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소로스와 워렌 버핏에 버금가는 투자가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대표가 자신의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재산이 얼마쯤 되는지는 모르지만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겠다는 뉴스가 신문의 경제란을 도배한건 당연한 일이었겠다.

그만큼 잠재적 이익의 창출가치가 북한에 어마 어마하게 존재한다는 것인데 그와 상반되게 남한 경제는 5년 안에 몰락 할 거라는 그의 예견이 전제 조건이었다. 다들 남한의 경제적 우위가 개방 후 북한경제를 쥐락펴락 할 꿈에 젖어 있을 때이니 더 솔깃할 수밖에 없다

짐 로저스(James Beeland Rogers Jr.ms)는 투자가다. 현재를 통해 미래에 돈을 던지는 사람이다. 투자가란 직업은 과거와 현재 미래에 관한 모든 사건들이 금융시장에 반영된다는 사실 탓에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늘 한발 앞서야 한다.

30대 후반에 잘 나가던 직장이었던 로저스는 투자회사를 때려치우고 세계 166국을 여행했다. 중국 사람들은 새벽부터 저녁까지 일하고 세계에 대한 호기심도 강했으며 성공에 대한 열망도 뜨거웠다. 베트남엔 풍부한 자원도 많았지만 그보다 젊은 청년들의 미래에 대한 지향이 더 선명했다.

투자를 할 만한 곳은 세계 어디든 직접 다녔다. 저평가되었지만 긍정적인 변화가 있는 곳, 청년들이 많은 곳이 그의 눈에 보였고 거기에 투자했다. 최근 10년간 투자 수익률 4200%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고 그는 월가(Wall Street)의 전설이 됐다.

화려한 경력의 그의 눈에 북한이 들어온 것이다. 고작 1인당 국민총소득이 1,327달러(2017년 기준)에 불과한 세계 최빈국에 세계의 투자왕이 전 재산을 던지고 싶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의 말은 남한의 경제계를 술렁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를테면 그의 말은 북한이란 은행에 돈을 묻어두면 연 이자율 400%를 보장 받을 수 있다는 투자 최 고수의 심정적인 보증서로 여겼던 셈이다.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이다. 북한의 주권은 로동자, 농민, 군인, 근로인테리를 비롯한 근로인민에게 있고 생산수단은 국가와 사회협동단체가 소유하며 세금이 없고 개인소유는 개인적이고 소비적인 목적을 위한 것에 한정된다. 모두 북한 사회주의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조항 들이다.

따라서 투자라는 개념은 국가 혹은 사회 각 분야의 구성원들이 최고의 성과를 내기위한 공동의 노력과 시간 정도로 이해되었을 뿐 자본의 투입을 통해 더 큰 재화를 축적하는 시장으로써의 개념은 없었다. 최초로 외국인의 투자라는 말이 생긴 건 1984년 제정한 ‘합영법’을 통해서였으나 법이 의도했던 외국인 투자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었다.

소련의 사회주의가 무너진 이후에야 비로소 북한 사회주의 헌법 37조 “국가는 우리나라 기관, 기업소, 단체와 다른 나라 법인 또는 개인들과의 기업 합영과 합작, 특수경제지대에서의 여러 가지 기업창설운영을 장려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국인투자법(1992.10.5)’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합영, 합작, 외국인 기업법까지 만들었다.

토지가 국유인 나라에서 토지임대법을, 세금이 없는 나라에서 외국인 세금법도 제정했다. 외국인 투자라는 개념을 보다 명확히 하고 제도적 절차를 정비함으로써 외국의 자본이 안심하고 투자 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한 셈이었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북한 핵 무기개발 국면에서의 외국인 투자는 사실상 불가능 했었다.

2015년은 북한으로써는 외국인 투자를 위해 발 벗고 나선 특별한 해로 기억해도 좋을 듯 하다. 그해 5월 27일 금강산에서는 ‘원산 - 금강산 국제관광 투자 설명회’가 개최되었다. 세계해외조선인무역협회를 포함, 중국과 홍콩 등 세계 여러 나라의 기업관계자와 대사관원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북한이 그동안 해와 투자유치를 위해 정비했던 관계 법령을 안내하는 순서도 있었다.

눈에 띄는 분야가 역시 세제이다. 우리로 치면 법인세에 해당하는 기업소득세의 표준 비율을 25%로 산정했는데 이는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의 국내 기업 세율과 동일하다. 북한이 산정한 기업소득세가 과할수도 있고 남한의 법인세가 그만큼 약할 수도 있다. 참고로 유럽의 법인세 평균치는 30%이다.

북한은 북한 내에서 활동하는 기업의 조건에 따라 특혜 대상을 명시했다. 경제특구에 설립한 경우 세금은 14%로 줄어든다. 첨단 기술등 장려분야 투자 기업은 10%, 장려부문 투자기업이 15년 이상 되면 3년간, 생산 분야 투자기업이 10년 이상 되면 2년간 소득세가 면제된다.

외국인 투자법에 따라 기업 용지는 최장 50년 임대가 허용되고 비용은 각 상황의 하부규정을 따르면 된다. 라선 경제 무역지대의 경우 최초 토지 개발비가 북한 돈 53.80원/㎡, 남한 돈으로는 600원이 조금 안 됐었고 개성공단의 경우엔 50년 토지 사용료가 총 1,600만 달러였는데 최초 10년까지는 무상이었다. 물론 남,북간 경제 협력은 상호간의 특수성을 고려 해야 한다.

김일성종합대 국제투자학 강좌를 맡고 있는 리명숙 교수는 “외국투자기업과 외국인들에게 적용하는 세금의 종류”라는 글을 통해 북한의 세제가 “해당 나라들의 투자가들에게 공화국에 대한 투자활동에서 자기 나라의 정부적 담보를 기대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마련해주었다”고 적고 있는데 자국에 투자하는 나라들은 다른 나라의 조건에 비해 상당히 많은 특혜조치가 있음을 설명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과 투자 장려 및 보호에 관한 협정을 맺은 28개국 중 뚜렷하게 돈을 댈 만한 나라나 기업의 이름이 눈에 띄지 않는다. 러시아 ,덴마크, 중국 싱가포르, 스위스와 2019년2월 북.미 정상회담을 유치했던 베트남을 제외하면 대부분 세계 경제원조를 받아야 하는 나라들이다.

2015년 광명성절(2.16)에 김일성 주석 시절부터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장카를로 발로리 이탈리아종합투자그룹 이사장이 <노동신문>에 북한 체제 찬양 글 “태양은 영원히 빛난다”(노동신문, 2015.2.20.)를 기고한 적이 있는데 이 사실은 세계 중심국가의 허락을 받지 않은 불순한 행동이 되어 몇몇 언론의 가십성 기사감이 되기도 했다. 핵과 숙청과 처형, 반 인권적 행태가 차고 넘치는 중심축의 국가에 선뜻 돈 보따리 싸들고 갈 투자자가 나타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2018년 말 기준으로 북한은 총 27개의 경제특구를 지정해 놓고 있다. 경제특구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은 각 사안의 법안을 지켜가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미 알려진 압록강 경제개발구나 신의주 국제경제지대. 황금평·위화도 경제지대 등 6개 특구가 평의선과 만포선 라인의 국경에 있고 평양을 중심으로는 청남 공업개발구. 강남 경제개발구와 은정 첨단기술개발구등 7개 특구가 자리하고 있다.

동해안 쪽으로는 당연히 금강산 국제관광특구와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가 포함되고 현동과 흥남엔 공업개발구가 북청엔 농업개발구가 지정되어 있다. 어랑을 지나 청진 그리고 나진·선봉 경제무역지대까지가 모두 경제특구로 지정된 곳이다.

짐 로저스의 북한에 대한 예견을 탁견이라고 하면 무리가 있을까? 벌써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특구까지 확대 지정해 놓았고 사업부지와 노동인력을 포함하는 기업 인프라가 충분히 지원되는데다가 수량을 헤아리기 어려운 자원까지 묻혀 있는 곳이니 사업가라면 당연히 눈독을 들여야 옳겠다.

북한은 모든 인민들이 남한으로 치면 공무원인 사회다. 국가소유의 사업장에서 일을 하고 국가로부터 생활을 해결한다. 그러므로 당이 결정하면 그들은 무조건 따른다. 각 개인의 충성도는 별도로 치고 북한의 시스템 자체를 잘 활용하면 짐 로저스는 지난 10년간의 수익률 4200% 보다 더 높은 기록을 세울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미합의가 그에게도 예견치 못했던 일이 분명했다. 전 재산을 북한에 던지겠다는 그의 일정에도 상당한 차질이 있어 보였다. 그렇다고 북·미 양자 간의 평화를 향한 여정이 멈춘 것은 아니다 조금 늦어질 뿐이다.

북한의 비핵화 문제이든 미국의 대북제재 문제이든 어떻게 불려지든 간에 북한이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순간부터 결국 화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누구라 짐작할 수 있다. 핵폭발로 지구가 멸망하는 사태까지를 바라거나 구경만 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 하나도 없으므로.

괜한 상상 한마디. 원산에서 청진으로 가는 동해안 181km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첨단 디지털 단지가 만들어 진다. 거기에 제 2의 실리콘 밸리가 들어서고 세계 유수의 투자기업, IT산업의 인재들이 몰려드는데 구글 직원인 20대 미국 청년은 원산의 송도원 솔밭에 푹 빠져 있다. 틈만 나면 그 곳에 나와 산책을 하면서 햄버거를 먹는 게 큰 행복이다.

이베이의 한 임원은 느릿한 삶의 풍요가 가장 중요하다. 그가 타고 다니는 비싼 승용차는 평라선 기차보다 빨리 달릴 수 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청진 시내를 지나면 한적한 길목에 차를 세우고 나진으로 가는 기차의 끄트머리를 바라보며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신다. 동해바다의 파도소리가 들리고 고층 빌딩이 가까이 보이는 시내를 벗어나면 길은 대부분 비포장도로다. 그가 자주 찾는 작은 마을엔 오두막 같은 소박한 공간에서 사는 순박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잘 하지 못하는 영어로 반기기도 하고 감자를 구워 주기도 하고 소가 끄는 수레에 그를 태워 주기도 한다.

이곳만한 ‘Slow City’가 없다. 비싼 돈 들여 인도나 네팔, 스페인의 산티아고(Santiago) 순례길을 일부러 찾아갈 일도 없다. 자신이 일하고 있는 이곳이 그보다 더 좋은 곳이다. 북·미 평화협정이니 뭐니 굳이 만들 것도 없다. 이미 평화를 살고 있으니까.

그렇게 된다면 짐 로저스 씨가 목표로 하는 4200%의 수익률은 보장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수익률에서 ‘0’자 하나 빼도 좋겠다. 그 정도만 해도 굉장한 벌이 아닐까.

사족하나만 더 달자. 평화와 번영이란 말은 이제 한 묶음의 단어로 남북관계의 주요 의제가 되었다. 달리 시비 걸 생각은 없고 다만 범 인류애적인 의미의 평화와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번영이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접을 수가 없다. 잘 벼려진 자본이란 칼을 맘껏 휘둘러야만(投資) 직성이 풀리는 사회가 번영이란 말의 궁극지향점이라면 내가 아는 평화의 개념과 조우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를 읽으면 늘 반성하게 된다. 내가 얼마나 돈벌레로 사는지를 단 몇 줄로 설명해 주기에.

 

감꽃

                             김준태

어릴 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 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

 

 

고단한 사람들의 일상에 희망의 언어를 들려주는 노래하는 사람

청년문예운동의 시기를 거쳐 노래마을의 음악감독.민족음악인 협회 연주분과장을 지냈고, 다수의 드라마.연극.독립영화 음악을 만들었으며 98년 1집 "사람이 사는마을"2000년2집"내 상한 마음의 무지개"2002년3집"위로하다.위로받다"2006년 4집 "기억과 상상"등의 앨범을 발표했으며 2010년 "이지상 사람을 노래하다"를 출간했다.

현재 시노래 운동"나팔꽃"의 동인으로 깊이있는 메시지를 통해 삶의 좌표를 만들어가는 음악을 지향하고있으며 성공회대학교에서 "노래로 보는 한국사회"를 강의하고 있다. (사)희망래일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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