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통일뉴스>가 국정원으로부터 행정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부분 공개'받은 '무지개 공작' 문건. 결정통지서에 '부분공개'로 표기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외교부의 30년 경과 외교문서 공개로 87년 발생한 KAL858기 사건과 ‘무지개 공작’이 재조명되고 있는 가운데, ‘무지개 공작’ 문건 전면 공개를 둘러싼 법정공방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 사건을 추적해온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는 2007년 3월 국가정보원에 ‘무지개 공작’ 문건 행정정보공개를 청구해 ‘정보 부분 공개 결정’을 받았지만 절반 이상의 내용이 비공개돼 2017년 10월 ‘전면 공개’를 재청구했다가 거부당하자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다.

‘대한항공기 폭파사건 북괴 음모 폭로공작’, 일명 ‘무지개 공작’ 계획 문건은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국정원발전위)가 2006년 8월 1일 KAL 858기 사건 의혹 1차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처음으로 그 존재가 알려졌다.

‘무지개 공작’ 문건은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주도로 KAL858기 사건 발생 사흘만인 12월 2일자로 작성됐고, “11.29 미얀마 상공에서 폭파 실종된 대한 항공 여객기 사건이 북괴의 테러 공작임을 폭로, 북괴 만행을 전 세계에 규탄하여 북괴를 위축시키고 국민들의 대북 경각심과 안보의식을 고취함으로써 가능한 대선사업 환경을 유리하게 조성”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2007년 국정원이 부분공개한 ‘대한항공기 폭파사건 북괴 음모 폭로공작’(무지개 공작) 문건은 절반 이상이 공란으로 가려졌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1987년 11월 29일 115명(한국국적 113명)의 승객과 승무원을 태운 채 버마(미얀마) 안다만 상공에서 사라진 KAL858의 잔해도, 혐의자의 신분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북괴 만행’으로 몰아가 87년 12월 16일 치러진 대통령선거에 활용하려한 것. 당시 전두환은 6월항쟁에 밀려 대통령 직선제를 수용하고 노태우를 후계자로 내세운 상태였다.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서에는 실제로 외교부가 대통령 선거 이전에 폭파 혐의자 ‘하치야 마유미(김현희)’와 음독자살한 ‘하치야 신이치(김승일)’ 사체를 바레인 정부로부터 인도받기 위해 외교력을 쏟아부은 정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바레인 당국은 한국 정부의 조기 인도 요구에 “마유미가 KAL 사건에 연루 되었다는 결정적 증거가 없음”이라는 이유로 한국 인도를 머뭇거리고 있었고, “신이찌와 마유미가 사용한 AMPLE 독약물이 반드시 북괴제조라고 단언하기에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할 수 없음”이라고 판단했다.(BHW-0339, V4.0105)

한국 정부는 87년 12월 10일 ‘마유미’를 북한 공작원으로 보는 이유 등을 문서로 바레인 외교장관에게 제출하고 모든 외교력을 쏟아 부어 결국, 대통령선거 하루 전인 12월 15일 김포공항에 마유미가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는 장면을 뉴스로 내보낼 수 있었다.

<뉴스타파>는 지난달 31일자 <“대선 전에 김현희 압송”..비밀 외교문서로 본 ‘무지개 공작’“> 제목의 보도에서 “14일 밤 9시 40분 바레인을 떠난 김현희는 대통령선거 전날인 15일 오후 2시 5분 김포공항에 모습을 드러낸다. 김현희가 트랩을 내려오는 장면은 대통령 직선제 부활, 군사정권 종식, 이른바 양김의 대결 등 모든 대선 이슈를 집어 삼켰다”며 “군사정권 연장의 결정적 역할을 한 김현희 신병인도 작전은 안기부 무지개 공작의 핵심이었다. 그리고 그 실행과정에서 외교부는 사실상 안기부와 한몸이었다”고 보도했다.

▲ 외교부는 30년이 경과한 외교문서들을 3월 31일 공개했고, KAL858기 사건 관련 외교문서도 대량 포함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결국 외교부가 30년이 지나 공개한 외교문서들을 통해 보더라도 ‘무지개 공작’이 실제로 이 사건과 12대 대통령선거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음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고, 따라서 ‘무지개 공작’ 문건의 전면 공개의 필요성도 충분히 확인됐다.

무지개 공작 문건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을 담당한 채희준 변호사는 서울고등법원 제4행정부에 이번 외교문서 공개와 언론보도 등을 반영한 ‘준비서면’을 제출, 1심 서울행정법원이 기각한 사유들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원고는 언론인으로서 오로지 사실 보도를 위한 공익적 차원에서 이 사건 청구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깊이 감안되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희준 변호사는 “1심에서 비공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는데, 해당 내용은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서에 대부분 들어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무지개공작 문건에서 비공개된 부분도 공개해야 마땅하다”고 꼬집었다.

그리고 “무지개공작 문건이 비밀로 지정된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30년이 넘도록 공개하지않는 것은 결국, 영원히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국정원이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면, 무지개공작 문건도 국민을 위해 작성한 것이어야 하며, 국민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부는 생산된 지 30년이 경과한 1988년도 문서를 중심으로 총 1,602권(약 25만여쪽)의 외교문서를 3월 31일 정오를 기해 공개했고, KAL858기 사건 관련 문서 1만여 건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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