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9.8.25 일 15:15
홈 > 통일문화 > 고석근의 시시(詩視)한 세상
사냥꾼도 세상을 두려워하는 순간 토끼에게조차 업신여김을 당할 것이다<연재> 고석근의 시시(詩視)한 세상 (251)
고석근  |  ksk21ccc@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승인 2019.07.17  10:19:49
페이스북 트위터

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사냥꾼도 세상을 두려워하는 순간 토끼에게조차 업신여김을 당할 것이다 (니체)


 젊음
 - 사무엘 울먼

 젊음은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이다.
 그것은 장미빛 뺨도 빨간 입술도 아니며 나긋나긋한
 무릎도 아니다.
 그것은 의지와 상상력이며 활력이 넘치는 감성이다.
 그것은 삶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함이다.

 나이만 먹는다고 늙는 것이 아니다.
 이상을 버릴 때 우리는 늙는 것이다.
 나이는 피부에 주름살을 만들지만, 열정이 식어버리면
 정신에 주름살을 만든다.

 걱정과 두려움과 자기불신은 용기를 꺾고 정신을
 죽여 버린다.
 80살이든 16살이든 사람의 가슴 속에는
 경이로움에 끌리는 마음, 미지의 것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
 그리고 삶이란 게임에서 느끼는 기쁨이 있게 마련이다.

 당신과 내 가슴의 한복판에는 무선전신국이 있다.
 그 무선전신국이 아름다움, 희망, 환호, 용기, 그리고 힘의 메시지를
 수신하는 동안은 당신은 젊은 것이다.

 안테나가 내려지고 당신의 정신이 냉소의 눈과
 비관의 얼음으로 덮이면 당신은 나이가 20살이라도
 늙은 것이며, 안테나가 올라가 있고 그 안테나를 통해
 낙관의 수신을 전파한다면 당신은 90살이래도
 젊은이인 것이다.


 어린 시절을 보낸 시골 마을은 하나의 세계였다. 아마 우주 전체가 집약된 모습이었을 것이다. 온갖 희로애락 속에 20여 가구가 살았다.

 동무들과 싸웠던 몇 개의 기억들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동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뒷집의 ㅅ과 개울물을 사이에 두고 대치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이었다. 장마철이라 개울물은 넘실거렸다. 그도 나도 당당하게 서서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이 서로의 눈을 쏘아 보며 여유 있는 웃음을 지었다. 

 그 때 죽은 뱀 한 마리가 개울물 위에서 떠내려 왔다. ㅅ이 죽은 뱀을 줍더니 내게 던졌다. 아뿔싸! 뱀이 내 목에 걸렸다. 순간, 나는 뱀이 살아 있으면 어떡하나? 독사면? 하는 생각이 번개처럼 지나갔지만 기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는 나는 여유 있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씩 웃으며 뱀을 손에 쥐고는 개울물에 휙 던졌다.  

 그 뒤는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뱀의 흰 배가 뚜렷하게 뇌리 속에 남아 있을 뿐이다. 이웃 마을 아이들과 패싸움도 가끔 했다. 서로 돌멩이를 던지며 싸웠다. 아무도 크게 다치지 않았다. 돌멩이가 다리 정강이에 맞더라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리를 몇 번 주물러주고는 다시 돌멩이를 집어 들고 던졌다.     
 
 아마 석기 시대의 원시 부족들은 이렇게 살았을 것이다. 누구에게도 굴종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을 지키며 ‘자유로운 개인의 공동체’를 꾸려갔을 것이다. 야성(野性)을 바탕으로 서로 공감하고 사랑하는 것. 그리하여 삼라만상과도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 그들이 수만 년 동안 아름다운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며 나는 서서히 철이 들어갔다. 이제 싸우면 안 돼! 가난한 우리 집에서는 치료비 물려줄 형편이 못 돼! 나는 지레 겁을 집어먹으며 양순한 아이가 되어 갔다. 

 부모님이 원하시던 월급쟁이가 되어 안전한 삶 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언제가 부터 나는 더 이상 길들여진 삶을 살아갈 수가 없었다. 소위 ‘운동권’을 만나며 마음 깊은 곳에서 야성이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날 나는 월급쟁이의 옷을 훌훌 벗어버리고 들판으로 뛰어들었다. 빈민단체에서 데모를 하고 시 공부를 하러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시 공부를 같이 하던 도반들과 술판을 벌이다 다른 술꾼들과 패싸움이 벌어졌다. 30대 중반의 가장이 패싸움이라니! 나는 야수처럼 싸웠다. 온 몸에 전율이 흘렀다. 경찰들이 출동하고서야 싸움이 끝났다. 우리는 모두 경찰서로 연행되었다. 나는 새벽에 훈방되었다.

 전동차를 타고 보니 온 몸이 피투성이였다. 사람들이 힐긋거렸다. 나는 그들을 쏘아 보았다. 그들은 슬금슬금 내 눈을 피했다. 그 때의 짜릿함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개들을 쓱 훑어보는 늑대.  

 잭 런던의 소설 ‘야성의 부름’이 있다. 문명 속에 길들여진 개 벅이 알래스카로 팔려가며 야성의 부름에 응답하는 이야기다. 그는 야성의 힘에 이끌려 그에게 매질하는 인간들에게 목숨을 걸고 항거하고 썰매개의 대장 스피치와의 한판 싸움에서 대장의 자리에 오른다.

 그는 다시는 문명의 세계로 돌아가지 않는다. 극한의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이야 말로 진정한 삶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온 몸의 세포가 살아나는 전율. 죽음의 공포마저 넘어서는 황홀. 바로 도(道)의 순간이 이럴 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개돼지로 길들여졌는가!
   
 ‘젊음은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이다./그것은 장밋빛 뺨도 빨간 입술도 아니며 나긋나긋한/무릎도 아니다./그것은 의지와 상상력이며 활력이 넘치는 감성이다./그것은 삶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함이다.//나이만 먹는다고 늙는 것이 아니다./이상을 버릴 때 우리는 늙는 것이다./나이는 피부에 주름살을 만들지만, 열정이 식어버리면/정신에 주름살을 만든다.//걱정과 두려움과 자기불신은 용기를 꺾고 정신을/죽여 버린다./80살이든 16살이든 사람의 가슴 속에는/경이로움에 끌리는 마음, 미지의 것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그리고 삶이란 게임에서 느끼는 기쁨이 있게 마련이다.//당신과 내 가슴의 한복판에는 무선전신국이 있다./그 무선전신국이 아름다움, 희망, 환호, 용기, 그리고 힘의 메시지를/수신하는 동안은 당신은 젊은 것이다.//안테나가 내려지고 당신의 정신이 냉소의 눈과/비관의 얼음으로 덮이면 당신은 나이가 20살이라도/늙은 것이며, 안테나가 올라가 있고 그 안테나를 통해/낙관의 수신을 전파한다면 당신은 90살이래도/젊은이인 것이다.’  

 심층심리학자 융은 인생의 목적은 자기실현(自己實現)이라고 말한다. 자기는 우리 안의 심혼(心魂). 영원히 죽지 않는 생명성(生命性), 야성이다. 이 야성을 한 평생 실현해 가는 인간은 어떤 인간일까?

 야성의 씨앗이 피워내는 꽃은 어떤 모습일까? 정치철학자 안토니오 네그리는 ‘다중(多衆)이 호흡하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매 순간을 예술로 하는 삶’을 상상했다. 일상의 예술화, 우리의 삶을 예술작품으로.
 
 예술은 지배 권력에 의해 상투화된 관념을 벗어버리는 순간에 온다. 아이처럼 매순간을 새롭게 볼 수 있는 힘. 네그리는 누구나 예술가가 되어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를 희망한다. 

 촛불 집회 때 많은 사람들이 우리 모두 예술가가 되어 엄청난 천지개벽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는 경이로움에 젖어 들었을 것이다. 이 때 우리는 야성의 꽃이 활짝 피어난 세상을 경험했을 것이다. 

 

 

고석근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트위터 뒤로가기 위로가기
댓글
아이디 비밀번호
(현재 0 byte/최대 500byte)
댓글보기(1)
굽은소나무 (qnseksrmrqhr) 2019-07-17 11:46:58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0 0
통일뉴스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후원하기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당주동 3-2번지 삼덕빌딩 6층 | Tel 02-6272-0182 | 등록번호 : 서울아00126 | 등록일자 : 2000년 8월 3일 | 발행일자 : 8월 15일
발행·편집인 : 이계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계환
Copyright © 2000 - 2015 Tongilnew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tongil@tongil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