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난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모한 도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오산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 당국자 6명’을 인용해 2월 27일 베트남 하노이 시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만찬에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그랜드 바겐’에 저항했다고 알렸다.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물질, 핵시설을 포기하고, 미국이 모든 제재를 해제하는 방식이다. 한 미국 당국자는 “크게 가자는 제안”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25년 간 미국이 밀어붙이고 북한이 거부했던 방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유능한 협상가로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은 3명의 전임자들과 달리 자신이 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는 것. 

‘그랜드 바겐’은 북한이 공개적으로 밝혀온 단계적 접근과도 어긋난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그랜드 바겐’ 가능성은 사실상 ‘0’이라고 봤지만, 트럼프 대통령만 다르게 생각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아름다운 편지” 등을 근거로 들면서.

이 신문은 “트럼프의 실패한 도박은 2년 간의 위협, 오만, 양측 오판의 절정이었음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김 위원장도 잘못 계산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협상가들이 하노이에서 이미 일축한 보다 소박한 제안을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보고) 베팅했다.” 미국 시각에서는 식상한 영변 핵시설의 폐기 대가로 2016년 이후 통과된 유엔 결의 5건의 핵심적 내용을 풀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

게다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의 실무협상 과정에서 김혁철 국무위원회 미국담당특별대표는 영변 내 모든 시설을 폐기하는지에 대해 일관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북한과의 협상을 관장해온 폼페이오 장관도 이 거래를 반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변만을 거래할 경우 북한 전역에 핵시설을 은닉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속았다고 비춰질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여전히 미사일도 남겨두고 핵 탄두와 무기체계도 남겨두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외에 다른 지역에 있는 우라늄농축시설을 언급했다. 

이 신문은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진심으로 이 거래를 할 생각이 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결렬’이 10년 간 개인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불려나온 하원 청문회가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걸 막은 것은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결국, 개인적 취향이나 현재 처한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크고(big)’ ‘위대한(great)’ 무언가를 원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변은 성에 차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 정도의 거래는 자신과 김정은 위원장 레벨이 아닌 폼페이오-김영철 또는 비건-김혁철이 처리할 문제이고, 북한도 영변에 대한 가격을 낮춰 잡았어야 했다고 본 셈이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