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제35회 한국여성대회가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됐다. 대회는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미투,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를 주제로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3.8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제35회 한국여성대회가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난장, 기념식과 문화제, 거리행진, 온라인 캠페인을 비롯한 다채로운 행사로 진행됐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관한 올해 제35회 한국여성대회는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미투,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를 주제로 지난해 한국 사회를 뒤흔든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경험 '말하기' '미투' 운동 이후 어떤 변화가 필요하지 돌아보고 앞으로 연대와 행동을 도모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대회 참가자들은 이날 발표한 '2019년 3.8여성선언'을 통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한국의 미투운동은 용감한 여성들이 만들어 낸 거센 변화의 물결이자 빛나는 성과"라며 "미투운동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가능하게 했던 사회문화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여성들의 강력한 선언"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성들은 가해자 편에 서서 가해자에 면죄부를 주고, 피해자에게만 질문하며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사회문화를 바꾸어 낼 것"이라고 하면서 우리 사회가 가해자를 엄정 처벌하고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막는 2차 피해를 멈춰야 하며 미투 관련 법제도의 개선과 성평등 정의 실현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요구에 조속히 응답할 것을 촉구했다.

▲ 이날 성평등 디딤돌-미투 특별상 수상자들이 '2019 3.8여성선언'을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또 미투운동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근절되고, 성평등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그날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낙태죄 폐지 △여성정치 대표성 확대 △성별 임금격차 해소 △차별금지법 제정 △다양한 가족구성권 보장 △성평등한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 △#미투_가해자 엄정 처벌 △#미투_피해자 일상 회복 △#미투_법제도 개선 △#미투_예산 확보 등을 요구했다.

이날 대회는 전시 성폭력 문제를 국제적인 인권 이슈로 이끌어 온 평화여성인권운동가 고 김복동 할머니에게 여성운동상을, 지난해 한국사회 폭발적인 미투운동의 물꼬를 튼 서지현 검사에서 제31회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시상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김복동 님의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운동에서 시작된 평화여성인권운동은 전 세계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과 여성인권운동을 초국적으로 결속시켜 평화와 인권을 향한 국제적 대응을 견인해 낸 역사적 큰 걸음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김복동 할머니의 공적에 대해 밝혔다.

또 "서지현 검사의 용기는 성평등 세상을 향한 미투운동의 첫 걸음이자 2018년의 가장 뜨거운 여성운동의 한 걸음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 고 김복동 할머니에게 여성운동상이 수여됐고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가 대신 수상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고 김복동 할머니를 대신해 수상한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는 "1926년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태어나 15살이 되던 해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가서 7년 동안이나 혹독한 고초를 겪었다. 전쟁이 끝난 이후 22살부터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편견도 강하고 차별과 탄압도 강했던 이 땅에서 한 여성으로 살아왔다. 다른 사람같으면 은퇴해 쉬고 있을 67살의 나이에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라는 걸 신고하고는 그때부터 27년간 정말 치열하게 살아오셨다"고 '평화의 나비'로 살아온 할머니의 삶을 회고했다.

이어 "김복동 할머니의 삶을 통해서 한국의 여성운동이 세계 여성운동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있었다. 유엔 인권기준으로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도 인도주의적 지원이 아니라 당당하게 법적인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입증했고 유엔 여성인권 특별법안 보고서에도 그렇게 기록되도록 만들었다"고 하면서 "만일 김복동 할머니께서 살아 계신다면 오늘 이 상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병상에서 하셨던 말씀과 같이 '나는 희망을 잡고 살아. 나를 따라'라고 말하셨을 것이다. 거친 길일 지언정 할머니가 걸었던 그 길을 함께 걷자"고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서지현 검사는 "111년전 여성들은 생존권과 존엄권을 주장하며 거리에 나섰다. 100년전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헌법에서 남성과 여성의 동등한 권리를 천명하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여전히 여성들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극적인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안전하게 살아가야할 권리, 차별받지 말아야 할 권리를 여전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성 평등과 정의에 대한 갈망을 밝혔다.

또 "나의 꿈은 미투가 번져나가는 세상이 아니라 미투가 필요없어진 세상에서 사는 것. 지금의 여성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죽임을 당하지 않고 맞지 않고 성폭력을 겪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서 사는 것이다. 나의 꿈은 우리 자녀들이 그들의 성별이 아닌 그들의 재능과 노력에 의해 평가받는 세상에서 사는 것"이라고 말해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밖에도 이날 대회에서는 △대학 내 페미니즘 백래시(Backlash, 반동)에 맞서 총여학생회 폐지 반대와 재건을 위해 싸우는 단체들 △사이버 성폭력 피해자의 실질적 조력자이자 법제도 개선을 이끌어 내고 있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 성평등 디딤돌 상이, △5.18 민중항쟁 당시 가해진 고문과 성폭력 피해를 드러낸 여성 생존자들 △연극계 미투로 변화의 디딤돌이 된 김수희 연출가 외 이윤택 사건 공동고소인단 등 11개 팀에 성평등 디딤돌-미투 특별상이 수여됐다.

불명예스러운 성평등 걸림돌로는 △성폭력 사건 해결과 피해자 보호가 아니라 가해자 비호에 급급한 경북대학교 △여성과 성소수자 혐오를 자행하고 교육기관으로서 본분을 망각한 한동대학교 △금융권 채용 성차별 기업-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신한카드,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온라인에서 성매매를 알선하고 후기를 공유하는 등 버젓이 성매매를 확산한 포털사이트들 △해군 상관에 의한 성 소수자 여군 성폭력사건에서 시대를 역행한 무죄판결을 내린 고등군사법원 특별재판부 △위력 성폭력의 본질을 무시하고 '피해자다움'을 강요한 안희정 성폭력 사건 1심 재판부 △인천 퀴어문화축제에서 혐오범죄를 저지른 혐오세력과 이를 방조한 인천 동구청와 인천경찰청 △외유성 해외 연수에서 가이드를 폭행한 박종철 예천군의회 부의장과 성매매 업소 안내를 요구한 권도식 의원이 선정됐다.

한편, 한국여성대회는 1985년 여성평우회 등 14개 풀뿌리 여성단체가 공동으로 제1회 한국여성대회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1987년 한국여성단체연합 설립 이후부터는 이 단체 주관으로 회원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조직위원회를 구성하여 실행하고 있다.

1920년대부터 열리던 세계여성의 날 기념행사는 일제의 탄압으로 이어지지 못하다가 해방 후 잠시 부활하기도 했으나 1948년  이후 맥이 끊겼었다.

(추가-9일 06:31)

▲ 한국여성단체연합 백미순, 김영순, 최영순 공동대표(왼쪽부터)가 제35회 한국여성대회 대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여성노동자대회를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