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히로시마 원폭 투하 74주기를 맞아 6일 오전 한일 시민사회단체가 각각 서울 광화문광장 과 히로시마 평화돔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 세계 모든 핵무기와 핵산업의 철폐'를 주장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74년전 8월 6일 오전 8시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인 '리틀보이'가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되었고 그로부터 사흘 후 플루토늄을 이용한 원폭 '팻맨'이 B-29폭격기에서 나가사키에 떨어졌다.

'미일 제국주의 아시아 침략과 지배에 반대하는 아시아공동행동'(아시아공동행동, AWC)한국위원회와 청년정치공동체 '너머', '핵재처리실험저지 30km연대' 등 반핵운동 단체들은 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히로시마 원폭 투하 74주기 한일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핵무기와 핵산업의 철폐를 주장했다.

또 이날 오전 히로시마 평화공원에서도 피폭 2~3세들이 모여 '핵의 역사를 끝내자! 죽음의 역사를 끝내자'는 주제로 한일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광화문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핵폭탄 투하는 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알렸지만 오히려 전 지구적인 핵전쟁의 서막이 되었다"며 핵의 위험성을 상기시켰다.

또 미국을 비롯한 기존 핵보유국들은 기만적인 핵확산금지조약(NPT)으로 자국 외에 핵무기 보유를 금지하고 있지만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에 이어 북한까지 핵무기를 보유하는 등 '핵으로 핵을 막는다'는 주장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과 미국의 핵협상이 난관에 직면한 와중에도 미국은 한미·미일 군사동맹이라는 이름 아래  핵 전략자산을 이동배치하고 있으며, 북은 한미군사연습을 비판하면서 발사체 시험발사 등으로 대응하고 국내에서는 핵무장 주장이 다시 떠오르는 등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는 계속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핵발전 정책에 있어서는 문재인정부와 일본 아베정부 모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미 수명을 다한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 폐쇄로 탈원전 공약을 지키는 듯 했지만 공사 중단을 약속했던 신고리 5, 6호기에 대해서는 '공론화'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오히려 합법적으로 건설할 명분을 얻어 사실상 핵발전 확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일본 아베정권은 후쿠시마 핵폭발사고 8년이 지나도록 방사능 누출을 방치하고 오히려 중단됐던 핵발전소를 속속 재가동하면서 최근에는 한일 갈등을 부추기는 일련의 경제보복 조치로 동북아시아 질서 재편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영구 아시아공동행동 한국위원회 대표는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이후 원전 제로 정책을 펼쳤으나 지금 다시 5~6기의 원자로를 재가동하고 있다"고 하면서 "일본이 50기가 넘는 원전을 다 중단시키고도 전력공급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핵발전을 계속하는 이유는 플루토늄을 추출해서 미국의 용인하에 수백기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어 "핵발전소는 바로 핵무기와 연결된다. 그래서 위험하다. 지금 동아시아는 핵무기와 미사일이 집중되는 위험한 전쟁터가 되고 있다"며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말하면서 북핵폐기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일본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는 것, 미국과 중국과 러시아가 엄청난 핵무기를 갖고 있고 이를 계속 고도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실은 북핵보다 더 위험한 것이 남한에 있는 핵발전소라고 할 수 있다. 일반 미사일이 핵발전소에 떨어진다면 핵무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 지금도 핵발전소는 방사능이 유출되고 고장나고, 사고가 나는 등 엄청나게 위험한 상태에서 가동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허 대표는 "우리는 북핵 폐기는 물론이고 지구상의 모든 핵무기를 철폐하고, 핵발전소를 철폐하는 그날까지 전세계 민중들과 함께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년정치공동체 '너머' 양지혜 대표는 보다 적극적으로 모든 핵에 반대하는 입장을 펼쳤다.

먼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피해자들의 증언. "강이 끓었다. 피부가 양탄자처럼 흘러내렸다. 너무 뜨거워 강에 몸을 던진 사람들이 그대로 죽어 강이 피바다가 되었다"라는 피폭의 생생한 현장을 소개했다.

그리고는 "핵폭탄은 국적도, 연령도, 전투능력도 가리지 않고 수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소멸시켰다. 근처에 있는 사람은 산화의 순간에 형체도 없이 사라졌고, 조금 떨어진 사람은 불타죽고, 멀리 떨어진 사람들은 방사능에 피폭되어 죽어갔다. 2세, 3세들은 지금 이순간에도 핵폭탄으로 인해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는 이 폭탄들을 전체주의에 대한 민주주의의 승리, 일본을 응징하고 조선의 독립을 만든 정의로운 핵폭탄으로 기억하고, 누군가는 이것을 꼭 가져야 할 힘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핵은 단 한번도 정의롭던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양지혜 대표는 "핵산업은 단순히 핵사고만이 아니라 일상적인 피폭과 방사능 유출, 처분 불가능한 사용후 핵연료문제 등 일상적인 재앙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하면서 "이제는 정말 인간이 아닌 핵산업의 죽음을 선고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전 당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단체인 '연꽃아래'의 신민주 대표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은 인류역사상 살상목적으로 떨어진 최초의 핵폭탄이었으며, 지금까지 마지막 사례이기도 하다. 그렇게 전쟁은 끝났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핵의 후유증을 앓으며 살고 있다. 히로시마 이후 74년을 더 살았지만 74년이 지난 지금까지 평화의 시대는 도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어느 한 나라의 핵폐기로는 안된다. 더 늦기 전에, 지금이야말로 전 지구적 핵발전과 핵무기 철폐 운동에 나서야 할 때"라며, 일본의 '푸른하늘 식전'행사에 지지와 연대의 뜻을 보냈다.

이날 히로시마 평화공원에서 '8.6히로시마 푸른하늘식전' 행사를 주관한 피폭 2세 대표 데라나카 마사키(寺中正樹) 씨는 서울의 시민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히로시마 원폭돔 앞에서 온 세계에서 핵무기의 완전 폐기를 호소한다. 일본 정부의 역사 수정주의에 근거한 한국 적대시 정책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고 연대의 뜻을 표시했다.
  
데라나카 대표는 "1945년 원폭으로 인해 그해 말까지 히로시마에서 약 14만명, 나가사키에서 약 7만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이것은 일본 제국주의와 일본 천황이 천황제를 지키기 위해 무조건 항복을 하지 않고 일본의 패전을 지연시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조선인 피폭자는 히로시마에 5만명, 나가사키에 2만명 등 7만명이었으며 그중 4만명은 피폭 후 곧 사망했고 살아남은 3만명 중 약 2만3,000명은 간신히 고국으로 돌아갔다"며, 강제징용 피해자이자 피폭자인 조선인과 2세들이 겪은 참상을 알렸다.

이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이후 8년이 지난 지금도 연일 많은 수의 노동자가 피폭되고 있다며, "원전의 재가동을 용서하지 말고 모든 원전을 정지시켜야 한다. 또 원전의 신증설, 수출을 막는 투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데라나카 대표는 북한의 비핵화와 함께 미국에게는 주한미군 철수와 한반도에서 핵무기 철수를, 일본에는 핵확산금지조약 비준과 미일 핵안보체제 탈피, 이웃나라와의 평화조약 체결을 촉구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