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더욱 안전해졌다는 신호이길

 

6월 21일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어제 이란이 국제 공해상에서 미군 드론을 격추했다”면서, 미군이 “보복 타격을 준비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로 인한 사망자가 150명에 달할 것이란 군 장성의 말을 듣고, 공격 10분 전 명령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5일 미국은 USS 에이브라함 링컨 항모전단과 공군 폭격기 부대를 중동에 파견했다.(주1) 그 후 5월 12일, 6월 13일 오만해에서 유조선이 공격을 받았고, 미국은 이 사건의 배후가 이란이라고 공식 지목했다. 게다가 이란이 미군 드론을 미사일로 떨어뜨렸다. 이란을 공격할 명분이 충분해진 것이다. 항모전단 등 공격 준비도 마친 상태였다. 그런데도 작전 시작 10분 전 군사행동은 취소됐다. 왜 그랬을까. 일방적인 승리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올 들어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도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 지난 1월 23일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이 반정부 집회에 참석한 수천명의 군중 앞에서 자신이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포했다.(주2) 마두로 대통령이 불법선거로 당선됐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미국은 즉각 과이도 의장을 지지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성명에서 “과이도 의장을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으로 공식 인정한다. 베네수엘라 국회가 헌법을 발동해 마두로 대통령이 불법이라고 선언했고 따라서 대통령직은 공석”이라고 말했다.(주3) 마두로 정권을 교체하기 위한 작업을 본격화한 것이다.

1월 28일 미 재무부는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PDVSA)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마두로 정권으로의 송금을 차단하는 제재안을 발표했다.(주4)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는 백악관 브리핑에서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올라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주5) 경제 재재와 동시에 군사 개입까지 위협한 것이다.

과이도 의장이 반정부 시위를 강력하고 광범하게 이끌어 나갈 수 있다면 그걸 막는 정부군과 유혈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외부 세력이 베네수엘라 반정부 세력에게 무기와 자금을 지원한다면 베네수엘라는 내전에 휩싸이고 마두로 정권도 바람 앞의 등불이 될 수 있다.

5월 9일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지지했던 베네수엘라 야권의 군사봉기 시도가 실패로 끝난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정부의 베네수엘라 정책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미 백악관과 정부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젊은 야당 인사가 사회주의 스트롱맨의 자리를 쉽게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측근들이 자신을 오판하게 했다며 불평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미국의 지지 속에 지난달 30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기 위한 군사봉기를 시도했지만, 군의 동참이 뒤따르지 않아 실패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마두로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정부 고위급 인사 두어 명이 마두로에 등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지만, 모두 이뤄지지 않았다.(주6)

작년부터 이란과 베네수엘라는 왜 미국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됐을까. 달러 패권 유지와 깊이 관련돼 있다. 작년 3월 중국은 상하이 원유선물거래소를 통해 원유 가격을 위안화로 매기기 시작했다. 달러는 길게 잡으면 1944년 브레튼우즈 협정 체결 이후부터 74년 동안, 짧게 잡으면 미 서부텍사산원유(WTI) 선물이 세계 원유가격 기준이 된 1975년부터 43년 동안 원유시장을 지배해왔다.

그새 도전이 없진 않았다. 러시아나 베네수엘라 등이 달러가 아닌 돈으로 원유 대금을 받는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달러로 정해진 원유 가격을 루블화 등으로 환전하는 방식이었다.(주7) 그런데 이제 중국 화폐로 원유가격이 정해지는 시장이 열렸다. 여기서는 달러로 환전할 필요 없이 바로 위안으로 거래한다. 이 거래가 흥하면 흥할수록 세계적으로 달러 사용량은 그만큼 줄어든다. 달러 패권에 또 하나의 금이 가는 것이다.

미국 기득권 세력에게 상하이 원유선물거래소 참여국을 줄이는 것이 사활적 과제가 됐다. 미국과 멀고 중국과 가까운 이란과 베네수엘라를 제압하면 다른 산유국들은 자연히 통제가 가능해진다. 작년 8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다음 날부터 미국은 이란 정부의 달러화 매입을 금지하고,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개인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개시했다. 또 11월 4일까지 동맹국들에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주8)

이란은 정면 대응했다. 8월 21일 이란중앙은행은 자체 환율 고시 사이트에 대표적인 외화로 미국 달러화를 내리고 위안화를 게시했다.(주9) 위안화 원유 거래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또 어떤가. 2013년 3월 차베스 대통령이 사망한 이후 그해 4월 차베스의 후계자 마두로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마두로 대통령을 기다리는 것은 엄청난 시련이었다. 2014년 9월 배럴당 100.2달러(주10)에 달했던 원유 가격이 2016년 1월 배럴당 29.42달러(주11)가 됐다. 원유에 크게 의존하는 베네수엘라 경제가 무너져 갔다. 국가 부도설이 나올 정도였다.

2017년 8월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추가 경제 제재를 부과했다.(주12) 베네수엘라도 물러서지 않았다. 9월 15일 베네수엘라는 위안화로 유가를 표시하기 시작했다.(주13) 이런 가운데 올 1월 과이도 국회의장의 임시 대통령 선언이 나온 것이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

이란 공격이 일단 무위가 됐다. 세계가 더욱 안전해졌다는 신호이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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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뉴시스 2019.05.08 09:27 <미 항모전단 이란 파견은 " 미사일 해상운반 첩보" 때문>

2) - 3) 경향신문 2019.01.24 21:19 <과이도 국회의장 ‘임시 대통령’ 선언 베네수엘라 운명 가를 핵으로 급부상>

4) 조선일보 2019.02.11 23:28 <베네수엘라 마두로, OPEC에 美 제재 대응 지원 요청>

5) 뉴시스 2019.01.29. 10:29 <美볼턴 "베네수엘라에 모든 옵션"…군사개입 시사>

6) 연합뉴스 2019.05.10 <WP "트럼프, 베네수엘라 정권교체 실패로 볼턴에 불만">

7) 중앙선데이 2018.03.31 01:16 <위안화, 43년간 원유 거래 지배한 달러에 도전장>

8) 조선일보 2018.08.08 03:01 <美 "동맹국, 이란산 원유수입 11월 4일까지 중단하라">

9) 조선일보 2018.08.24 09:26 <[전환기 중국]③ 차이나머니 세계화 '우려'…공격 받는 일대일로>

10) 한국경제매거진 / 커버스토리 제 1193호 (2018년 10월 10일) <다시 눈앞에 다가온 ‘유가 100달러 시대’ - [커버스토리 = '4대 핵심지표' 긴급 점검 : ①유가]>

11) 중앙일보 2016.01.16 14:07 <국제유가 20달러대로 추락…2008년 금융위기 보다 가팔라>

12) 미국의소리(VOA) 2017.8.26. <미, 베네수엘라에 추가 금융 제재>

13) 연합뉴스 2017.09.18 14:18 <베네수엘라, 달러 버린다…위안화로 유가 표시>

 

 

전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

전 6.15남측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전 반전평화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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