국정원이 대법원에 항소했고, 결국 대법원은 기각 판결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무지개공작 문건 공개 일지>

일시

기관

대상

내용

결과

1987.12.2

국가안전기획부

 

무지개공작 작성

비공개

2006.8.1

국정원발전위

기자회견

무지개공작 확인

일부 공개

2007.3.5

통일뉴스

국정원

정보공개 청구

일부 추가공개

2017.11.20

통일뉴스

국정원

정보공개 재청구

종결처리 안내

2018.1.2

통일뉴스

국정원

행정소송

 

2018.9.14

서울행정법원

 

 

원고패

2018.10.10

통일뉴스

국정원

불복

항소

2019.5.28

서울고등법원

 

 

원고일부승

2019.6.25

국정원

통일뉴스

불복

항소

2019.8.30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추가 공개될 무지개 공작 내용은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이 사건 문건 중 제2의 가항 내지 라항으로, ‘하치야 신이치‘와 ‘하치야 마유미’의 체포 경위 및 체포 전 행적에 관한 정보, 이들이 북한과 연계된 인물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근거로서 일본에 거주하는 실존 인물인 ‘하치야 신이치‘의 진술 및 관련 인물들에 관한 신상정보”와 “이 사건 문건 중 제3의 바항으로, 해외 홍보 방향과 관련하여 국제기구 및 북한 동맹국들에 대한 협조요청 방안에 관한 정보”이다.

그러나 원고 측의 제외로 끝까지 비공개 대상으로 남는 부분도 있다. “이 사건 문건 중 제3의 가.항 및 나.항으로, 본부 상황반 구성에 관한 정보, 이 사건 여객기 폭파 사건에 관한 자료 수집과 정보협력 강화를 위한 직원 파견과 관련하여 타국 정보기관과의 협력 내용, 안기부 파견 직원의 이름, 직급, 직책에 관한 정보”가 그것이다.

▲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2002년 5월 김치관 <통일뉴스> 기자의 정보공개 청구를 받아들여 공개한 `국가안전기획부에서 의뢰한 하찌야 신이치(본명 김승일, 69세)의 부검감정서 (87.12.28)`. 하치야 신이치는 바레인공항에서 음독자살해 한국으로 운구돼 왔고, 국과수는 부검을 실시해 91쪽 분량의 감정서를 작성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하치야 마유미(김현희)는 음독자살을 시도했다고 주장하지만 살아났고, 제13대 대통령선거를 하루 앞둔 1997년 12월 15일 수사관들에 둘러싸여 김포공항 트랩을 내려왔다. '무지개 공작'은 KAL858기 사건을 대선에 활용하려는 공작이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승소한 김치관 기자는 “10년 넘게 끌어온 무지개 공작 문건 공개 청구가 대법원의 최종 판결로 대부분 공개됐지만 여전히 일부 비공개로 남게 됐다”며 “그나마 다행스러운 판결 결과가 나왔고, 개인적으로 아쉽고도 후련한 심경”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 기자는 “KAL858기 사건의 진상 규명과 당시 군사독재정권의 반북 정치공작의 실상 규명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게 됐다”며 “잘못된 역사는 가린다고 사라지지 않고 직시하고 바로잡아 나감으로써 미래의 교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채희준 변호사는 “대법원이 신속하게 기각으로 끝을 맺어준 것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한다”며 “국정원장은 판결 결과에 따라서 즉시 무지개 공작 문건을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KAL858기 가족회 지원단 총괄팀장을 맡고 있는 신성국 신부는 “사필귀정이고, 대법원이 그래도 피해자들 입장에서 사법적 판단을 해준 것 같아 환영한다”며 “진상규명에 중요한 판결이 내려졌고, 우리는 올해 동체 수색에 전념해서 총체적 진상을 계속 밝혀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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