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9일 G20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오사카에서 만났다. 특히 양 정상은 배석자들을 물리고 단독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사진 출처 - 청와대 페이스북]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자정을 넘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지난 4월 북러 정상회담 결과를 전해 듣고 배석자 없이 단독 대화도 나눠 주목된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29일 새벽 현지에서 브리핑을 갖고 “문재인 대통령은 오사카 리갈 로얄 호텔에서 6월29일(토) 오전 0시36분부터 오전 1시29분까지 한․러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협력과 한-러 서비스․투자 FTA, 9개 다리 분야 협력 등 양국 간 실질 협력 증진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오후 10시 45분으로 예정됐던 한러 정상회담은 G20 정상회의 공연과 만찬이 1시간 늦어진데다 러시아-프랑스 정상회담도 오래 걸려 순연됐다며 “0시36분부터 1시21분까지 확대 정상회담을 가졌고, 21분부터 29분까지 두 분만 있는 자리에서 대화를 나눴다”고 확인했다. 배석자를 물리고 한러 정상만 8분 가량 따로 대화를 나눈 것.

한정우 부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은 지난 4월 북러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대북 안전보장이 핵심이며 비핵화에 대한 상응 조치가 필요함을 강조했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북러 정상회담에서 안전 보장 문제를 강조하고 시진핑 중국 주석이 북한을 국빈방문하는 등 최근 북한이 중러를 포함한 6자회담과 같은 다자 안전보장 체제를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관한 질문에 청와대 관계자는 “양국 정상이 그 부분에 대해서 (확대 정상회담에서) 깊이 있게 논의하지는 않았다”며 “자세한 말씀은 아마 두 분과의 대화에서 이루어졌을 것으로 짐작한다”고만 답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4월 북러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나눴던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두 분만 있었을 때 대화를 나눴다”며 “두 분이 단독으로 계셨을 때 어떤 말씀을 나눴는지는 우리는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오늘 정상회담에서는 큰 틀에서 원론적인 입장에서 말씀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지난번 러북회담 이후에 개략적인 내용을 우리가 듣기는 했다”며 “푸틴 대통령의 입으로 김 위원장과 나눴던 이야기를 생생하게 대통령께 전해드렸다는 면에서 의의가 있었던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다른 내용도 있었지만 더 상세하게 밝혀드릴 수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한 부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북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이 대화를 통한 완전한 비핵화 달성 원칙과 이를 위한 남북․북미 대화 진전 필요성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에 큰 도움이 되며 앞으로 러시아와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히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 교환으로 대화의 모멘텀이 다시 높아졌다”며 “이러한 긍정적 모멘텀을 살릴 수 있도록 러․중과도 함께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대화를 위한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최근 대북 인도적 지원을 환영하고 지지한다”고 호응했다.

한 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가급적 조속히 방한해 다양한 분야에 대해 심도 있게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갖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고, 푸틴 대통령은 과거 방한 시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며 이번 초청을 적극 고려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현 정부 들어 한러 정상회담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 문재인 대통령은 대화의 모멘텀이 다시 높아졌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사진 출처 - 청와대 페이스북]
▲ 푸틴 대통령은 4월 북러 정상회담 결과를 전해줬다. [사진 출처 - 청와대 페이스북]

한러 정상은 이외에도 양국간 경제협력 등 현안들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 진전과 대북 제재 해제 등 여건이 조성되어 남북러 3각 협력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면서 “철도, 가스, 전력 분야에서 양국 간 공동연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부대변인은 “양국 정상은 올해 2월에 서명된 9개 다리(나인 브릿지) 행동계획이 체계적으로 이행돼 구체적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또한 “양국 정상은 지난 6월20일 한-러 서비스․투자 FTA 협상 개시가 공식 선언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상품 분야를 포괄하는 한-EAEU FTA 논의도 추진력을 얻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내년도에는 우리 양국 간에 수교 30주년을 저희가 맞이한다”면서 “교역도 늘어나고 있다. 작년도 같은 경우에는 교역은 29%로 증가했고, 그리고 금년도 1월부터 4월까지 이제 39%로 또 증가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모두발언에서 “양국 교역량도 지난해 248억 불로 전년도 대비 31% 증가했고, 특히 올해 1/4분기에는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한국이 러시아 1위 교역국으로 올라선 것을 아주 기쁘게 생각한다”며 “작년 양국 간 인적 교류도 70만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화답했다.

양국 정상은 2020까지 교역액 300억 불, 인적 교류 100만 명을 달성해 내년 수교 30주년이 양국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깊이 공감했다.

양국 정상은 또한 러시아의 LNG 개발 프로젝트에 필요한 쇄빙선 건조를 위해 한국 조선사들과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향후 더욱 확대해 나가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 예정보다 늦게 개최된 한러 정상회담에는 양국 외교장관 등 주요 당국자들이 배석했다. [사진 출처 - 청와대 페이스북]

확대 정상회담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이호승 경제수석, 박철민 외교정책비서관, 박진규 통상비서관, 정기홍 외교부 유럽국장, 한정우 부대변인이 배석했다.

러시아측에서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실 대변인, 유리 우샤코프 대통령 외교보좌관, 알렉산더 노박 에너지부 장관, 막심 오레쉬킨 경제개발부 장관,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직접투자기금 사장, 알렉세이 리하쵸프 ‘로사톰’ 대표, 이고르 세친 ‘로스네프트’ 대표,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외교부 유럽1국장이 배석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29일 오후 귀국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맞이할 예정이며, 30일 한미정상회담과 비무장지대(DMZ) 방문도 예정돼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아침 자신의 트위터에 “만약 김 위원장이 이걸 본다면, 거기(한국) 있는 동안 김 위원장과 국경/DMZ(비무장지대)에서 만나 악수하고 인사를 할 수도 있다”고 제안해 남북미 정상회동 성사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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