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력지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각) “한일 간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으나 미국은 도울 의사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 신문은 일본군‘위안부’, 일제강제징용 등 과거사에 뿌리를 둔 한.일 간의 갈등이 지난달 4일 한국을 겨냥한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 지난 2일 ‘백색국가’에서 한국 제외 결정으로 마침내 폭발했다고 분석했다.

3일 저녁 수천 명의 한국 시위대가 일본의 경제침략을 규탄하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를 주장하며 서울 거리를 행진했다. 같은 날 일본 나고야시 ‘아이치 트리엔날레’ 실행위원회는 우익세력의 협박을 핑계로 ‘평화의 소녀상’이 출품된 기획전을 중단했다. 

과거 미국은 부상하는 중국, 핵으로 무장한 북한에 맞서 한.일 간 협력을 독려해왔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 간 분열이 심화될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균열을 수리하기 위해 개입하는 걸 꺼려왔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양측 요청이 있으면 개입할 수 있으나, 미국이 “정규직” 심판이 되라는 거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2일 오후 방콕에서 3국 외교장관회의를 주최했으나, 강경화 외교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시종 굳은 표정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이것은 두 동맹국들 간 관계 악화뿐만 아니라 보다 중요하게는 미국이 동맹국들 사이에서 조정자(peacemaker) 역할을 해왔던 지역 내에서 지도력의 약화를 말하는 징후”라고 우려했다.

미국 내 대표적인 ‘재팬스쿨’이자 반트럼프 인사인 마이클 그린은 과거 미국 행정부는 한.일 간 갈등이 불거지면 미국의 안보 이익을 해친다는 신호를 보내 봉합했다고 회고한 뒤 “(이번에도) 폼페이오가 그러한 메시지를 보냈으나 너무 늦었다”고 봤다. 게다가 “트럼프가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내 동맹국들과의 ‘팀 의식’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남가주대 한국연구소 데이비드 강 교수는 “일본과 한국이 서로에게 이렇게 하는 건 단지 미친 짓”이라고 싸잡아 비난했다. 기존 미국 주류의 시각을 드러낸 셈이다. 그는 한.일 내에서 각각 내셔널리즘이 강화되어온 데다 지금 국제정세가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봤다.

수전 손턴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은 “국제 지도자들이 그들 자신과 자신의 정치적 아젠다에 훨씬 더 집착하고, 특히 여기 미국에서 국제적 리더십을 위해 어떤 것도 희생하려 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며 “불행하게도 (다른 지역에도) 오염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