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9주기(21차) 노근리사건희생자 합동위령행사가 5일 오전 11시, 노근리평화공원 내 위령탑 일원에서 거행됐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 노근리사건희생자 합동위령행사에 다른 지역 유족회 회장들이 참석해 분향 후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제69주기 노근리사건희생자 합동위령행사가 5일 오전 11시, 노근리평화공원 내 위령탑 일원에서 거행됐다.

올해로 21회째를 맞는 합동위령행사에는 (사)노근리사건희생자유족회 양해찬 회장을 비롯해 유가족들과 기관단체장, 주민, 학생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거창, 함양, 고양 등 다른 지역 유족회원들도 상당수 참석했는데, 특히 바다 건너 제주에서 4·3희생자유족회 송승문 회장 등도 참석해 추모의 뜻에 동참했다.

노근리사건희생자유족회 양해찬 회장은 위령사에서 “69년전 한국전쟁 중 미군에 의하여 억울하게 희생된 영령들을 추모하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 했다”며, “치 떨리고 피맺힌 역사 앞에 머리 숙여 님들을 기억하며 추모한다”고 밝혔다.

양해찬 회장은 이어 “희생자 226명은 정부가 조사를 거쳐서 확정한 숫자이지만, 우리 유족들은 정부가 조사하지 못한 당시 피난민 인원을 더하면 희생자는 400명이 넘을 것이라고 생각 된다”며, “한국전쟁 희생자들 속에 노근리 쌍굴 일대에서 미군들에 의해 고의적으로 학살된 님들을 생각하면 우리 유족들은 참을 수 없는 원한과 분통을 누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2017년 12월 29일 노근리사건희생자 배·보상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여야 국회의원 14명이 발의하여 현재 해당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에 있다”며, “더 이상 노는 국회, 잠자는 법안이 되지 않도록 민생법안의 잣대에서 통과되도록 도와 달라”고 여야 정치권에 강력히 촉구하기도 했다.

양해찬 회장은 사건 당시 10살로, 끔찍한 현장에서 목숨을 건진 생존자다. 미군 비행기의 폭격으로 본인은 허벅지에 파편상을 입고, 누나는 한쪽 눈을 잃었다. 그의 어머니도 폭격으로 인해 하복부 파편상을 입고 쌍굴다리로 피했으나 결국 목숨을 잃었다.

▲ 노근리사건희생자유족회 양해찬 회장이 위령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각계의 추모사가 이어졌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의 추모사는 정구창 과거사관련업무 지원단장이 대독했다. 진영 장관은 “노근리 사건은 우리에게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주었고, 이땅에 평화의 실현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준 사건”이라며, “우리는 이렇게 일깨워준 평화와 인권의 소중한 가치를 교훈 삼아 아픈 역사를 올바르게 평가하고 화해와 용서를 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추모사에 나선 박세복 영동군수는 “노근리 사건은 우리 현대사의 깊은 상처이지만, 아픈 역사를 제대로 평가하고 서로 화해하고 풀어 나가야 하는 것도 현재 남아 있는 우리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노근리평화공원은 후세들이 그 날의 아픔을 기억함과 동시에 평화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인권의 소중함도 깨닫는 추모와 인권과 평화가 함께하는 교육의 장으로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제69주기(21차) 노근리사건희생자 합동위령행사가 유가족들과 기관단체장, 주민, 학생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5일 오전 11시, 노근리평화공원 내 위령탑 일원에서 거행됐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 노근리사건희생자유족회 정구도 부회장이 경과보고를 하며, 노근리 사건 70주년 사업 계획을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경과보고에 나선 노근리사건희생자유족회 정구도 부회장(노근리국제 평화재단 이사장)은 “내년 6월, 이곳에서는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찾아온 수백 명의 주요 인사들이 참여하는 ‘노근리 글로벌평화포럼행사’가 열릴 것”이라며 내년 노근리 사건 70주년을 맞아 준비 중인 기념사업 계획을 밝혔다.

정구도 부회장은 이어 “노근리사건에 유감을 표명한 바 있는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가능한 한 참석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또한 “‘노근리 글로벌 평화포럼 행사’를 통해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용서와 화해의 행사가 되도록 하겠다”며, “동북아 평화와 나아가 세계평화의 길을 밝히는 다양한 노력과 선언들이 70년 전 한국전쟁의 아픔이 가장 비극적으로 남아 있는 이곳 노근리평화공원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동군과 노근리 국제평화재단은 지난 3월 18일, ‘노근리사건 7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박세복 영동군수)를 발족한 바 있다.

위령행사에는 다양한 추모공연이 펼쳐졌다. 식전에는 무형문화재 박순영 선생이 억울하게 숨진 영혼들을 위로하기 위해 살풀이춤을 펼쳤고, 헌다 의식도 진행됐다. 헌화와 분향이 끝난 후에는 난계국악원의 추모 공연이 이어졌다.

▲ 추모식에 앞서 영동티클럽에서 준비한 헌다 의식이 진행되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 추모식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노근리사건은 한국전쟁 초기 1950년 7월 25일부터 29일 사이에 미군에 의한 공중폭격과 기관총 사격 등에 의해 피난민들이 희생된 사건이다. 특히 쌍굴다리에서는 피난민들에 대한 기관총 사격은 3박 4일, 70여 시간 동안 지속됐다.

이 사건은 50년이 지나서야 진상조사가 실시됐다. 하지만 2001년 한미 공동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명령하달 여부 등 미국의 책임에 대해서는 결론 내리지 못했다. 미국은 희생자에 대한 유감 표명에 그쳤다.

확인된 희생자는 모두 226명(사망 150명, 실종 13명, 부상 63명)에 달했지만, 실제 희생자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희생된 사람들의 대부분은 노인과 부녀자, 어린이들이었다. 끔찍한 학살의 현장에서도 수 십 명이 살아남아 증언에 나서 진실규명에 한 발짝 나설 수 있었다.

▲ 노근리사건희생자 합동위령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사건 현장인 쌍굴다리 위로는 기차가 지나다녔다. 쌍굴다리 주변에 표시된 흰색 표시는 총탄의 흔적이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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