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국민 건강권을 위한다는 명분이지만, 국제여론을 움직여 일본 정부가 아파하는 곳을 치려는 속내도 엿보인다. 최근 깊어진 한일 갈등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현황과 처리계획 등 관련한 제반 사항에 대해 일본 측과 지속적으로 확인해 나가는 한편, 일본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입장표명과 정보 공개 등을 적극적으로 요청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2019년 1월 그린피스 보고서 발표 이후에도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해양방출에 대한 우리 국민의 우려와 불안이 가중되지 않도록 일본의 투명한 정보 공유와 관련 협의 등을 지속 요구하여 왔”지만, 일본 정부가 소극적 태도를 취해왔기 때문이라는 것.

김 대변인은 “2018년 8월 일본의 오염수 해양방출계획에 대한 정보를 최초로 입수한 직후, 2018년 10월 일본 측에 우리의 우려와 요청사항을 담은 입장서를 전달하고, 양자 및 다자적 관점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해 나가자고 제안한 바 있다”고 말했다.

북서태평양 보전실천계획 정부 간 회의, 한·중·일 원자력고위규제자회의 등 관련 다자회의와 한일 간 국장급협의, 해양환경정책회의, 환경공동위 등 여러 양자 회의 등의 계기에 일본 측에 지속적으로 설명을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최종 처리방안과 시기는 아직 검토 중이며, 오염수 현황 및 향후 처리계획 등에 대해서는 향후 국제사회에 성실히 설명하겠다는 기본 입장만을 알려오고 있다”는 것.

이에 외교부는 이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 공개 거론을 시작으로, “향후 필요시 국제기구 그리고 피해가 우려되는 태평양 연안국가들과도 긴밀히 협력하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문제에 적극 대응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제 환경감시단체인 그린피스는 지난 1월 ‘도쿄전력의 방사성 오염수 위기’ 보고서를 발표, 후쿠시마 다이치 원전 1~4호기에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111만t이 보관되어 있지만, 뾰족한 처리방안이 없다고 밝혔다. 2020년 여름이 되면 더 보관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고준위 방사성 물질 트리튬이 담긴 오염수를 바다로 흘려보내는 방안을 최종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숀 버니 그린피스 원자력 선임전문가는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서 “방사성 오염수 방류 계획은 후쿠시마 해역은 물론 태평양 연안 국가까지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 행위”라며 “특히 한국은 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기고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해류를 보면, 동북쪽으로 한 바퀴 돌 것이다. 궁극적으로 환태평양을 한 바퀴 돌기 때문에 모든 나라가 해당될 것”이라며 “(오염수가 얼마나 쌓였고 어떻게 처리하려는지 등) 필요한 정보를 다 알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닌 상황에서, 외교부가 이 문제를 꺼내든 배경은 최근 한일 간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2011년 도호쿠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 원전문제는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정부는 후쿠시마 지역 농수산물을 제외하고 오염수 문제에 뚜렷한 태도를 보인 바 없다. 지난해 10월 일본 측에 논의를 제안했다는 것도 이날 뒤늦게 공개했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이후 문화체육관광부가 2020년 도쿄올림픽과 관련해 방사능으로 인한 안전 문제를 공론화하기로 한 것과도 무관치 않은 상황.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연일 방사능 오염수 방류문제를 꺼내 아베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즉답 대신 “정부가 관심을 갖고 국민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일본 정부의 ‘백색국가 제외’에 맞서 “국민들의 안전과 관련된 사항은 관광, 식품, 폐기물 등의 분야부터 안전조치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혀, 후쿠시마 방사능 안전 문제 공론화를 예고했다. 이어 지난 8일 환경부는 일본 등에서 석탄재를 수입하는 경우 공인기관의 방사능 검사성적서 등을 제출하도록 하는 ‘수입 석탄재 환경 안전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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