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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괭이바다에서 12번째 창원지역 합동추모제 개최세월호 유민아빠 “민간인 학살과 세월호 진상규명에 함께 하겠다”
마산=임재근 객원기자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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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08  21: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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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희생자 제69주기 12차 창원지역 합동추모제’가 8일 괭이바다(마산합포구 구산면 원전마을 앞) 선상에서 개최되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 창원지역 합동추모제가 열린 크루즈 선박에는 태극기가 조기(弔旗)로 게양되어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6월 8일 오전 11시 30분, 마산 돌섬유람선터미널을 출발한 배가 7노트 속력으로 1시간을 달려 마산합포구 구산면 원전마을 앞 괭이바다에 도착했다. 200여 명이 탑승한 165톤급 크루즈 선박에는 태극기가 조기(弔旗)로 게양되었다.

(사)한국전쟁민인간희생자창원유족회(이하 창원유족회)가 ‘제69주기 12차 창원지역 합동추모제’를 괭이바다에서 개최한 것이다.

이날 합동 추모식에서 창원유족회 노치수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거제도를 오고 가기도 한 괭이바다가 우리들의 꿈을 앗아간 곳”이라며, “가정의 행복을 앗아간 곳이며, 귀중한 자식과 사랑했던 남편, 우리들의 부모들이 비명으로 죽음을 맞이한 곳이 괭이바다라는 것은 어린 시절엔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노치수 회장은 이어 “이곳 괭이바다에서 생을 마감한 많은 사람들은 1950년 이승만 정부의 하수인에 의해 마산형무소에 예비검속된 1,681명 중 대부분이 수차례에 걸쳐 야밤을 이용해 오랏줄에 묶여 수장당했다”며, “괭이바다는 죽음의 바다이자 바다 무덤이기도 한 곳”이라고 말했다.

   
▲ (사)한국전쟁민인간희생자창원유족회 노치수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허성무 창원시장도 추모사를 보내 “우리 지역에서 발생했던 국민보도연맹사건, 형무소 재소자 희생사건 등 한국전쟁 당시 참혹했던 민간인 희생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이 일부 이루어지고, 위령제와 추모식이 열리고는 있지만 유족들의 가슴 속에 맺힌 한을 풀기에는 아직까지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며, “과거의 불행하고 아픈 역사를 용서와 화해로 극복하고, 유가족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전쟁유족회 김복영 회장은 “한국전쟁유족회는 1960년 10월 20일부터 국가에 대해 줄기차게 하나만을 요구해 왔다”며 “그것은 바로 억울한 죽음을 밝혀달라는 것”이라고 추모사에 나섰다.

김복영 회장은 “옳지 않은 과거를 반복하지 않는 방법은 지난 과거를 명명백백히 밝히는 것”이라며,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과거사법개정안)을 통과시켜 더 이상 증오의 역사가 아닌 화해와 평화의 장으로 열어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법인권사회연구소 이창수 대표와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안승운 부이사장도 추모식에 참석해 추모사를 했다.

   
▲ 세월호 ‘유민 아빠’ 김영오씨도 추모식에 참석해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세월호 ‘유민 아빠’ 김영오씨도 추모식에 참석해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김영오씨는 “유민이를 잃기 전에 바다를 굉장히 좋아했는데, 유민이를 잃고 나서 정말로 바다가 싫어졌다”고 말한 뒤 “하지만 바다를 안 보면 유민이를 잊어버릴 것 같고, 바다를 보면 슬프지만 한 번이라도 더 유민이를 생각하고 싶어서 슬프지만 바다로 귀농을 했다”고 밝혔다.

김영오씨는 이어 “69년 전에 괭이바다에서 희생된 분들이나 5년 전 세월호 참사 맹골수도에서 희생된 우리 아이들이나 공통적인 것이 있다”며, “국가가 이유도 없이, 그리고 무능해서 바다에서 억울하게 죽었다는 것과 아직까지 진상규명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전쟁 이후에 민간인 학살이 국가학살의 뿌리라고 생각한다”며, “민간인 학살이나 세월호나 진상규명을 위해서 외면하지 않고 함께 하겠다”고 덧붙였다.

   
▲ 희생자 황치영 씨의 둘째 딸 황정둘씨는 ‘사랑하는 아버지께’라는 제목으로 아버지에게 띄우는 편지를 낭독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희생자 황치영 씨의 둘째 딸 황정둘씨는 아버지에게 띄우는 편지를 낭독했다. 황정둘씨는 “제가 태어났을 때는 아버지가 안 계셨다”며,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모르고 살아왔으니 아버지가 어떤 분이며, 아버지의 정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 자랐다”고 말했다.

이어 황씨는 “스무 살에 홀로 된 어머닌 지금 아흔”이라며, “어머닌 홀몸으로 할머니 모시고 두 딸 키우며 열서너 마지기 농사를 혼자 감당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억울한 것을 억울타 하소연 못하고 원통하다 말 못한 어머니의 찢어지는 그 심정을 누가 알겠냐”며, “꿈에라도 나타나 한평생 아버지를 기다리다 사신 우리 어머니, 남편의 사랑도 제대로 받지 못한 어머니를 단 한번이라도 ‘사랑했노라’고 안아드리고 업어달라”고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를 향해 말하며 울먹였다.

황치영 씨는 경찰지서에서 군대에도 안 가고 좋다고 보도연맹에 가입하라고 해서 가입했다가 한국전쟁 발발 직후 끌려가 희생됐다. 황치영씨의 아내 이귀순(1928년생) 씨는 지난 2015년 발간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희생자 창원유족회 증언자료집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해딴에)의 책 제목의 주인공이다.

   
▲ 추모제에서 부산민예총춤위원장 김경미(춤패춤나래 예술감독)씨가 초혼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 창원 한교회 교인들이 추모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추모식에서 경남작가회의 박덕선 회장은 ‘유월, 푸르러 더 섧다’는 제목의 추모시를 낭송했고, 창원 한교회 교인들은 추모식에서 ‘그날에’와 ‘상록수’로 추모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추모식에 앞서 진행된 추모제에서는 부산민예총춤위원장 김경미(춤패춤나래 예술감독)씨가 초혼무를 추며 희생자들의 넋을 달랬다. 또한 초헌, 아헌, 종헌 등의 전통제례와 석봉스님의 불교 의례가 진행되었으며, 하나교회 공명탁 목사의 기도가 이어지기도 했다.

   
▲ 추모제 참석자들이 추모의 꽃을 바다에 던지며 괭이바다에서 희생된 이들의 명복을 빌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모든 추모 행사를 마친 이들은 바다에 추모의 꽃을 던지며 헌화를 했고,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기도 했다.

창원(마산)지역 합동위령제는 4.19혁명 직후인 1960년 7월 27일 마산역 광장에서 제1회 합동위령제가 개최되었지만, 1961년 5.16쿠데타로 유족회 간부들이 모두 구속되어 탄압받으면서 중단되었다. 그러던 중 지난 2009년의 6월 20일 유족회를 창립 한 후 그해 10월 16일에 2차 합동위령제를 개최했고, 올해로 12차를 맞고 있다.

창원지역에서는 괭이바다뿐만 아니라 여양리, 현동 골짜기, 두척동, 성주사 골짜기, 감천골, 덕천골짜기, 신리마을 저수지 뒤편 등 15군데 이상의 학살지가 알려져 있다.

마산형무소에 구금된 예비검속자 및 보도연맹원 1,681명 대부분은 괭이바다에 수장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다른 곳에서 학살된 인원도 700여명에 달해 한국전쟁 당시 창원지역에서는 2,300여명이 국가의 공권력에 의해 학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진실화해위원회는 희생인원을 717명 정도로 확인했고, 이날 위령제에 신위로 모셔진 명단은 482명에 불과해 지속적인 신원확인 및 진실규명 활동이 필요한 상황이다.

   
▲ ‘어디쯤이 아버님이 돌아가신 장소일까?’ 한 유족이 괭이바다를 향해 가는 배 위에서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희생자 제69주기 12차 창원지역 합동추모제가 거행된 165톤급 크루즈 선박의 출항전 모습.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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