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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존재는 단지 미적 현상으로 파악됨으로써만 정상화 된다<연재> 고석근의 시시(詩視)한 세상 (240)
고석근  |  ksk21cc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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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01  10: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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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와 존재는 단지 미적 현상으로 파악됨으로써만 정상화 된다 (니체) 


 태양의 유혹
 - 황인숙

 내가 태양을 향해
 똑바로 얼굴을 치켜들자
 그는 찡긋
 너! 라고 속삭인다
 북적이는 행인들 속에서
 나는
 오, 나만의
 나만의, 나만의, 나만의 햇님
 나의,
 라고 더듬거린다

 그 누가 알리
 태양이 굶주린 거머리처럼
 내 자신을 빨고
 이 많은 행인들 속에서
 나, 감쪽같이 환락의 떪을

 나, 잠시
 영원히
 추위를 벗고
 내 몸에 너무나도 잘 맞는
 그의 손에 이끌린다

 꺼져라, 소멸의 시간이여
 이제 다시 지구는 나를 중심으로 돌고
 태양이 덩굴손을 뻗어
 내 피 속에 담그고
 미친 듯 장미꽃을 토하게 한다
 꺼져라, 꺼져라, 소멸의 시간이여

 이 무슨 야릇한 냄새람
 나, 기진한 흰동공을 돌려
 향내나는 혼음의 거리를 본다.


 초등학교 다닐 때 학교에서 과학을 배우며 미신을 믿는 등 주술적 사고를 하시는  부모님을 은근히 무시하게 된 기억이 내게 있다.

 시골에 살면서 읍내를 바라보면 무슨 성(城) 같았다. 경찰서 건물이 가장 컸다. 망루 같았다. 불야성을 이루는 밤의 전경은 과학의 힘을 느끼게 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처음 서울에 왔을 때, 서울역 광장에서 바라본 남대문 일대의 광경은 나를 압도했다. 아, 서울이구나! 서울에 입성한 나는 온 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과학 시간에 배운 다윈의 진화론은 내게 처음으로 과학에 대한 의문을 갖게 했다. 약육강식이라고? 그럼 사자 몸에 붙어 피를 빨아먹는 모기가 사자보다 더 세단 말이야? 죽은 사자 몸에 붙어 있는 파리들은?

 그때 나는 어슴푸레 과학은 객관적인 진리를 말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 우리의 사고를 왜곡시킨다는 생각을 했다. 이 생각을 더 발전시켜갔어야 했는데, 그냥 내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바람결이었다.

 아주 많은 세월이 흘러서야 다윈의 진화론이 서구제국주의를 합리화하는 논리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찍이 근대화(산업화)를 이룬 우리 서양이 너희들 미개한 나라들을 지배해서 이끌어줘야 해!     

 지금도 학교에서는 진화론을 가르친다. 여전히 이 세계를 지배하는 강한 나라들, 강한 자들이 자신들을 합리화하고 싶은 거다. 과학을 배우며 우리는 그들에게 복종해간다.

 과학철학자 쿤은 그의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과학도 하나의 ‘패러다임(인식의 틀)’에 불과하다는 이론을 폈다. 천동설이 지동설로 바뀌고, 뉴턴 물리학이 아인슈타인 물리학으로 바뀌는 것들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이 이론에 푸코의 ‘지식은 권력’이라는 이론을 더하게 되면 이 세상의 지식은 결국 권력의 논리가 된다. 우리가 객관이라고 믿었던 온갖 과학 지식들은 결국 이 세상을 지배하는 자들이 우리에게 주입한 ‘지배 사상’이다. 

 우리가 과학적인 사고를 하는 한, 우리는 자본가들의 노예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니체는 말한다. ‘세계와 존재는 단지 미적 현상으로 파악됨으로써만 정상화 된다’ 로고스(이성)의 사유를 넘어선 뮈토스(신화, 예술)의 사유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황인숙 시인은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태양신과 정면으로 만난다. 태양은 전통적으로 최고의 신이었다. 

 ‘내가 태양을 향해/똑바로 얼굴을 치켜들자/그는 찡긋/너! 라고 속삭인다/북적이는 행인들 속에서/나는/오, 나만의/나만의, 나만의, 나만의 햇님/나의,/라고 더듬거린다//그 누가 알리/태양이 굶주린 거머리처럼/내 자신을 빨고/이 많은 행인들 속에서/나, 감쪽같이 환락의 떪을//나, 잠시/영원히/추위를 벗고/내 몸에 너무나도 잘 맞는/그의 손에 이끌린다//꺼져라, 소멸의 시간이여/이제 다시 지구는 나를 중심으로 돌고/태양이 덩굴손을 뻗어/내 피 속에 담그고/미친 듯 장미꽃을 토하게 한다/꺼져라, 꺼져라, 소멸의 시간이여’

 이 순간이 기독교의 유일신(唯一神) 체험이 아닐까? 석가가 외친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 아닐까?
  
 ‘이 무슨 야릇한 냄새람/나, 기진한 흰동공을 돌려/향내나는 혼음의 거리를 본다.’ 석가가 설법을 하면 꽃비가 가득 내렸다는 데, 이런 순간이 아닐까? 생명의 춤이 가득한 세상이 아니었을까? 이 순간이 ‘영원한 현재’일 것이다. 

 이런 순간을 잃어버린 현대인은 영생(永生)을 추구한다. 남의 젊은 몸뚱이에 자신의 머리를 이식해서라도 오래 오래 살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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