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미국 이스턴 켄터키 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 원장)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2.27-28)에서 미국이 제시한 ‘빅딜’(Big Deal) 제안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단호하게 거절한 이후 북미관계는 점점 냉각되고 한반도 비핵화 해법이 안 보여 답답하고 안타깝다. 과연 미국이 제안한 빅딜 방식이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미국이 대북 강경압박정책으로 북한을 “굴복”시키고자 하는데 평양은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줄 것 같지 않다.

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존 볼턴 그리고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에게 아래와 같이 3개 질문을 하고 싶다.

첫째, 비건 특별대표가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직전에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밝힌 미국의 "단계적, 병행적 접근방식"을 왜 이렇게 빨리 포기하고 북한이 수용을 거부해온 "일괄타결 방식”으로 되돌아 간 이유를 묻고 싶다. 트럼프 행정부가 일괄타결 방식을 고집하면 북한 측에 비핵화 협상의지가 잘못된 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해 보았는가?  미국이 북핵 해법으로 이러한 트럼프의 ‘빅딜’ 방식을 고집한다면 6.12 북미공동선언문 이전으로 회귀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 경우에 남북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쳐 한반도 미래는 다시 위기로 몰아 그 책임은 미국이 져야 하는 것 아닌지?

둘째,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괄타결 방안을 제안했을 때  김정은 위원장은 즉각  일괄타결 방식을 거절하였고 하노이에서 협상이 ‘노 딜’(no deal)로 끝났고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결렬되었다. 미국은 북한이 일괄타결식 해법을 수용할 것으로 생각하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이 계속하여 북한에게 일괄타결식 방식을 수용하라고 압박하면 북한이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는가? 

미국 측은 존 볼턴이 구상한 영변 외 플러스 알파(+@)와 미사일,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 신고, 폐기 등 3개 전제조건을 제안했다. 북한이 이 제안을 계속 거부하면 비핵화 협상은 물 건너 가는 것 아닌가? 그러면 미국의 대안은 무엇인가? 무력사용을 해서라도 선제공격을 하겠다는 것인가?  그럴 경우에 중국과의 핵전쟁을 각오하고 대북 선제공격을 해야 할 것이다. 북중관계와 북러관계 등을 고려할 때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은 정책옵션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중국과 핵전쟁에서 인류의 재앙과 공멸을 각오하고자 하는 미친 지도자가 아니면 대북 선제공격을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미국의 전략적 선택은 상호양보와 타협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한편,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연일 북한매체를 통해 홍보하고 있는데 협상하려는 의지가 없는 쪽이 오히려 미국으로 비쳐질 가능성이 있어 북미간 핵협상에 아무런 진전이 없다면 트럼프의 재선에 크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협상과 거래의 달인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이 “노 딜(no deal)이 나쁜 딜(bad deal)보다 좋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트럼프가 잘못된 셈법으로 협상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 아닌가?  만약 트럼프가 북미실무그룹에서 미리 준비한 하노이 정상공동선언문 초안에 서명하였다면 하노이 회담 이후 북미관계 개선이 되었을 것인데 좋은 기회를 놓친 것 아닌가?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한결같이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 달라고 강조하지만 공평하게 묻고자 한다.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상응조치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닌가?

셋째,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필자의 구상을 여기에 다시 제안한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여 아직도 비핵화의 개념에 대한 북미간 합의 도출을 못하고 있다. 북미 간 이견을 좁히기 위해 실무 협상을 해야 하는데 당분간 북미간 실무회담이 개최될지도 의문이다. 만약 북한이 빅딜을 수용하면 "굴복"한다는 인식을 갖게 됨으로 북한은 미국제안인 빅딜을 수용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북미간 협상의 핵심 장애물은 북미간 합의된 비핵화 로드맵이 없다는 것이다. 비핵화 로드맵이 없으니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 갑자기 정책전환을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북미간 상호신뢰 구축이 급선무이다. 신뢰가 없는 데 미국의 ‘빅딜’ 제안을 북한이 어떻게 수용할 것으로 기대하는지 묻고 싶다.

필자는 북미 양측의 전략가들이 공유해야 할 개념인 미국의 “일괄타결식 방안”과 북한의 “단계적. 동시 행동 방식”은 상호 보완적이지 결코 상호 배타적인 개념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일괄타결식" 방안을 향후에 합의하게 될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에 담고 실행할 때는 "북한의 단계적, 동시행동원칙"에 따라 이행하는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실행 로드맵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상호 보완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전까지 문재인 정부의 “가교역할”을 계기로 북미정상회담이 2차례 개최된 것은 창의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그러나 ‘가교역할’에서 탈피하여 이제부터 문재인 정부가 당사자로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의 새 역할은 문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평화제제 구축’ 로드맵을 만들어 남북미 3국 정상회담에서 톰 다운(top down) 방식으로 3국 정상이 로드맵에 합의를 도출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포괄적인 로드맵 속에 일괄타결 방식과 단계적 이행 로드맵이 공존하게 되어 북미가 주장하는 두 해법 방식이 함께 포함되어 있어 상호 배타적인 개념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국 Claremont Graduate University 국제관계학 박사. 미국 Eastern Kentucky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켄터키대 명예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등, 글로벌평화재단이 수여하는 혁신학술연구분야 평화상 수상(2012). 31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250편 이상 출판; 주요저서: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평화체제의 모색』 등; 영문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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