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12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에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를 주제로 강연하고 패널들의 질문에 답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항상 미국 게 옳고 우리는 항상 미국 것 따라야 된다고 보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도 항상 옳은 건 아니니까.”
“제가 미국 대변인 입니까?”
“대변인 같이 보인다.”
“문 대통령이 북한 대변인처럼 보인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특보를 맡고 있는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12일 오전 10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패널로 참여한 이미숙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향해 일침을 가했고 이 기자는 “문 대통령이 북한 대변인처럼 보인다”고 맞섰다.

같은 시각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서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정책은 원인과 결과,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지 못하는 위험한 도박일 뿐”이라며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과없이 끝나자 국회와 프레스센터에서 짜고치듯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변인으로 호명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이미숙 기자는 “개성공단, 금강산을 지속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하노이 결렬 이후에도 추진을 하는데 가능하다고 보느냐?”고 공격적 질문을 이어갔고, 문정인 교수는 “(미국) 국무부 차관보 정도 되는 사람이 ‘노’라고 해서, 그러면 대한민국이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며 “항상 이걸 생각해야 한다. 미국은 미국의 국익이 있고 우리는 우리의 이익이 있고, 그래서 어떤 때는 조율해 나가고 어떤 때는 충돌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 이날 토론은 방문신 관훈클럽 총무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임민혁 조선일보 논설위원, 이미숙 문화일보 논설위원, 이제훈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하태원 채널A 보도제작팀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먼저, 하노이 회담 결렬에 대해 문 교수는 “귀책사유가 양측에 다 있다. 귀책사유는 양측의 국가이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제하고 “미국은 갑자기 빅딜로 나왔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미국의 귀책사유가 더 크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협상의 흐름에 있어서 우리가 볼 때 판을 깼다라고 하는 건 미국이 판을 깬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했던 그는 “쌍방 귀책 사유가 있고, 북이 상당히 기대를 하고 왔을 것이다... 북이 상당히 실망을 많이 했을 거다”라고 정정했다.

그는 하노이 정상회담 당시 미국에 머물며 많은 미국 관계자들을 만났지만 비관주의자와 냉소주의자, 회의주의자들이 80%에 달했다며 “영변만 해서는 미국이 안 받을 것 같고, 영변 플러스 알파인데, 알파라고 하는 건 고농축우라늄 시설을 최소한 신고를 하고, 영변 1단계 교환이 잘 이뤄지면 그 다음 단계에서 신고와 해체로 나간다면 미국측에서 거절 못할 것이라고 했다”고 자신의 ‘영변 플러스 알파’ 발언에 대해 설명했다.

미국 뉴욕타임즈(NYT)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회담과 베트남 하노이 회담 기간 동안 북한은 약 6개의 핵탄두를 만들기에 충분한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생산했음을 보여주는 정보가 있다”고 한데 대해 그는 “북이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안하겠다고 했지만 핵활동을 안 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미국의 북한 관련 ‘정보 실패’ 사례를 들어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나비효과는 피해야 한다”며 “북이 지금 동창리, 신원리부터 해서 핵활동을 한다는 미국측 정보보고가 나오는데 이런 사소한 악수(惡手)가 상황을 상당히 재앙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만약 북한이 이를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한다면 상당한 악수일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또한 “서두르는 건 바람직하지 않지만 너무 늦으면 모멘텀을 잃는다”면서 “역동성을 살리자는 거다”라고 말했다. “궤도 이탈하면 붙이는 작업은 엄청나게 어려울 것”이라는 것.

▲ 이날 관훈토론은 내외신 기자들이 대거 몰려 높은 관심을 보였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그는 북미 모두 협상의 여지를 남기고 있고, 북미 지도자 역시 협상의 필요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외교분야에서 성공이 하나도 없다. 아마 유일하게 성공의 가능성이 있는 것은 북한일 것”이라고 진단하고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노력을 더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반반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의 정치적 유산을 남기고 싶어하는 욕망과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꼽고 “한국, 중국, 일본 이런 국가들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시 “지금 미국하고 각 세워서 제재 막 심화되고 그래서 다시 선군정치로 돌아가야 되는 입장, 그걸 김정은 위원장은 원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며 “기본적으로 하여간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뭔가 만들고 싶어한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 변수에 대해 “우선 미중 무역협상이 성공적으로 타결이 돼야 할 것”이라며 “그러면 시진핑 주석이 한반도 문제에서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고. 그런 상황에서 특히 미국하고 중국의 무역협상이 성공적 타결이 되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사이가 상당히 가까워질 거고, 그걸 활용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 답방하면 돌아갈 때 뭔가 가지고 가야 될 텐데, 우리가 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가장 눈에 보이는 방안은 결국 개성공단 금강산 재개하는 것 자체가, 그런 것들이 있으면 김정은 위원장으로서 서울 답방해서 평양에 선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는 이후 수순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에서 중재역을 요청했음을 상기시키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처럼 판문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공식적으로 만나 “아주 심층적인 토론”을 갖고 워싱턴으로 가서 트럼프 대통령과 조율해서 “가장 바람직한 건 9월말 유엔총회에서 김정은 위원장까지 와서 남북미, 더 나아가서 남북미중 4자 정상회담 같은 걸 한다고 하면, 지금 하노이 이후 패닉을 반전시키는 상당히 좋은 구상”이라고 제시하면서도 “쉽지 않겠지만 꿈을 갖는 건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 방문신 관훈클럽 총무가 문정인 교수에게 감사패를 증정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방문신 관훈클럽 총무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관훈토론에는 임민혁 조선일보 논설위원, 이미숙 문화일보 논설위원, 이제훈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하태원 채널A 보도제작팀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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