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철 통일부장관은 14일 오후 남북회담본부에서 민화협, 북민협, 7대 종단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대북 식량지원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 방침에 이어 종교·민간단체들이 적극적인 추진 의사를 밝히고 이에 통일부장관이 이들 단체 대표자들과 즉시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사업 진행에 속도가 붙는 양상이다.

김연철 통일부장관은 14일 오후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상임대표의장 김홍걸)와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회장 이기범),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대표회장 김희중 대주교)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대북 식량지원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들 대북지원 민간단체 대표자들은 이날 오전에는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북 식량지원을 위한 범국민 캠페인을 전개하여 각계의 지원금과 국민성금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식량을 긴급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날 방한중인 데이비드 비슬리(David Beasley) 세계식량기구(WFT) 사무총장과 대북 인도지원 사업 협의를 위해 면담을 가진 김연철 장관은 이날 간담회 모두 발언을 통해 "인도주의 현장에서 경험과 철학을 두루 갖춘 단체들의 의견을 청취하겠다"며, 구체적인 방법론을 포함해서 인도주의 지원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구했다.

김홍걸 민화협 의장은 "북미간 비핵화협상이 난관에 부딪치거나 남북 정부간 교류가 어려움을 겪더라도 민간차원의 교류는 계속 활성화시켜야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고 하면서 "4.27 이후 지금까지 남북교류가 관 주도로 이루어져 왔는데 이번 대북 식량지원 사업에서는 민과 관이 협의, 협력해서 상호보완적 관계가 되도록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성 KCRP 사무총장은 "대북제재와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서 북한내 식량사정이 아주 엄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종교계에서는 지난 부처님오신날에 교단 수장들이 함께 모여서 이 문제를 깊게 논의했다"고 하면서 "각 종단은 대북 인도적 지원을 재개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북민협 회원단체인 평화3000 박창일 운영위원장은 "북민협은 지난 연말, 올초에 밀가루 5천톤을 대북지원했는데, 유엔제재 때문에 무척 힘이 들었다"고 하면서 "그전에는 정부가 대북지원에 나설 경우 모든 것을 주도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민간단체를 많이 활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 외에 국내 종단이나 민화협, 북민협을 통해서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한다면 오히려 정책부담을 덜고 모니터링도 더 잘할 수 있지 않느냐"며, "중국을 통해서 물자를 보내는 경우 유엔 제재외에도 중국 정부가 가하는 여러 가지 보이지 않는 제약이 있으니 개성육로, 개성철길, 남포-인천, 부산-원산 뱃길 등 통로 다각화를 검토해 달라"는 요청도 덧붙였다.

통일부는 이날 간담회에서 "통일부장관이 북한주민에 대한 동포애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식량지원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 다만 대북 식량지원에는 국민적 공감과 지지가 필요한 만큼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추진할 계획"이라는 점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대북 식량지원의 규모와 시기, 필요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조속한 시일내에 대북 식량지원이 필요하다는데 공감을 표시했으며, 민간차원의 대북 지원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물자의 반출 등 절차에 대한 신속한 지원과 민간단체 및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김 장관은 이같은 건의에 대해 제도적 지원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창일 운영위원장을 비롯해 북민협에서 4명, 김홍걸 민화협 상임대표의장을 비롯해 5명, 김태성 사무총장을 비롯해 KCRP에서 8명 등 총 17명의 종교·민간단체 관계자들이 참가했다.

▲ 민화협, 북민협, KCRP는 14일 오전 합동기자회견을 갖고 대북식량지원을 범국민적 캠페인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에 앞서 이들 종교·민간단체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민화협 공동의장인 한영수 한국YWCA연합회 회장이 발표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올해 북한의 식량사정이 최근 10년 사이에 최악이라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고 "우리 정보도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식량지원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발표하였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은 상태"라고 하면서 "결국, 대북 식량지원에 대한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엄연한 사실 앞에서 우리가 아무 대책없이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식량지원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정부에는 "민간차원의 식량지원이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물자의 반출과 방북에 보다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을 해 줄 것"을, 국제사회에는 "북쪽 주민들의 아픔을 공유하고자 하는 한국 국민들의 의지와 노력에 지지를 보내주고 함께 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북측 당국에는 "대북제재 등 국제정세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치적 상황과는 상관없이 아이들의 배고픔을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에는 너와 내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한국 시민사회의 식량제공 노력에 적극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시민들에게는 "북한 주민에 대한 식량지원은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사는 통일준비의 과정이며, 우리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관심과 평화통일 의지를 제고하는 데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생명을 존중하고 통일의 미래를 생각하는 길에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지원물자에 대한 전용의혹을 해소할 수 있도록 분배의 투명성을 더욱 높여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날 민화협, 북민협, KCRP 공동명의로 발표한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북한 동포들에 대한 식량지원은 남북을 잇는 평화의 끈이며, 남북이 상생하는 평화와 통일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출발이고 통일 후 함께 살아갈 우리의 동포들, 우리의 아이들을 살리는 일"이라며, "생명을 살리고 존중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이는 그 어떤 정치적 이유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북녁 동포들을 돕기 위한 식량지원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기범 북민협 회장은 지난 5월 3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이 발표한 '북한의 식량안보분과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의 식량 작물 생산량은 약 490만톤으로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여러 가지 원인 중에 인산, 칼륨 비료의 부족 그리고 농장의 전력 및 연료의 심각한 부족이 식량 생산 저하에 영향을 미쳤다고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 수입해야 할 곡물의 양을 약 136만톤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는 북한 주민 약 1,010만명이 먹을 수 있는 양 "이라며, "이를 충당하기 위해 인도적 개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히 올 1월부터 1인당 식량배급량도 전년 대비 80g 줄어든 300g이 지급되고 있으며, 7~9월에는 배급량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춘궁기인 5~9월 사이에 식량사정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즉각적인 인도주의 조치가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현재 북녘 인구의 43%에 해당하는 1,090만명이 식량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생후 6개월에서 23개월까지의 어린이들 중 3분의 1이 하루 최소량의 식사만 공급받고 있으며, 그 결과 어린이 5명중 1명은 만성적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발육부진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식량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엔 대북제재 품목으로 묶여있는 영농기자재와 영농장비도 지원하는 농업분야 개발협력사업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이를 위해 인도지원 영역에 대한 즉각적인 대북제재 완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남북협력을 통해 식량상황 개선뿐만 아니라 주민과 어린이들의 영양상태 개선과 질병관리를 위한 보건, 의료, 영양 분야 대북지원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홍걸 민화협 의장은 지난해 4.27 판문점선언 이후 1년간 남북교류가 관주도로 이루어져 왔는데 이번 식량지원사업을 계기로 민과 관이 협력하는 상호보완적 관계가 되도록 발전시켜야 한다고 하면서 "나아가 "이번 기회를 잠시 닫혀있는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달 말 중국 선양에서 북측 인사들과 실무접촉이 예정돼 있는 김 의장은 북측에서 간접적으로 대규모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는 전언이 있었다며, 민간의 대북 식량지원 계획에 북측이 호응할 것이라는 기대를 표시했다.

KCRP 남북교류위원장인 원불교 정인성 교무는 "우리 7대 종단은 북한이 어려울 때마다 항상 기도와 인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 왔다"며 "조선불교도연맹,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조선카톨릭교협회, 조선천도교회중앙지도위원회 등 4대 종단이 구성한 조선종교인협회와 남측 한국종교인평화회의는 늘 파트너십을 가지고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어려운 북녘의 동포들을 위해 인도적 지원에 우리 종단은 적극적으로 함께 나서겠다"며, "어려운 이웃을 외면하지 않고 사랑과 자비와 고뇌를 공유하는 것이 신앙하는 이들의 마땅한 책무이다. 정치인들은 굶주린 동포를 위해, 내 형제들을 위해 먹을 것을 나누는 것은 이 시대를 사는 사람의 도리를 다하는 행위이다. 인간으로서, 인간의 도리로서 나누는 밥그릇에 제발 이념을 덮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식량지원에 대해 북측이 소극적 입장을 밝힌데 대해서는 이구동성으로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의 비핵화협상을 진행중인 북측으로서는 식량문제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요인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그런 점에서 조금 소극적으로 나온다고 하더라도 어려움을 겪는 북측 주민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기범 회장은 "굶주림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상황이 아니라 생명과 성장에 부작용을 초래하는 구체적인 경우는 엄격히 다르다는 점을 유념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앞으로 진행상황을 국민들께 소상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대국민호소문(전문)


북한 동포들을 위한 긴급 식량지원에 동참해 주실 것을 호소합니다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한민족의 피를 나눈 우리의 형제들이, 통일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갈 우리의 아이들이, 심각한 식량난에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방관만 할 수 없기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작년 우리는 분단의 아픔을 넘어 <4·27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하여 한반도의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기대하였습니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하노이 회담 이후 북미관계는 물론, 남북관계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습니다. 남북의 정치․군사적 대립과 갈등을 뛰어 넘어, 생명과 인권의 존엄성을 함께 실현해 나갈 것을 호소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한반도 평화와 건강한 통일의 미래를 위해 이제는 대승적 차원에서 대북 식량지원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북한주민들이 심각한 식량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이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북한은 ‘136만 톤의 식량이 부족한 상태이고, 북한 인구의 40%인 1,010만 명이 심각한 굶주림에 직면’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느 국가도 선뜻 북한을 지원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으며, 우리 정부도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식량 지원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 발표하였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은 상태입니다. 결국 어려움에 처한 북한 동포들을 살리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도움의 손길을 보내는 것도 쉽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남북의 군사적․정치적 긴장상태와는 별개로, 수백만의 북한 동포들이 부족한 식량사정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도 우리가 외면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입니다. 대북 식량지원을 둘러싼 여러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고통 받는 동포들을 돕기 위한 식량지원이 절실합니다. 

  북한 동포들에 대한 식량지원은 남북을 잇는 평화의 끈이며, 남북이 상생하는 평화와 통일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출발입니다. 통일 후 함께 살아갈 우리의 동포들, 우리의 아이들을 살리는 일입니다. 

  이에 생명과 평화,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염원하는 모든 이들의 정성을 모아 북한 취약계층을 위한 긴급 식량 지원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각계의 지원금과 국민성금을 통해 북한주민들에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국민여러분께 호소합니다. 북녘 동포들을 돕기 위한 식량지원에 동참해 주십시오. 생명을 살리고 존중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이는 그 어떤 정치적 이유보다 우선되어야 합니다. 

  우리정부에 요청합니다. 대북 식량지원에 대한 보다 유연한 입장을 가져 주십시오. 시민들의 작은 정성으로 마련한 식량이 북으로 전달되지 못하고 창고에 쌓여 있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정부는 민간차원의 식량지원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물자의 반출과 방북에 보다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을 해줄 것을 촉구합니다. 정부 차원의 대북 식량지원을 재개하는 것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것이 어렵다면, 민간단체나 국제기구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국제사회에도 호소합니다. 북쪽 주민들은 한반도 남쪽의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입니다. 이웃이라서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그들이 힘들어 할 때 그 아픔을 나누고자 하는 것이 인도주의의 가장 기본이 아니겠습니까? 북쪽 주민들의 아픔을 공유하고자 하는 한국 국민들의 의지와 노력에 지지를 보내 주시고 함께 해 주시기 바랍니다.

  북쪽 당국에도 촉구합니다. 대북제재 등 국제 정세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치적 상황과는 상관없이 아이들의 배고픔을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에는 너와 나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한국 시민사회의 식량 제공 노력에 적극 협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대북 지원을 둘러싼 우리사회의 논란과 지원물자의 전용가능성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북 지원의 효과를 높이고 분배의 투명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서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생명을 존중하고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국민여러분, 종교인 여러분, 각계의 지도자 여러분, 함께 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19. 5. 14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7대 종단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추가-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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