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누더기 족」

 

천사라기보다 버려진 「걸레」

=단지 배를 채우는 의무대문에 온종일 방황=

뼈속까지 후벼 파는 밤이 제일 싫어

 

○.... 「누더기 인생」에겐 밤이 지?다 서울의 지붕 밑에 어둠이 짙어오면 이 「누더기 인간」이라 자처하는 걸인들이 맥없이 흩어진다. 그리고는 밤새 빈 깡통만을 쥐고 오돌오돌.... 떨어야만 하는 것이다. 

단지 배를 채우기 위한 「의무」때문에 온 종일 방황하다 밤이면 남의 집 지붕 밑에서 중병 같은 고통을 치러야 한다.


○.... 「우리를 집 없는 천사라고요? 피- 동당이친 걸레라고나 부르세요.」 사회에 대한 그들의 반항이었다.

새벽 두시쯤 남대문 변두리나 남산 오르는 길가에는 이들 소위 「누더기족」들이 여기 저기 큰 건물 처마밑에 五, 六명씩 모여 진을 치고 있다. 「걸레가 아니고 뭐요. 아저씨 같은 넥타이나 맨 사람들은 우리를 “걸인소년이다 거지 애들이다”하고 점잖게 부르지만 진짜는 걸레쪽처럼 여기지 않아요?」 사뭇 싸움이라도 걸 듯 한 소년 – 열너뎃살 가량 되어 보이나 이름은 끝내 대주지 않았다.

 「누더기 주제에 무슨 성이 있고 이름이 있어... 우리 아버지 말이요? 그걸 알면 성도 있고 이름도 있게 -」

 
○.... 「아저씨도 개 길러요? 개 기르는 자식들 제일 밉더라.」 아침이나 저녁 깡통을 들고 문전에서 밥을 빌 때 살찌고 사납게 생긴 개들이 밥 대신 「으르릉....」을 대접하면 그날은 기분 잡친다는 것이다.

「비싼 고기를 먹여 살찐 개 – 그 개도 밉지마는 그 집 사람이 더 미워요」 그래서 이 「누더기 소년」들은 명동아가씨나 충무로 신사들에게 「아찌 한푼만 - 」하고 「떼거지 쓰는」 것이 제일 멋지다는 것이다.

 
○.... 처마 끝에 고드름이 비수처럼 내려뻗친 긴 겨울밤 – 뼛속까지 후벼 파는 추위에 후들후들 몸이 떨리면 꼭 껴안은 깡통도 함께 덜덜 떤다는 것이다. 집도 없고 가족도 없이 버림받은 이 「누더기 인생」에게는 밤이 제일 싫다고 한다.

그들에겐 아침마다 따뜻한 햇살을 던져주는 태양이 그립다. 「해」는 사람 차별을 안 해서 좋다는 것이다. 「누더기 인생」들은 내일 아침 솟아오를 「해」를 기다리면 처마 밑 보금자리의 꿈을 찾는다.

 
(사진 = 처마밑에서 새우잠을 자는 거지소년들)

▲ 사회의 입김 (7) [민족일보 이미지]

<민족일보> 1961년 3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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