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입김 (5)​-지게 품팔이

「입에 풀칠」이 유일한 소원
새벽부터 통금 「사이렌」이 울릴 때까지
단돈 백원(百圓)도 벌지 못하는 날이 부지기수

○.... 서울역 광장에는 사백여명의 지게꾼들이 십여 명씩 떼를 지어 서성대고 있다. 허술한 염색 작업복에 떨어진 신발을 주워 뭰 이 군상들은 오가는 손들의 짐 보따리에 목숨을 걸고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 군상들에게도 가혹한 불경기는 예외 없이 휘몰아치고 있다.

○.... 어깨가 으스러지도록 지게를 걸머져도 좋다. 사지가 쑤시도록 돌아다녀도 좋다. 오직 바라는 것은 입에 풀칠만이라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기원(祈願)뿐이다.
그러나 이 가난한 소원마저 뜬 구름에 사라진다. 이들의 새벽에 일이나 자정이 지나고 통행금지 「사이렌」이 요란스럽게 울릴 때까지 일감을 쫒아 바둥바둥 헤매었을 뿐 목구멍에 쳐지려는 거미줄의 위협을 막아낼 도리가 없다는 얘기다.

○.... 하루 수입은 잘해서 4, 5백환 ①운수가 쏟아지는 날엔 5, 6백환을 벌기도 하나 그 반면에 단돈 백환을 벌지 못하는 기막힌 날도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 한끼에 백환짜리 요기로 세 때를 넘기려면 3백환이 들고, 비비틀어 자는 하숙방에 백환이 있어야 하고, 그리고 또 50환짜리 쓴 담배 한 갑이 필요하고 보면 하루 생활비는 적어도 450환은 있어야 한다는 것 - 

생활이라고 이름 할 수 없는 기막힌 연명이지만 요 사이는 도시 이것마저 숨 막힌다는 것이다. 그래 백환짜리 밥 대신에 30환짜리 꿀꿀이죽을 먹고 50환짜리 쓴 담배 대용으로 길가의 꽁초를 주워 먹는다는 얘기-

○.... 고리채에 울고 절량에 신음하다가 유랑길 천리의 서울을 찾았다는 올해 진갑을 맞는 이(이창선=전북 부안)노인은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었다.

「작년 7월 서울에 첫발을 딛었을 땐 그래도 한 가닥의 기대만은 가졌었죠. 60 평생을 두고 배운 것이 지게질이기에 지게만 걸머지면 돈을 좀 벌줄 알았죠. 그런데 설마 이럴 줄이야」 말을 채 맺기도 전에 꺼질 듯한 한숨이 터져 나왔다.

(사진 = 서울역 앞에서 일거리를 찾고 있는 지게꾼들)

▲ 사회의 입김 (5) [민족일보 이미지]

<민족일보> 1961년 3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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