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톤> 북한이 자체 추계한 식량과 에너지 부족량

▲ 이찬우 일본 테이쿄대학 교수가 3일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북한경제와 협동하자』 출판기념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북한은 곡물생산량이 정곡 기준으로 500만 톤이면 문제가 없다. 2018년 생산량은 북한 추정은 520만톤, 정곡 기준으로 환산하면 440만톤이다.”

북측이 자체로 집계한 2018년 곡물생산량이 정곡 기준으로 440만톤 수준이라는 사실과 올해 식량 부족분을 50만톤으로 추계하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찬우 일본 테이쿄대학(帝京大学) 교수가 3일 오후 7시 서울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라이프인> 창간 2주년 기념식 및 『북한경제와 협동하자』 출판기념회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는 북한의 식량 수요량을 1일 1만톤, 1년 365만톤을 기준으로 삼았고, 여기에 산업용 100만톤을 더하면 465만톤이 최저수요량이 된다. 따라서 지난해 생산량 440만톤은 2,30만톤이 부족한 것이지만, 정곡 500만톤을 기준으로 생산량 440만톤과 수입량 10만톤을 감안하면 50만톤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작년에 자연재해가 있었다. 황해도에 가물이 들었다”며 “그래서 금년도에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제대로 안 이뤄지면 식량에서 부족분이, 자기들 자체 판단으로는 50만톤이라는 계산이 나온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 이찬우 교수는 북한 식량 사정을 북측의 집계를 근거로 추산해 제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파악하기 어려운 북측 내부의 식량 사정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특별한 이력 덕이다. 국내에서 대우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등을 역임하며 북한 실물경제를 연구했고, 1999년 일본으로 건너가 경제연구소들에 적을 두고 다양한 북측 자료를 접할 기회를 얻었다. 게다가 일본 국적을 얻어 북측과의 접촉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

그는 “‘최악의 상황이다’ 이렇게 자존심 상하는 말을 하지 말자”며 서로 상대를 이해하고 체면을 살려주면서 식량지원을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식량과 함께 가장 관심을 끄는 북한의 에너지 사정에 대해서도 그는 석유가 연간 50만톤 정도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북한의 연간 석유 수요량은 150만톤 수준이고, 중국에서 들여오는 원유 50만톤, 갈탄에서 뽑아내는 액화석유(인조석유) 10만톤, ‘탄소 하나’ 공법으로 석탄에서 뽑아내는 20만톤, 공식.비공식 수입 20만톤 정도로 추산하면 연간 100만톤 정도 수급되고 있고 50만톤 정도가 부족하다고 추산했다.

<돈주> “여성들이 가진 사회적 역할이 있다”

▲ 송경용 신부의 사회로 양동수 사회혁신기업 더함 대표, 김태현 시대의창 편집팀장과 더불어 대담이 진행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그는 북한 경제에서 ‘돈주’의 등장을 ‘사회적 경제’의 역할과 연관지어 해석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에서 유력한 가문의 남성들은 주로 군과 당에서 직책을 맡고, 여성들이 돈주로서 경제적 역할을 담당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는 ‘10만 달러 이상의 사금융자금을 현금으로 유통할 수 있는 사람’을 ‘돈주’로 규정하고, 돈주들의 외화 유통자금은 30~50억 달러로 추산했다.

먼저 “북한의 돈주들이 대체로 5천명, 그 중에 80%인 4천명이 여성들이다. 북한의 돈주들은 여성들이 압도적이다”고 현황을 전하고 “어느 사회나 여성들이 가진 사회적 역할이 있다”며 “여성들은 돈을 자식을 위해서 쓰고, 가족을 위해서 쓰고, 이웃을 위해 쓴다”고 말했다.

“북한의 돈주들이 전체적으로는 국가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부분들에 대해서 자발적으로 메꾸어 주는 기능들을 조선 여성들이기 때문에 하고 있다”는 것.

그는 책에서 돈주의 사회적경제 관점에서의 역할로 △사회적 금융 △주택자금 또는 생활자금 대출 △보건 위생 환경보호 분야 기부 △취약계층 원호, 교육 분야 기부 △지방기업 생산자금 대출 △협동단체 생산자금 대출을 꼽았다.

▲ 출판기념회에는 학계와 금융계, 사회적경제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그는 북한의 상업은행이 돈주들의 ‘사금융 양성화’ 형태라며 나진-선봉 지역의 경우 상업은행 이자율이 5~8% 수준이고 사금융은 보통 20% 수준이라고 전했다. 물론, 급전의 경우 3,40% 고금리가 적용되기도 한다고.

그러나 “그것이 아직 모델로 정착돼 있지 않다”며 “개인의 의지, 그리고 자기들이 사회주의로 교육받은 것에 따른 당연한 심리로 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이것을 사회적 경제로 해석해주고 그것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서 환경 문제와 생태 문제, 거기에 건강권 문제, 이런 것들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과제”라고 짚었다.

나아가 “그런 부분에 대해서 남쪽의 사회적 기업들이 더 큰 관심을 가져달라”며 “그것이 한반도에 같이 사는 사람들의 앞으로의 행복을 위한 나눔의 사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회적경제> “시장이 아니라 공유경제를 보완하는 사회적경제”

▲ 송경용 <라이프인> 초대 발행인이 환영사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홍일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이 축사를 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그는 책에서 “사회주의경제에서 국가의 기능이 제힘을 발휘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대안적 기능의 하나는 시장 기능이며 다른 하나가 사회적경제 기능이라할 수 있다”며 “사유화로 가는 시장이 아니라 공유경제를 보완하는 사회적경제가 북한 사회주의경제에서 존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북한의 협동조합은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 돈주들의 사회적금융 기능도 나타나고 있다”며 “더 많은 조사가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남북 간의 경제협력도 북한의 자생력과 지구력을 이해하면서 쌍방적인 접근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 이찬우 교수의 『북한경제와 협동하자』는 지난해 인터넷신문 <라이프인>에 15회에 걸쳐 연재된 글을 시대의창에서 출간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라이프인 사회적협동조합이 주최한 이날 기념식은 초대가수 한선희가 축가를, 송경용 <라이프인> 초대 발행인이 환영사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홍일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이 축사를 했고, 송경용 신부, 양동수 사회혁신기업 더함 대표, 김태현 시대의창 편집팀장이 대담을 진행했다.

이찬우 교수의 『북한경제와 협동하자』는 지난해 인터넷신문 <라이프인>에 15회에 걸쳐 연재된 글을 시대의창에서 출간한 것으로 ‘북한경제의 자력갱생-자강력’, ‘사회적경제 관점’, ‘민족경제의 국제경제력’이라는 3가지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


(수정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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