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경남대 석좌교수) 

 

북한이 최근 2차에 걸친 단거리 미사일과 발사체 발사를 단행하였다. 이런 북한의 군사적 행동은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구축 프로세스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 돼 바람직하지 못하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비우호적인 태도로 인해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이러한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북미 관계의 물꼬를 트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 구상도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4월 11일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 때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에게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 로드맵”을 제안하였다. 그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문재인 대통령이 가지고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트럼프의 메시지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아직까지 전달하지 못한 것 같다. 트럼프의 메시지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궁금하다.

필자는 칼럼을 통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결렬된 이유 가운데 핵심은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국간 합의된 로드맵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므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로드맵에 남북미 3국간 합의가 절실하다.

필자는 비핵-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로드맵의 필요성에 따라 아래와 같이 창의적인 로드맵 구상을 제안한다. 먼저 퓨전(Fusion-융합) 접근(approach)에 기반한 비핵-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로드맵에 북미 간 합의가 이뤄지면, 미국과 북한은 진정성을 갖고 성실하게 비핵화 조치들을 이행을 할 것이다.[필자의 퓨전접근(fusion approach) 제안에 대해 통일뉴스(2019.3.25) 게재된 칼럼 참조 바람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8221]

또한 미국과 북한이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역할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남북미 3 국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의 입구론과 출구론을 포함하는 비핵-평화 로드맵에 합의한다면 비핵화된 한반도 평화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다.

협상의 기본 원칙은 무엇을 협상할 것인가에 대한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다. 되돌아보면 필자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서 배운 몇 가지 교훈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첫째,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6자회담, 남북회담, 북미회담에서 합의한 바 없다. 지금까지 한반도 비핵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북미 간 합의가 된 것이 없다. 북한은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주장한다. 한편 서울과 워싱턴은 조선(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이 핵보유국이라는 이유로 북한의 비핵화를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한반도 비핵화(Denuclearization on the Korean Peninsula)가 무엇인지에 대한 3국의 합의가 필요하다.

둘째, 북한의 “단계적-동시행동” 접근과 미국의 “일괄타결식” 혹은 “빅딜” 접근이 상호 보완적이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융합 접근법”이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북미가 주장하는 상이한 두 가지 접근 방식을 퓨전(융합) 접근으로 해결해 보자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융합 접근법”에 기반한 것으로 보이는 “포괄적 합의-단계별 이행” 접근 방식을 지난 4월 1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제안했다.

셋째,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가 병행추진 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미국, 중국, 남북이 서명한 “한반도 평화조약”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요구하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두 가지 전제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 조건은 (1)북한체제 보장과 (2)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포기이다. 미중남북이 서명하는 한반도 평화조약이 김정은 위원장이 제안한 비핵화의 두개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북(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압박과 강력한 제재 정책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해법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에 대한 제재/압박 정책이 아닌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여기에 제안한 비핵-평화체제를 위한 5단계 로드맵은 북핵 해법을 위해 대북 제재/압박 정책의 대안으로 제안한 것이다. 이는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필자가 원래 주장한 3단계 로드맵을 수정, 보완한 것이다. 필자의 새로운 5단계 로드맵(five-phase roadmap) 구상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1단계: 비핵화 정의 및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로드맵 합의

초등단계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남북미 3국이 먼저 합의해야 한다. 그 다음 단계는 포괄적이고 단계별 접근 방식에 합의해야 한다. 3국이 비핵화의 “end state”인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한 비핵화(FFVD)-출구전략, 즉 완전한 비핵화의 최종 목표에 합의해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 핵물질, 핵시설, 장거리 미사일 운반체 등 폐기 신고를 해야 하고 이러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필요하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출구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이행 로드맵에 합의하기 위해 미국, 한국, 조선 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포함한 “3자회담”을 소집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비핵화와 평화체제에 대한 새롭고 창의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하려는 의지와 책무를 기꺼이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단계: 영변 핵시설 해체와 금강산 관광 재개/개성공단 재가동

국가 간 협상은 주고받는 것을 전제로 한다. 먼저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한 영변 핵시설을 자발적으로 해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김정일의 자발적 행동에 대한 대가로 미국과 한국은 상응조치를 동시에 이행해야한다. 즉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고 개성공단 재가동 등 상응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동시에 북한은 영변지역 이외의 추가 조치로 핵시설, 핵물질, 장거리 미사일 부지 및 이동형 발사체 등을 해체하는 대가로 추가 제재 완화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미중남북은 종전선언과 4자회담을 통한 조속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등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이다.

3단계: 북미/북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 협상과 WMD 폐기 협상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공식적으로 생화학 무기와 대량살상 무기 (WMD)의 해체를 제안했다. 이전에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 (John Bolton)은 이 제안을 반복적으로 주장했고, 이제 미국은 북한에게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이 단계에서 미국과 일본은 북한과의 외교관계 정상화 회담을 논의하고 평양과 워싱턴, 도쿄에 연락사무소를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단계: 북미/북일 정상화 관계 조약 체결 및 4자간 한반도 평화조약 협상

북미/북일 외교관계가 수립되면 그것은 남북한과 한반도 주변 4대 강대국 간의 상호 인정이 완료되고 교차 승인을 의미한다. 이는 동북아체제의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동북아 안보 체제의 안정을 가져오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 단계에서 정전협정의 당사국인 미중남북 4자 평화포럼에서 1953년에 체결한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가칭)‘한반도 평화조약’을 체결해야 한다. 한반도에서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4자간 평화협정이 아닌 평화조약이 체결되어야 한다. 이 평화조약이 동시에 동북아 6개국(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남북한) 간 동북아 안보공동체 형성을 위한 방향으로 진전되길 기대한다.

5단계: 4자간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과 FFVD 맞교환

평화조약(a peace treaty)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평화협정보다 강력한 구속력이 있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을 위한 심층적인 연구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필자는 이미 “한반도 평화조약”을 출구전략으로 제안했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혹은 FFVD(최종, 완전 검증된 비핵화)를 달성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북한 정권은 김정은 위원장이 제안한 두 조건이 충족된다면 북한을 국제법적으로 제도적으로 보장하게 될 것이다. 김 위원장의 두 조건은 (1)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포기, (2)북한체제의 안전보장인데, 미중남북 4국 정상이 서명한 “한반도 평화조약”은 김 위원장의 완전 비핵화 또는 FFVD를 위한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킬 것이다.

한반도 평화조약 속에 4개 부속합의서가 존재한다: (1)한중 평화합의문 (2)북미 평화합의문, (3)한중 평화합의문 (4)미중 평화합의문이 포함된다. 이와 함께 주한미군의 지위는 다자간 국제평화 유지군으로 전환되어야한다. 유엔안전보장 이사회는 유엔 사무국에 등록한 한반도 평화조약을 추인하게 되면 국제법으로 강력한 구속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표1 참조>

<표 1> 필자의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5단계 로드맵 구상

5단계

핵심 내용

1단계: 비핵화 정의 합의 및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로드맵 합의

-남북미 3국이 비핵화의 정의 합의

-포괄적-단계적 이행 로드맵 합의(출구론 end state, FFVD)

-북 핵무기, 핵물질, 핵시설, 장거리미사일 등 신고/폐기 합의

-문재인 정부의 당사자 역할/로드맵 작성/남북미 3자회담 개최

-종전선언

 

2단계: 영변 핵시설 해체와 금강산 관광 재개/개성공단 재가동

 

-김정은이 약속한 영변 핵시설 폐기

-한미 상응조치: 금강산 관광 재개/개성공단 재가동

-영변 이외 지역 핵시설, 핵물질, 장거리 미사일/이동발사체 해체

-한미 상응조치: 추가 제재 완화/미중남북 4자간 평화조약

체결 협상 개시.

 

3단계: 북한 WMD 폐기협상과 북미/북일 외교정상화 협상

-북한의 생화학무기와 대량살상무기(WMD) 해체

-워싱턴, 평양, 동경 연락사무소 설치

 

4단계: 북미/북일 외교관계 조약 체결과 한반도 평화조약 협상

-북미/북일 외교관계 수립 교차승인 완료

-미중남북 4자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 협상

-동북아 안보 협의체 형성

 

5단계: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과 FFVD 맞교환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이 김정은의 비핵화 2개 조건 충족

-FFVD 혹은 완전한 비핵화와 맞교환

-한반도에서 비핵-평화체제 구축

여기에 제안한 한반도 비핵-평화체제를 위한 5단계 로드맵 구상은 거시적 제안이며, 3자간 합의가 되면 미중남북 관련국들이 실무외교 협상을 통해서 각 단계마다 구체적인 실천 로드맵에 합의하여 이행되길 기대한다.

필자의 주장은 최종 단계에서 FFVD, 즉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과 맞교환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핵무기가 없는 항구적 평화체제가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한반도에 정착될 것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동북아의 평화를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국 Claremont Graduate University 국제관계학 박사. 전 미국 Eastern Kentucky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켄터키대 명예교수, 경남대 석좌교수, 한반도미래 전략 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등, 글로벌평화재단이 수여하는 혁신학술연구분야 평화상 수상(2012). 31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250편 이상 출판; 주요저서: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평화체제 의 모색』 등; 영문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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