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국 순방(16~23일)을 앞두고 카자흐스탄에 묻혀 있는 항일무장투쟁 지도자 홍범도 장군(1868∼1943)의 유해 송환이 관심을 끌고 있다.

문 대통령은 오는 21~23일 카자흐스탄을 국빈방문해 최근 취임한 토카예프 신임 대통령을 만나 카자흐스탄 신정부와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양국관계의 호혜적 협력 증진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머니투데이>는 13일 “이번 국빈방문에서 국어학자 계봉우 선생 등의 유해송환이 이뤄질 예정이라는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이 ”홍범도 장군의 유해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물었다는 후문”이라고 보도했다.

홍범도 장군은 일제시기 만주지역에서 봉오동·청산리 전투에서 혁혁한 공로를 세우는 등 항일무장투쟁에 앞장섰으나 1937년 스탈린의 한인강제이주정책으로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로 강제이주 당해 그곳에서 쓸쓸한 말년을 보내다 묻혔다.

외교부는 문 대통령의 중앙아 순방 중 홍범도 장군 유해 송환을 제기하는 방안을 제출했고, 청와대도 적극 검토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자흐스탄 정부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권자인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임 대통령은 카자흐스탄의 비핵화 경험이 한반도 비핵화에도 기여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고, 홍범도 장군 유해 송환이 남북관계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홍범도 장군의 출생지가 평양이므로 남북간 협의 하에 유해 송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카자흐스탄 정부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북측과의 사전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문 대통령의 이번 국빈방문에서는 유해 송환이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홍범도 장군의 묘역도 한-카자흐스탄 정상회담이 열리는 곳과는 멀리 떨어져 있어 문 대통령의 묘소 참배 역시 여의치 않아 문 대통령이 이 사안을 ‘언급’하고 협조를 구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경기도의 초청으로 11일 파주에서 열린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식’ 참석차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에 온홍범도 장군의 외손녀 김알라(77) 씨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외할아버지는 돌아가시면서도 고향으로 오고 싶어 했어요”라고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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