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제감시하의 총선거는 통일을 위한 새로운 진전이다

(1)
유엔본부에서 전해오는 소식에 의하면 서방측 국가들은 종전에 고집해오던 「유엔감시」대신에 「국제감시」하의 자유선거를 통해 한국을 통일시켜보려는 새로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한다.

이 새로운 시도에 대하여 임창영「유엔」대사와 장리욱주미대사는 적극 반대하는 뜻을 유엔에 파견된 미국대표들에게 전하였다고 하며, 외무부의 공식대변인은 『우리 정부의 방침에 따른 결의안을 내도록 잘 해결되었으며 예년과 별 차이 없는 결의안이 제출될 것』이라고 그 전통적인 낙관을 표명하고 있다.

우리는 「유엔」내의 서방측국가들이 16년 동안이나 동서냉전의 희생을 강요당해온 한국의 인민과 국토의 통일에 보다 새롭고 현실적이며, 양진영에 다 같이 수락될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소식에 큰 격려를 받는 동시에 깊은 감사를 느낀다.

그러나 말끝마다 「민주적이고 자주적이며 평화적인」 통일을 주장해온 장면 보수내각과 일부 보수 국회의원들이 공산측이 아니라 서방측의 새로운 움직임을 충분히 검토해 보기도 전에 부정적인 태도를 표명하고 있음에 대하여는 통일을 갈망하는 인민으로서의 분노를 참을 수 없다.

여기서 새삼스럽게 되풀이 할 필요도 없이 한국의 통일문제는 동서냉전의 진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서, 미소양국과 이들의 냉전전략을 무조건·무비판으로 추종하기만 해온 남북의 집권자들은 이때까지 통일방안 - 그 중에서도 「유엔감시하의 선거」냐 「중립국감시하의 선거」냐 하는 통일선거방법을 에워싸고 날카롭게 대립해왔었다.

그러나 통일선거방법 따위는 이들이 내세운 표면상의 구실에 불과한 것이었으며, 실질적으로는 한국의 인민과 영토의 분열을 조장했으며 그 재통일을 갖은 이유로 방해해 온 이들 국내외세력들의 현상유지를 꾀하기 위한 권모술수에 지나지 않았다는 냉엄한 사실을 우리는 지적해둘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통일을 논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엔감시」, 「국제감시」, 「중립국감시」같은 선거방법이 아니라, 크게 봐서는 국제긴장의 수화(화해)와 제3차 대전의 불가능이라는 2대 전제하에 움직이고 있는 국제정세가 한국이나 독일과 같은 동서냉전의 계쟁점이 되어 있는 지역에서 이때까지의 정돈(침체)상태를 타개하고 「공존」을 위한 새로운 타협점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진전했느냐 하는 점과 국내적으로는 남북의 인민들에 다 같이 수락될 수 있는 방안에 입각한 조국의 통일을 염원하는 인민대중의 조직된 힘이 어느 정도로 성장했느냐의 두 가지 점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지금 국제정세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조국의 통일을 보다 용이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이 분명하다. 과학의 급속한 발전과 16년간에 걸친 냉전에 지칠대로 지친 전 세계 인민들의 평화에 대한 갈망은 제3차 대전이 불가피하다고 보아온 동서양대진영내의 전쟁론자들의 세력을 해마다 달마다 희미하게 만들어왔으며, 특히 이 양대 진영 사이의 냉전의 틈바구니에서 벗어나려는 아·아(아시아·아프리카)「블럭」을 중심으로 한 제3세력이 99개국 유엔총회 내에서 과반수에 이르는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미·소 양국으로 하여금 그들의 세계정략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자기들의 세계사적 위치를 보다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도 자기들의 군사적 힘과 정치철학을 「원조」라는 미명아래 남의 나라들에게 강요해 오던 종전의 냉전정략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이번 「유엔」에서 서방측이 종전의 그것보다도 새로운 통한(통일한국)결의안을 논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도 위에 적은 국제정세의 변동에 입각한 것으로서 지극히 당연하고도 불가피한 움직임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국제정국의 추이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사월혁명정신을 이어받았다고 자처하고 있는 장면 씨의 민주당내각과 아직도 우물안의 개구리처럼 눈을 뜨지 못하고 있는 이 나라의 보수국회의원들은 서방측에의 유엔에서의 새로운 움직임을 두 손 들고 환영하기는커녕 아직도 「유엔감시」와 「대한민국헌법절차에 따른 총선거」를 고집하는 어리석은 짓을 되풀이 하고 있다.

먼저도 말했지만 「유엔」의 결의에 의지하는 것인 한 「유엔감시」건 「국제감시」건 또는 「중립국감시」건 이것이 국제사회의 협조와 보장을 받을 수 있고 또 남북인민들을 비롯한 관계 국가들에게 수락될 수 있는 통일방안이라면 우리는 그 성패와는 상관없이 최소한시험만이라도 해볼 성의와 노력을 기울여야할 줄 믿는다.

만약 대한민국이 「유엔」에 의하여 탄생(얹혀살다)되고 육성되어왔다고 믿고 있는 보수정부와 보수국회의원들이 「유엔결의」에 입각한 「국제감시하의 총선거」를 거부한다면 이것은 결과적으로 「유엔」을 한국전쟁의 가담자라고 규정하여 「유엔」을 무시해온 북한공산정권과 똑같은 자가당착에 빠지고 말게 될 것이다.

우리가 원하든 말든 조국의 통일이 미,소양국의 타협과 보장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 냉혹한 우리네의 현실임을 깨닫는 애국적 인사들이라면 동서간에 새로운 타협점을 발견하려는 움직임의 일단이라고 볼 수 있는 「유엔」의 새로운 움직임에 대하여 결코 졸속하고 신경질적인 반발을 느끼거나 표시할 필요가 없을 줄로 안다.

▲ 국제감시하의 총선거는 통일을 위한 새로운 진전이다 [민족일보 이미지]

社說/國際監視下의 總選擧는 統一을 爲한 새로운 進展이다

(一)
유엔本部에서 傳해오는 소식에 의하면 西方側 國家들은 從前에 固執해오던 「유엔監視」대신에 「國際監視」下의 自由選擧를 通해 韓國을 統一시켜보려는 새로운 努力을 기울이고 있다한다.

이 새로운 試圖에 對하여 林昌榮「유엔」大使와 張利郁駐美大使는 積極反對하는 뜻을 유엔에 派遣된 美國代表들에게 傳하였다고하며, 外務部의 公式代辯人은 『우리 政府의 方針에 따른 決議案을 내도록 잘 解決되었으며 例年과 別差異없는 決議案이 提出될 것』이라고 그 傳統的인 樂觀을 表明하고 있다.

우리는 「유엔」內의 西方側國家들이 十六年동안이나 東西冷戰의 희생을 强要當해온 韓國의 人民과 國土의 統一에 보다 새롭고 現實的이며, 兩陣營에 다같이 受諾될 수 있는 方向으로 努力하고 있다는 소식에 큰 激勵를 받는 同時에 깊은 感謝를 느낀다.

그러나 말끝마다 「民主的이고 自主的이며 平和的인」 統一을 主張해온 張勉保守內閣과 一部保守國會議員들이 共産側이 아니라 西方側의 새로운 움직임을 충분히 檢討해 보기도 前에 否定的인 態度를 表明하고 있음에 對하여는 統一을 渴望하는 人民으로서의 憤怒를 참을 수 없다.

여기서 새삼스럽게 되풀이 할 必要도 없이 韓國의 統一問題는 東西冷戰의 進展과 密接한 關係가 있는 것으로서, 美蘇兩國과 이들의 冷戰戰略을 無條件·無批判으로 追從하기만 해온 南北의 執權者들은 이때까지 統一方案- 그 中에서도 「유엔監視下의 選擧」냐 「中立國監視下의 選擧」냐 하는 統一選擧方法을 에워싸고 날카롭게 對立해왔었다.

그러나 統一選擧方法 따위는 이들이 내세운 表面上의 口實에 不過한 것이었으며, 實質的으로는 韓國의 人民과 領土의 分裂을 助長했으며 그 再統一을 갖은 理由로 妨害해 온 이들 國內外勢力들의 現狀維持를 꾀하기 위한 權謀術數에 지나지 않았다는 冷嚴한 事實을 우리는 指摘해둘 必要가 있다.

그러므로 統一을 論함에 있어서 가장 重要한 것은 「유엔監視」, 「國際監視」, 「中立國監視」같은 選擧方法이 아니라, 크게 봐서는 國際緊張의 綏和(화해)와 第三次大戰의 不可能이라는 二大前題下에 움직이고 있는 國際情勢가 韓國이나 獨逸과 같은 東西冷戰의 係爭點이 되어 있는 地域에서 이때까지의 停頓狀態를 打開하고 「共存」을 위한 새로운 妥協點을 發見할 수 있을 程度로 進展했느냐 하는 點과 國內的으로는 南北의 人民들에 다같이 受諾될 수 있는 方案에 立脚한 祖國의 統一을 念願하는 人民大衆의 組織된 힘이 어느 程度로 成長했느냐의 두가지 點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二)
지금 國際情勢는 過去 어느때보다도 祖國의 統一을 보다 容易하게 만드는 方向으로 움직이고 있음이 分明하다. 科學의 急速한 發展과 十六年間에 걸친 冷戰에 지칠대로 지친 全世界人民들의 平和에 對한 渴望은 第三次大戰이 不可避하다고 보아온 東西兩大陣營內의 戰爭論者들의 勢力을 해마다 달마다 희미하게 만들어왔으며, 特히 이 兩大陣營 사이의 冷戰의 틈바구니에서 벗어나려는 亞·阿(아시아·아프리카)「블럭」을 中心으로한 第三勢力이 九十九個國 유엔總會內에서 過半數에 이르는 자리를 차지하게되었다는 事實은 美·蘇 兩國으로 하여금 그들의 世界政略을 根本的으로 再檢討하지 않을 수 없도록 强要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自己들의 世界史的 位置를 보다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도 自己들의 軍事的 힘과 政治哲學을 「援助」라는 美名아래 남의 나라들에게 强要해 오던 從前의 冷戰政略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는 段階에 이르고 있다.

이번 「유엔」에서 西方側이 從前의 그것보다도 새로운 統韓決議案을 論議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도 위에 적은 國際情勢의 變動에 立脚한 것으로서 지극히 當然하고도 不可避한 움직임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國際政局의 趨移가 이러함에도 不拘하고 四月革命情神을 이어받았다고 自處하고 있는 張勉氏의 民主黨內閣과 아직도 우물안의 개구리처럼 눈을 뜨지 못하고 있는 이 나라의 保守國會議員들은 西方側에의 유엔에서의 새로운 움직임을 두 손 들고 歡迎하기는커녕 아직도 「유엔監視」와 「大韓民國憲法節次에 따른 總選擧」를 固執하는 어리석은 짓을 되풀이 하고 있다.

먼저도 말했지만 「유엔」의 決議에 依持하는 것인限 「유엔監視」건 「國際監視」건 또는 「中立國監視」건 이것이 國際社會의 協調와 保障을 받을 수 있고 또 南北人民들을 비롯한 關係國家들에게 受諾될 수 있는 統一方案이라면 우리는 그 成敗와는 相觀없이 最小限試驗만이라도 해볼 誠意와 努力을 기울여야할 줄 믿는다.

萬若 大韓民國이 「유엔」에 의하여 誔生(얹혀살다)되고 育成되어왔다고 믿고 있는 保守政府와 保守國會議員들이 「유엔決議」에 立脚한 「國際監視下의 總選擧」를 拒否한다면 이것은 結果的으로 「유엔」을 韓國戰爭의 加擔者라고 規定하여 「유엔」을 無視해온 北韓共産政權과 똑같은 自家撞着에 빠지고 말게 될 것이다.

우리가 願하든 말든 祖國의 統一이 美,蘇兩國의 妥協과 保障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 冷酷한 우리네의 現實임을 깨닫는 愛國的人士들이라면 東西間에 새로운 妥協點을 發見하려는 움직임의 一端이라고 볼 수 있는 「유엔」의 새로운 움직임에 對하여 決코 拙速하고 神經質的인 反撥을 느끼거나 表示할 必要가 없을 줄로 안다.

<민족일보> 1961년 3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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