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내외에서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2019년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의 결과에 대해서 교착, 실패, 파탄, 결렬, 좌절 등 다양하게 평가하고 있다. 평가야 어떻든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달라서 실망스러운 결과임에는 틀림없다. 

이러한 실망스러운 결과를 두고 우리가 가져야 할 제일 큰 관심사는 정상회담 실패의 원인은 무엇인가를 옳게 찾아내고, 앞으로 북미와 남북관계가 정상궤도에 올라서도록 하는 방안 창출이 아닌가 생각된다.  
 
북미 2차 정상회담의 교착
 
이번 북미회담의 실패 내지 교착의 원인으로 북한과 미국의 준비부족, 미국의 입장에서는 국내의 정치적 상황, 예를 들면 “코언 청문회”, 볼턴의 “빅딜문서”,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대한 반발 등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언급들은 국제정치적 감각에서 보면 좀 치졸한 사고수준의 산물로 보인다.
 
이보다 본질적인 원인은 미국 조야의 대부분이 아직도 “원의 구적법”이라는 역설을 깨닫지 못하고 이에 결박되어 있다는 정치수준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북미정상회담의 성립자체가 북한의 선도에 의해 가능했다는 사실을 묵과하려고 하면 북핵의 해결방안이 자의적으로 나올 수 있다. 문제의 근원은 미국이 자기가 초대강국이라 못을 박고, 그동안 북한이 미국의 모든 창을 막아낼 수 있는 튼튼한 방패를 만들어 놓았다는 사실을 가끔 망각하는 데에 있는 것 같다. 

미국이 북한을 휘두를 수 있는 창이 있다면 전통적인 방법으로 북한을 계속 제재 압박하면서 항복하도록 “기다리는 전술”을 쓰거나, 군사적 물리력으로 단번에 해결하고자 했을 것이다. 이 정책을 수없이 시도해 봤으나 불가능하다는 결론에서 나온 수세적 출로가 북미정상회담의 성립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초대강국이라는 관습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것이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중단으로 이어진 것이다. 다시 말하면 미국은 자기가 그동안 휘둘렀던 무소불위의 창보다 강력한 북한의 방패를 무시할 수 있다는, 말하자면 자기의 둥근 원 속에 그 보다 큰 북한의 사각형을 가둘 수 있다는 “원의 구적법”이라는 모순된 사고방식을 떨치지 못한 것이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엘 부루디외의 말을 빌리자면 잘못된 “아비투스”에 빠져 있는 것이다. 그는 “아비투스”를 “특정한 환경에서 내재화 된 습관적인 사고와 행동양식”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70여년 간 “고난의 행군”을 견디어 내면서 “원자탄보다 더한 것”도 준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담이 어떻게 되든 언제든지 정치군사적인 기발한 전술이 등장할 수 있다는 암시로 들린다. 북핵 문제가 미국에게는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이지만 우리 민족에게는 생사의 운명적인 문제인 것이다.
 
북핵 출로의 최선 방안  
 
미국은 지금도 “선 비핵화 후 제재해제”라는 북한에 대한 일방적 핵무장 해체를 선호하고 있다. 이에 병행해서 “단계적 동시적” 해결 방안이 북한을 비롯해서 미국과 남한의 조야에서 하나의 실용적인 방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물론 구체적 내용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북핵 문제 해결의 최선의 방안은 첫 단계로 북핵의 모라토리엄과 핵기술 및 핵개발 물질을 다른 나라에 이전하지 않는다는 조건에 상응해서 미국은 제재해제와 평화체제 구축을 실현하는 “단계적 동시적” 방안이다. 

이 방안은 북한이 양보한 정책이며, 미국의 조야에서도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공감대도 있다. 예를 들면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동시적 병행적 접근”, 비건 대북 특별대표의 “관계개선, 평화체제, 비핵화 함께 추진”이라는 공개적 발언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런 견해에 동감하는 경향이 남한의 조야에서도 차츰 커지는 것 같다.
 
현재로서는 “단계적 동시적” 방안보다 더 좋고 더 정당한 대안이 없다고 본다. 이 방안의 현실화는 곧 한반도와 동북아는 물론 세계평화의 증진에 기여할 것이다. 미국도 북핵 문제가 이런 방식으로 해결된다고 해서 자기 국익에 별로 손해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북핵은 2단계에서 세계 비핵화의 수단 정도로 될 것이다.
 
우리가 할 일
 
한반도의 평화, 번영, 통일을 성취하려는 남과 북, 해외의 단체와 인사들은 우선 북핵 해결의 최선 방안은 “단계적 동시적” 방안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공동의식에 공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방안을 전 민족적인 차원에서 북핵의 해결정책으로 삼는 것이다. 나아가서 이 방안의 실현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여론이 공조하도록 여러 방도를 찾아내어 실천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현존하는 한반도 내외의 수많은 악조건들을 대담하게 극복하고 선순환시키면서 남북은 다방면으로 교류의 폭을 넓히고 활성화하며, 한반도에 멋진 번영의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공동으로 매진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세계 사람들에게 평화와 번영의 사회를 창조하는 모범으로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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