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회의 1일차가 11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 국가지도기관 선거 등 인사 개편이 있었다. [캡처-노동신문]

북한은 11일부터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 회의를 진행하면서, 먼저 인적 구성을 새로이 했다. 국무위원회 강화를 통해 대미 협상은 물론, 경제건설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김정은 시대 2기 체제가 구축됐다는 평가이다.

먼저,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 회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재추대했다. 국무위원장의 임기는 최고인민회의의 임기와 같다는 북한 사회주의헌법 101조에 따른 것.

북한은 ‘전체 조선인민의 최고대표이며 공화국의 최고영도자’로 ‘대의원, 인민들, 군 장병 의사와 염원을 반영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재추대하면서, “조국을 영원히 김일성, 김정일 동지의 국가로 더욱 공고발전시키고 주체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끝까지 완성해나가는 데서 중대한 역사적 의의를 가지는 대정치사변이며, 태양조선의 무궁한 미래와 민족만대의 번영을 담보하는 혁명적 대경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전체 조선인민의 최고대표, 공화국의 최고영도자’라는 표현을 반영, “헌법개정에서 국무위원장에게 국가대표직 부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권한이 명시된 헌법 117조를 국무위원장의 권한으로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날 회의에서 사회주의헌법을 수정보충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 이번 회의를 통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에 오른 최룡해. 사진은 2014년 10월 국가체육지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인천 아시안게임을 방문한 모습. [자료사진-통일뉴스]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올라..국무위원회 강화

이번 회의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최룡해이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에 오른 것. 김영남이 1998년 9월 상임위원장에 오른 이후 21년 만에 교체됐다. 북한 사회주의헌법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두고 “국가를 대표하며 다른 나라 사신의 신임장, 소환장을 접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최룡해 상임위원장은 김정은 시대를 대표한다. 그는 최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로,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1비서를 거친 입지전적인 인물.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군 총정치국장,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당 정치국 상무위원, 당 부위원장,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등 중요 직책을 맡았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장은 “북측은 오래전부터 상임위원장 후임에 대해 고민이 있었다. 최룡해 외에는 상징적인 인물을 찾기 어려워 최종적으로 낙점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그는 이번 회의에서 새로 신설된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에도 이름을 올렸다. 2016년에 신설된 국무위원회에서 박봉주 내각총리와 함께 부위원장을 맡았지만, 이번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바로 밑인 제1부위원장으로 명실상부한 2인자임을 증명한 셈.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과거에 김영남은 국무위원회에서 그 어떠한 직책도 맡지 못했다”며 “그러나 최룡해는 이번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직뿐만 아니라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직에도 임명되어 대미 협상도 관장할 수 있는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고 짚었다.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책임으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영향력을 상대적으로 축소시키고, 군부에도 강한 영향력을 지닌 최룡해가 대외협상에 큰 영향을 가지게 되리라는 분석이지만 아직은 미지수다.

▲ 지난 2월 열린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북미 실무접촉 결과를 보고받았다. 김 위원장부터 반시계방향으로 리용호, 김성혜, 김혁철, 최선희. 최선희는 10일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위 위원에 오른 데 이어,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회의에서 국무위원회 위원,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 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자료사진-통일뉴스]

이는 국무위원회에 이름을 올린 면면들에도 읽힌다. 리수용, 김영철, 리용호 위원 외에도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위원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기존 위원은 당 부위원장이나 상급이었지만, 부상급인 최선희가 국무위원이 된 것은 이례적이다. 최선희는 10일 열린 4차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위원회 위원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위원장 리수용)에도 기존 위원인 리룡남, 리선권, 김정숙에 이어 이름을 올렸는데, 특히,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빠져, 최선희 위원이 외무성 제1부상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향후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 미국과의 협상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정성장 본부장은 해석했다.

여기에 기존 9명이던 국무위원은 11명으로 늘어나, 국무위원회의 역할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리수용, 김영철, 태종수, 리용호, 최부일, 정경택 등 기존 위원에 더해 김재룡, 리만건, 김수길, 노광철, 최선희가 추가됐다. 단, 박광호 당 부위원장은 국무위원에서 빠졌는데, 지난 9일 열린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 모습을 보여, 신병이상설과는 무관해 보인다.

이중 리만건 국무위원의 위상도 주목된다. 당 군수공업부장을 맡았던 리만건은 10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당 부서 부장으로 임명돼, 당 조직지도부를 담당할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당 부위원장,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국무위원회 위원을 겸직하는 핵심 실세로 부상했다는 평가이다.

이렇듯 국무위원회를 강화한 것은 김정은 시대가 강조하는 우리국가제일주의에 맞춰 정상국가화를 통해 국제질서에 발맞춘 것과 맥이 닿아 보인다.

김정은 2기 인사, 자력갱생 기치로 경제건설 박차를 가하다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회의에서 새로 구성된 국무위원회 인물을 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강조한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건설을 강도높게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김정은 시대 1기 내각을 이끈 박봉주 내각총리는 최룡해 제1부위원장 바로 밑인 부위원장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김재룡 신임 내각총리가 국무위원이 됐다.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은 덕천공업대학을 졸업하고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당 책임비서를 시작으로 화학공업상, 당 경공업부장 등을 역임하면서 북한 내부 경제 상황에 밝은 인물이다. 그런 그를 국무위원회 3인자로 단독 부위원장으로 둔 것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에 성과를 내겠다는 김 위원장의 힘이 실린 조치로 보인다. 10일 열린 전원회의에서는 당 부위원장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박봉주는) 김재룡 내각총리보다 상위 직급인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당 중앙위 경제담당 부위원장을 겸직해 당과 국가에서 경제를 총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박봉주는 내각총리에서 물러나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단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자료사진-통일뉴스]

김재룡 내각총리도 주목할 만하다. 김재룡 내각총리는 자강도 당위원장으로 활동했는데, 그가 활동한 자강도는 고난의 행군 시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강성대국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모범’으로, ‘강계정신’이 나온 곳이기도 하다.

“열화와 같은 수령숭배.수령결사옹위정신, 당의 노선과 정책에 대한 결사관철의 정신, 자력갱생.간고분투의 정신, 혁명적 낙관주의 정신”인 ‘강계정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강조하는 자력갱생과 일맥상통하다.

이번 회의에서 김재룡 내각총리는 선서를 통해, “경제사업에 대한 전략적 관리를 실현하고 주체사상을 구현한 우리 식 경제관리방법을 전면적으로 확립하며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목표의 성과적 수행을 힘있게 추진하면서 다음 단계 경제발전목표를 과학적으로 현실성있게 세우고 철저히 집행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로두철, 임철웅, 김덕훈, 리주오, 리룡남, 전광호, 동정호, 고인호 등 기존 내각부총리는 유임하고, 국가자원개발상을 리춘삼에서 김철수로 교체하거나 선박공업상(강철구)을 신설하는 것 외에는 내각의 큰 변화는 없다는 점에서도, 김 위원장이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안정적으로 완수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창현 소장은 “회의를 앞두고 열린 확대회의나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 집중을 재확인했다”며 “2기 체제는 경제건설을 위한 대외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내부적으로 군수경제의 일부를 민수로 전화하는 등 경제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 김재룡 내각총리와 내각부총리들. [캡처-노동신문]

21년 만의 세대교체..20년 이상 젊어져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회의에서 결정된 인사는 세대교체를 상징한다. 대표적으로 최고인민회의 10기에 선출된 주요직위자들이 대거 교체됐다.

1998년 9월 최고인민회의 10기 1차 회의를 통해 선거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양형섭 부위원장, 김영주 명예부위원장이 물러났다. 그 자리를 21년 만에 최룡해 상임위원장, 태형철 부위원장이 앉았다.

2013년 최고인민회의 12기 당시 상임위원회 명예부위원장이 된 최영림도 물러나 최고인민회의 명예부위원장 직책은 폐지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고인민회의 10기 상임위원회 구성원 중 유일하게 김영대 조선사회민주당 위원장만이 자리를 지켰다.

10기부터 21년 동안 의장을 맡은 최태복도 이번에 물러났다. 그는 이번 14기 대의원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아 은퇴가 예견됐다. 13기 부의장인 안동춘과 리혜정도 물러났다. 대신, 박태성 당 부위원장이 의장, 박철민 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 중앙위원회 제1비서와 박금희 평양교원대학 학장이 이름을 올렸다.

91세 김영남 상임위원장에서 69세 최룡해 상임위원장으로, 89세 최태복 의장에서 64세 박태성 의장으로, 94세 양형섭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에서 66세 태형철 부위원장으로 각각 교체되면서 평균 20세 정도 젊어진 셈이다.

정성장 본부장은 “북한 국가기구의 핵심 간부들의 세대교체가 거의 완성된 것으로 평가된다”며 “국가기구의 지도부 개편으로 북한의 외교 및 경제활동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 북한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회의 결과 인사변동표. 파란색을 새로 이름을 올린 이들이며, 갈색은 물러난 이들이다. [자료제공-통일부, 자료정리-통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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