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미국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
 

역사적인 제2차 북미정상회담(2.27-28)이 지난해 6.12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이후 8개월 반 만에 베트남 하노이에서 기대 속에 개최되었다. 트럼프-김정은 두 정상이 통 큰 결단으로 하노이 공동선언문에 서명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2차 북미정상회담은 협상 결렬로 끝났지만 북미대화는 계속하기로 양측이 후속협상 의지를 밝혔다.  

샌더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하노이에서 매우 좋고 생산적인 회담을 했다”면서 “현재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나 양측 팀은 향후 회담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도 “조선반도 비핵화와 조미관계의 획기적 발전을 위하여 앞으로도 긴밀히 연계해 나가며 하노이 수뇌회담에서 논의된 문제 해결을 위한 생산적인 대화들을 계속 이어 나가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글의 목적은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요인을 분석하고 향후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새로운 역할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요인은?

첫째, 북미간 상이한 북핵 해법으로 북한은 “단계적, 동시행동 접근”과 미국은 “일괄타결 식 접근”을 고집하였다.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도 미국이 선 비핵화 후 전면 제재해제를 재주장하였다. 스티븐 비건 미 특별대표가 스탠퍼드 강연에서 미국이 “단계적, 병행적 접근”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래서 영변 핵시설 외 다른 핵.미사일 시설에 대해 전면적 핵 시설 신고는 뒤로 미루고 단계적 접근방식으로 북미간 실무회담에서 합의하고 하노이 공동선언문 초안까지 준비하였다.  

그러나 이번 하노이 북미정상 확대회담에서 존 볼턴 국가안보 보좌관이 동석하여 영변 외 지역에 전면적 핵 시설 신고를 요구하여 ‘강 대 강’ 분위기로 몰아가 결국 협상이 결렬되었다. 존 볼턴 보좌관은 3월 3일 CNN방송, 폭스뉴스, CBS 등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핵과 생화학 무기, 탄도미사일을 포기하라는 요구사항을 담은 구체적인 ‘빅딜문서’[국, 영문 문서 2개]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주었다고 공개했다. 이 문서에는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의 세부적인 내용과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대가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빅딜을 수용하라고 설득했지만, 그들은 그럴 의사가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북한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해선 "매우 제한적인 양보이며 노후화된 원자로와 우라늄 농축, 플루토늄 재처리 능력의 일부분이 포함됐다"고 평가했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이 2월 2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에서 “제재 문제”를 둘러싼 이견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본적으로 그들[북한]은 전반적인 제재 해제를 원했으나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들은 우리가 원하는 상당 부분을 비핵화 할 용의가 있었지만 우리는 그것을 위해 모든 제재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폼페이오 미 국무 장관도 핵 탄두와 탄도 미사일 관련 모든 핵 시설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미국의 요구에 북한이 ‘모든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고 강경으로 맞선 것으로 보도되었다.

한편, 미국의 요구에 대해 북한이 입장을 밝혔다.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한밤중 기자회견에서, 리 외무상이 북한은 단계적 해결 원칙에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현실적인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즉 미국이 “유엔 제재의 일부, 즉 민수경제와 특히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을 해제하면 우리는 영변지구의 플루토늄과 우라늄 포함한 모든 핵 물질 생산시설들을 미국 전문가의 입회 하에 두 나라 기술자들의 공동 작업으로 영구적으로 완전히 제거한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북한이 요구한 일부 제재 해제 목록은 (1)석탄 등 천연자원 수출 제한 및 금지, (2)원유 공급량 제한, (3)대북합작사업금지, 그리고 (4)해외노동자 파견 금지 등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요구는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한 것이 아닌 “일부 해제”라고 밝혔다. 그러므로 대북제재 해제 문제를 둘러싼 북미간 이견으로 협상이 결렬된 것이다. 

셋째, 미국 국내정치적 변수가 외교정책 결정과 연계하여 검토하는 것은 대단히 주요하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은 결과적으로 북미 양측이 진정성과 성실성이 부족하여 처음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확대정상회담에 대북협상 강경파인 존 볼턴 보좌관을 배석시켜 영변 외 +@ 문제를 제기하여 대화분위기를 흐리게 한 점은 의도적이라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의 심복 변호사였던 코언이 의회청문회에서 그것도 2차 북미정상회담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을 맹렬히 입에 담기 어려운 언어를 사용하여 비난하였다. 트럼프가 올린 트윗(3.3) 글에서 북한과의 협상 결렬에 심리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실토하기도 하였다. 이런 심리적 상태에서 트럼프가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전면적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밝혀 협상결렬의 책임을 북한에게 돌리고자 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주장을 즉각 반박하였다. 미국의 전면적 제재해제 vs 북한의 부분적 제재 해제 주장의 진실을 AP통신이 북한이 맞다고 밝혔다. 이번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비핵화 대화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렇게 되길 기대한다. 그러나 이런 앙금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다.   북미회담의 결렬이 의도적이든 상호 오해에서 발생했던 양측의 입장을 서로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향후 북미 실무회담에서 생산적이고 좋은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넷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와 트럼프 대통령의 “단계적, 병행적 접근방식을 수용할지가 관건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반복하여 미국의 상응조치 없는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핵을 포기하면 경제강국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유인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이 원하는 모든 핵과 미사일 신고 요구를 먼저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고, 또 김정은 위원장이 제시한 두개 조건인 적대정책 포기와 북한체제의 보장 없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핵 해법을 놓고 미국과 북한이 접근 방법에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필요로 한다.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새로운 역할은?

트럼프 대통령은 귀국 비행기 안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25분간 통화를 했다. 트럼프가 문 대통령에게 중재역할을 부탁했다고 보도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게 되어 그의 책임이 실로 막중하다. 그러면 문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먼저 문 대통령은 북미간 “가교역할” 뛰어넘어 한반도 문제 해결의 당사자이며 주체로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배경을 사실(facts)에 기초하여 객관적 분석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사실 확인(facts-finding)을 위해 워싱턴과 평양에 특사를 보내 사실을 파악하고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후 대응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이젠 문 정부의 ‘촉진자’ 역할이나 ‘가교역할’로는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2차 북미회담 결렬에서 알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젠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구축 문제의 당사자로서 주도권을 쥐고 먼저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실행 로드맵을 만들어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을 개최하여 3국 정상이 함께 논의해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 방안이 비핵화 실현을 위한 지름길이 될 것이다.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국 Claremont Graduate University 국제관계학 박사. 미국 Eastern Kentucky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켄터키대 명예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등, 글로벌평화재단이 수여하는 혁신학술연구분야 평화상 수상(2012). 31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250편 이상 출판; 주요저서: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평화체제의 모색』 등; 영문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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