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3월 <통일뉴스>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정보공개를 청구해 부분 공개 결정을 받은 무지개공작 문건 첫 쪽. [자료사진 - 통일뉴스]

서울고등법원은 1987년 발생한 대한항공(KAL) 858편 사건을 대통령선거 등에 활용한 공작이 담긴 이른바 ‘무지개공작 문건’ 전면 공개를 요구한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의 국가정보원장을 상대로 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등법원 제4행정부(법관 이승영, 박선준, 한소영)는 28일 오후 2시 제1별관 제306호 법정에서 열린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항소심 선고에서 “제1심 판결 중 아래에서 취소를 명한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면서 “소송 청구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2017년 12월 5일 원고에게 한 무지개공작 문건 정보에 대한 정보비공개결정처분 중 무지개공작 문건의 제2 가항 내지 라항 및 제3의 바항 부분을 취소한다”고 선고했다.

부분 공개를 선고한 무지개공작 제2 가항 내지 라항은 1심 판결문에 따르면, 하치야 신이치(김승일)와 하치야 마유미(김현희)의 체포경위 및 체포 전 행적에 관한 정보, 이들이 북한과 연계된 인물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근거로서 일본에 거주하는 실존 인물인 ‘하치야 신이치’의 진술 및 관련 인물에 관한 신상정보로 추정된다.

제3의 바항은 해외홍보 방향과 관련하여 국제기구 및 북한 동맹국들에 대한 협조 요청 방안에 관한 정보로 추정된다.

참고로 기존 부분공개 내역은 제1의 목적, 제2는 전부 비공개, 제3의 다항은 ‘폭로 시기 및 방법’, 라항은 ‘국내 홍보 방향’이다. 따라서 제3의 가항과 나항 등은 이번 일부 공개에서도 끝내 공개되지 않은 셈이다. 제3의 가항은 본부 상황반 구성, 제3항의 나항은 타국 정보기관과의 협력으로 추정된다.

앞서, 외교부는 3월 31일자로 30년이 경과한 1988년도 문서를 중심으로 총 1,602권(약 25만여쪽)의 외교문서를 공개했고, 그 중에 KAL858기 사건 관련 문건 1만여건이 포함됐다. 따라서 이번 항소심 판결에 이같은 정황이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한 항공기 폭파사건 북괴 음모 폭로 공작’(무지개 공작)은 1987년 11월 29일 미얀마 상공에서 115명의 승객을 태운 채 사라진 KAL858기 사건을, 사건 발생 사흘 만인 12월 2일 ‘북괴의 테러 공작’으로 몰아가 “가능한 대선사업 환경을 유리하게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작성된 공작 문건이다.

2006년 8월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에 의해 부분 공개됐고 2007년 3월 김치관 <통일뉴스> 기자가 국가정보원장을 상대로 행정정보공개를 청구하여 ‘정보 부분 공개 결정’을 받았으며, 2017년 11월 정보 전면공개 행정소송을 벌였지만 서울행정법원은 2018년 9월 정보공개거부처분을 선고해 항소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채희준 변호사는 “비밀로 분류된 문건도 아닌데 30여년 동안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은 상당히 비정상적인 일로, 영원히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국가의 기관이 작성한 문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작성한 것이지, 기관의 자체 목적성을 위해 작성된 것은 아니라고 볼 때 문서는 일찍이 공개됐어야 마땅했다”고 전제했다.

나아가 “더군다나 변론 종결 며칠 전 외교부는 30년 경과한 외교문서를 대량으로 일반에 공개했고, KAL858 사건 내용도 많이 포함돼 있음이 확인됐다”며 “항소심 법원이 모두 공개를 명령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여전히 일부 공개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소를 제기한 김치관 <통일뉴스> 기자는 “공개의 폭을 넓힌 것은 환영하지만 전면 공개가 안 돼 아쉽다”며 “국가 정보기관이 앞장서 113명의 국민이 희생된 사건을 대통령 선거와 반북 캠페인에 이용하기 위해 공작을 벌인 사건의 전말은 명명백백하게 밝혀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기자는 “이번 무지개 공작 문건 전면 공개 행정소송은 KAL858기 가족회와 시민대책위원회의 끈질긴 진상규명 노력의 일환으로 진행됐다”며 “아직도 실종된 가족의 유해는 물론 유품조차 찾지 못한 가족들의 진상규명을 요청하는 절규에 국가와 국민들이 귀기울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KAL858기 가족회 지원단 총괄팀장을 맡고 있는 신성국 신부는 “일부 승소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일정 부분이라도 더 알게 됐다는 것은 또 하나의 성과로 본다”며 “우리는 계속해서 다른 밝혀지지 않은 자료들에 대해서도 정보공개를 청구할 것이다”고 말했다.


(수정, 29일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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