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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무조건 이긴다 -“ㅆ" 이 들려주는 위험한 카타르시스<칼럼> 이지상 성공회대 외래교수
이지상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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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31  16:2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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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매체들의 욕설이 화제다. 벌써 공중파의 카드뉴스부터 개인 S.N.S나 유튜브 등을 통해 “신박한” 또는 “뼈 때리는” 등으로 표현되는 북한 매체들의 공식 욕설은 겨우 “깊은 유감을 표한다”거나 “엄중히 경고하는 바이다” 정도로 끝나버리는 남한 정부의 외교적 수사(修辭)에 비해 감정 표현의 범위가 넓고 타격의 대상이 확실하다.

욕이란 게 상대방을 모욕하기 위한 경솔한 말이기도 하지만 내 안의 억하(抑何)를 외부로 토해내는 수단도 되고 자기정화(catharsis) 효과로 따지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니 우리말에 욕설이 없었다면 고단한 민초들의 속 터지는 가슴을 무슨 말로 달랠까 싶어 나도 어떨 땐 “씨벌 씨벌” 혼잣말로 읊어대고 싶을 때가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일제하 강제동원 피해자의 개인 피해배상 청구권을 핑계로 경제 도발에 나선 일본 군국주의자(아베 정권)들의 만행을 떠올릴 때면 더욱 그렇다. 전 세계의 언론이나 정부의 공식 논평 중 욕설이 들어가는 경우는 내가 아는 한 북한 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북한의 인민들도 그렇게 욕이 일상화 되어 있을까.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같은 말을 쓰는 서로에게 다른 나라 남‧북한의 욕설을 대결 양상으로 상정해 놓고 비교해 본다

말이 같으니 욕도 통하네

우선 남한의 <표준국어대사전>과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의 욕설에 대한 의미는 거의 같다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모욕적인 말. 또는 남을 저주하는 말(표준국어대사전)”이거나 “남의 인격을 무시하고 마구 나무라거나 꾸짖는 것 또는 그런 모욕적인 말(조선말대사전)”으로 규정한다.

남한에서도 북한의 욕으로 일반화 되어있는 “간나”는 여자, 계집, 가시내 등의 뜻을 갖는데 정확히는 “간나히”가 맞고 평북 사투리로는 “간나지” 황북 사투리로는 “간나이”라고 쓴다(조선말대사전). 애견가들에게는 참 미안한 일이지만 “개”에 빗댄 말은 남북 공통의 욕이다. “상”의 경음화인 “ㅆ”이 들어가는 말도 남북이 똑같다. “욕을 먹어야 오래 산다”거나 “욕을 밥 먹 듯 한다” 같은 말도 같이 쓰고 “욕이 금인 줄 알아라”처럼 욕을 비판이라는 긍정적 대상으로 여기라는 금언도 같다. “빌어먹을”이나 “머저리”, “오함마(hammer)에 맞아죽을”, “식충(밥벌레)같은” 따위의 표현도 남쪽과 비슷하고 보통 친구들끼리 “새끼” 여자들은 “이 간나히 봐라”같은 말도 자주 쓴다. 또한 엄지를 검지와 중지사이에 끼우는 손가락 욕질이나 이거나 먹어라 할 때의 팔뚝질도 남북이 같다.

다만 남쪽에 비해 북쪽의 욕은 신체 부위나 단어의 세밀한 부분을 파고들어 자신의 심경을 내보이는 경우가 많다. “니 혁명적으로 갈빗대 순서 바뀌고 싶니?”라던가 “혓바닥 뽑아 파리채로 후려치라”, “저 인간 밥주걱을 입에 쳐 넣어 휘 저으라” 같은 욕은 다소 섬뜩하지만 “코 밑에 붉은 깃발 휘날리게 해주랴”, “면상에 꽃동산 만들어 주랴”, “울 배재(울바자-울타리로 쓰는 수수대나 볏짚, 싸리나무 등) 몽땅 헐어 버리갓다 -이빨을 몽땅 뽑아버린다” 같은 욕은 귀엽다. 북한은 계급이란 말 대신 군사칭호를 쓸 만큼 계급 타파에 열을 올리는 사회이다. 또한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표방하는 사회주의 국가이며 노동자, 농민이 사회의 주역이라고 여기는 사회이다. 그러나 그 사회에서도 역설적으로 욕에서 만큼은 봉건시대 최하층 계급이었던 노비나 백정은 대접받지 못한다. 북한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욕 “종 간나히 새끼”의 종은 노비를 뜻하고 “백정 놈의 새끼”는 일상적인 상황에서 최대의 욕이다.

남과 북 욕배틀, 누가 이길까

그러나 더 큰 욕은 따로 있다. 북한은 미국을 ‘백년 숙적’으로 여기고 일본은 한 하늘에서 살수 없는 족속으로 일컫는 만큼 “미제 놈 같은” 혹은 “일본 놈 같은” 수사가 들어가면 욕설을 주고받는 당사자끼리의 화해는 쉽지 않다고 보면 된다. “저 종 간나히 새끼래 일본 놈 간뎅이를 그대로 가져 왔구나야 -하는 짓이 일본군 스럽다”나 “볼따구래 희멀건 한거 보니 미제짓 하는구나 -자기잇속을 차리는 사람에게 던지는 경고” 정도가 이 부류에 속한다.

북한이 해학과 풍자가 섞인 욕설을 목청 높은 사투리를 써서 한다고 해도 남과 북이 욕의 대결을 한다면 가볍게 남한이 이긴다. 북한에서 즐겨 쓰는 상스러운 말 “깔딱거리지 마라 -까불지 마라”, “썩어질래?, 밝은 해 보기 싫니? -죽어볼래”, “대가리는 모자 걸개냐? -머리가 그렇게 안돌아가니”따위를 아무리 외친다 해도 남한에는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는 말 “CE 8”이 있다. 남한의 파릇한 청소년들 한 두 무리가 하교길 버스 안에서 깔깔대는 대화를 들어 본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끄떡거릴 것이다.

북한 형법 제 192조, 193조는 퇴폐적인 문화 반입‧유포와 행위자를 처벌하는 조항이다. 이러한 행위는 형법 6항 사회주의 문화를 침해한 죄로 2년 이하, 정도가 무거울 경우 4년 이하의 로동단련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퇴폐적이고 색정적이며 추잡한 내용을 반영한 음악, 춤, 그림, 사진, 도서, 록화물과 유연성자기원판, 씨디-롬 같은 기억매체를 허가 없이 다른 나라에서 들여왔거나 만들었거나 유포한 자 또는 위와 같은 행위를 한 자가 그 대상이다.

그런 사회 분위기 덕분에 남녀의 성기를 상징하는 단어로 된 욕이 없다. 남한에서 흔히 쓰는 “CE 8”이나 “존나” 혹은 “주옥같은 (빨리 발음해보면 안다)”이나 열십자의 경음화현상 같은 말과 그로부터 파생된 수많은 종류의 욕 자체가 없다. 북한에서 욕을 하려면 나름 머리를 써서 어려운 비유들을 다 외워야 한다. 당연히 남한이 이긴다.

영화와 드라마 분야도 마찬가지다. 남한 쪽의 폭력이 가미된 영화들의 대부분은 질펀한 욕설이 등장하고 안타깝게도 북한과 가까운 조선족이 등장하는 영화들에선 살벌하고 심장 후들거리는 욕설이 필수다 -이 부분은 관객의 입장에서라도 조선족 동포들에게 미안하다- 어지간한 드라마에서도 “개에 새끼”정도는 가볍고 오디오로 삐이~ 처리하는 대목이 심심치 않다. 북한의 영화나 드라마는 욕에 관한 한 청정지역이다. 북한은 영상매체를 대중교양 선전수단의 최고로 친다. 당연히 그런 매체에 욕이나 상스러운 말이 나온다는 것은 담당자가 혁명교화 갈 일이다. 그래서 이 분야도 남한이 이긴다.

그러나 위의 분야에서 남한이 이긴다고 우쭐대거나 슬퍼할 이유는 전혀 없다. 남한의 어떤 욕으로도 절대 이길 수 없는 “넘사벽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 분야가 있기 때문이다. 남한의 언론은 대놓고는 욕을 하지 않는다. 정계나 정부도 마찬가지다. 가끔 일부 정치인들이 회의 중에 분(憤)이 안 풀려 육두문자를 구사하는 경우가 있으나 그 횟수가 미미하고 어쩌다가 “겐세이”나 “야지”같은 외국어 또는 “어느 막노동판에서 온 수준 낮은” 등의 계급 폄하 발언을 욕 대신 쓰기도 하지만 그 정도면 양호하다. 그 분야에선 ”심히 유감이다“거나 ”엄중히 항의 한다“ 정도가 꽤 무거운 욕에 속한다.

북한은 다르다. 북한의 조선 노동당 공식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서 발표되는 담화만 하더라도 마치 싸움의 교과서를 쓰는 듯 욕설의 대상을 절대 빗겨가는 법이 없고 욕의 수위도 받아 적기 민망한 수준이다. 북한이 대놓고 욕하는 대상은 미국과 일본 그리고 남한의 반북주의자들, 통상 그들이 말하는 적대세력 들이다.

그래도 남한은 정전 후 70여년 중 남북 관계가 좋았던 시절엔 욕을 덜 먹었지만 북한이 여기는 적대세력의 중심 미국은 얼마전까지도 심한 욕을 들어 먹었다.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비난했던 부시는 “악의 본령은 미국”이라는 되치기를 당했고, 북한 인권을 힐난한 오바마는 “악랄한 험담을 줴쳐대는 고질병환자”로, 대북 제재에 열을 올린 트럼프는 “늙다리 미치광이 호전광”으로 묘사됐다. 영어에도 조선말 같은 욕이 있어 제대로 통역이 되었다면 홧김에라도 누군가는 책상위의 핵 단추를 눌렀을지도 모를 일이다.

도발은 남한이 당하고 울분은 북한이 대신 갚고

북‧미 간의 대화 국면 속에서 북한은 미국에 대한 비난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특히 극 우경화된 정치 편향을 통해 군대 재무장과 보통국가(일본 평화 헌법 9조 개정을 통해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아베 정권에 대한 북한의 욕설은 여전히 계속된다. “제 푼수도 모르는 미련한 친미주구”라던가 “미제의 특등삽살개”로 부르기도 하지만 과거사의 반성이 없는 일본의 태도에 대해서는 더욱 단호하다.

“일본반동들이 제 아무리 생떼를 쓰며 후안무치하게 놀아대도 력사에 뚜렷이 새겨진 특대형 과거죄악을 절대로 덮어버릴 수도 지워버릴 수도 없다”거나 “병은 입으로 들어가고 화는 입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아베는 혓바닥을 함부로 놀리기 전에 속이 시커먼 군국주의부활과 아시아 재침 야망부터 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같은 <노동신문>의 사설은 일본 군국주의자들에 대한 북한의 분노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1965년 6월의 한일 협정과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를 통해 과거사가 정리 되었다는 일본의 입장이 북한에는 먹힐 리가 없다. 또한 악마화시킨 북한을 지렛대삼아 권력을 유지 하고 있는 일본의 극우 이익집단들과 북한, 중국, 한국을 전 세계에서 가장 싫어하는 나라 1,2,3 위로 꼽는 국민들이 그대로 존속하는 한 북한의 대 일본 욕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일본 반동들이 역사적으로 우리민족에게 감행한 반인륜적 범죄자료 들을 보면서 놈들의 죄악을 반드시 결산하고 말겠다.” <조선중앙TV>가 아베 신조 일본총리의 2019년 신년사를 듣고 난 후에 내 놓은 논평이다. 꼭 6개월 뒤 전제조건 없는 조‧일 수뇌회담 개최를 요구했던 아베총리는 “낯가죽이 두텁기가 곰 발바닥 같다”는 직설적인 비난을 또 들었다 이번엔 조선아‧태 평화위원회 대변인의 논평(2019.6.2.)이다. 괜히 아베 총리는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를 추구하겠다고 말 몇 마디 꺼내다가 욕만 바가지로 먹었다.

과거사에 관한 한 일본의 지도자가 무릎 꿇고 현해탄을 헤엄쳐 온다 해도 북한은 응하지 않을 기세다. 최근 북한의 <우리민족끼리TV>는 논평을 통해 “남조선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는 단순한 경제보복조치가 아니라 과거 죄악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저들에 대한 내부적 비난을 외부로 돌려 정치적 야욕 실현시키며 군국주의 부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수작”이라며 “초보적인 인륜도 법도도 모르는 후안무치한 야만의 무리에게 무자비한 철추를 내려야 한다 (2019.7.26.)”고 주장 했다.

경제 도발은 남한이 당하고 일본에 대한 울분은 북한이 대신 갚아주는 형국이다. 만약 남한의 당국자 누구라도 북한과 같은 언사(言辭)를 일본에 했다면 아베 정권이 달려들기도 전에 벌써 토착왜구로 괜한 오해(?)를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이나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의 집중포화에 만신창이가 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괜한 상상이지만 남북한이 욕설의 게임을 한다면 국가의 공식 기관을 통해 거침없는 분노와 풍자적이면서도 사나움이 있고 욕설의 대상을 정확히 짚어내며 특히 나와 입장을 같이하는 대목인 일본에 대한 욕설에서는 카타르시스까지 느끼게 하는 북한이 무조건 이긴다.

 

이지상 (가수, 성공회대 외래교수)

   
 

고단한 사람들의 일상에 희망의 언어를 들려주는 노래하는 사람

청년문예운동의 시기를 거쳐 노래마을의 음악감독.민족음악인 협회 연주분과장을 지냈고, 다수의 드라마.연극.독립영화 음악을 만들었으며 98년 1집 "사람이 사는마을"2000년2집"내 상한 마음의 무지개"2002년3집"위로하다.위로받다"2006년 4집 "기억과 상상"등의 앨범을 발표했으며 2010년 "이지상 사람을 노래하다"를 출간했다.

현재 시노래 운동"나팔꽃"의 동인으로 깊이있는 메시지를 통해 삶의 좌표를 만들어가는 음악을 지향하고있으며 성공회대학교에서 "노래로 보는 한국사회"를 강의하고 있다. (사)희망래일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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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은소나무 (qnseksrmrqhr) 2019-08-01 09:29:12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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